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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철. [돈버는 심리 돈새는 심리]. 랜덤하우스 중앙. 2005.

구태익 | 2009.03.10 01:01 | 조회 1742
요즘 중계가 한창인 토리노 동계올림픽을 유심히 보면 시상대에 선 은메달리스트보다 동메달리스트들의 표정이 훨씬 밝아 보인다. 왜일까? 그 이유는, 은메달리스트는 금메달리스트를 보면서 ‘조금만 더 잘했으면 1등을 할 수 있었는데..’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며, 동메달리스트는 시상대에 오르지도 못한 4위선수를 생각하며 ‘자칫 실수했더라면 동메달도 놓칠 뻔 했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2006년 2월16일.

학기말 성적평가가 끝나고 나면 애걸조로 점수를 올려달라고 전화하는 학생들이 간혹 있다. 대체로 89점으로 B+를 받은 학생인 경우가 많다. 85점으로 간신히 B+를 받았거나 60점으로 F를 겨우 면한 학생이 전화하는 일은 결코 없다. 이 또한 은메달리스트 혹은 동메달리스트와 마찬가지로 A학점과 B학점, D학점과 F학점의 차이를 엄청난 격차로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심리학자 최인철교수는 그가 저술한 [돈버는 심리 돈새는 심리]에서 이러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는 “경제전문가들이 흔히 ‘경제는 심리’라거나 ‘소비심리’, ‘투자심리’라는 말을 자주 쓰면서도 소비와 투자에 대한 사람들의 심리가 어떠한 원리에 따라 작동하는지를 왜 알려주지 않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하면서 우리가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우리의 일상 혹은 경제활동을 지배하고 있는 심리의 정체를 밝혀주고 있다.

그러므로 이 책은 돈을 벌게 해주는 재테크에 관한 책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불합리한 착각들로 인해 ‘새어나가는’ 소중한 돈과 에너지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며, 깨달음의 즐거움을 듬뿍 느끼게 해주는 아주 아주 유쾌하고 무지무지 재미있는 책이다.

이 책에 소개된 내용들 가운데 한참이나 웃었던 부분은, 평소 [조경적산] 수업시간에 ‘예정공정표 작성’에 관해 설명하면서 예를 들었던 ‘추억의 방학생활 계획표(지킬 수 없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초인적인 빡빡한 스케듈로 메우고야 안심하던 그것)’나 대학시절 방학이 되면 언제나 도전했던 ‘[Vocabulary 22,000] 독파하기(이 책에서는 [Vocabulary 22,000]을 예로 들고 있지만, 나는 사실 대학원시험을 준비하면서 [Vocabulary 22,000]은 기어이 독파해내었으나 방학 때마다 독학으로 도전했던 [박성원 일본어]는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끝내 독파하지 못했다)’에 관한 내용이었다. 이 시간에도 기사시험 공부를 한답시고 독파해야 할 목표량을 설정해두고도 아직 책장만 세고 있을 학생들의 모습이 생각나 한동안 키득거리며 웃었다.

혹시 이해 못할 사람들을 위해 [Vocabulary 22,000] 독파하기를 소개하면 이렇다. 방학이 되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영어실력을 높이고자 영어단어집을 외우겠다고 목표를 세운다. 그리고는 곧바로 [Vocabulary 22,000]를 사서 제일 먼저 책의 페이지 수를 센다. 다음으로 방학일수를 계산하여 나누면 방학동안 하루에 공부해야 할 페이지 수가 나온다. 그러고는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기껏 해봐야 하루에 2~3페이지에 불과하니까... 하지만 목표와 달리 며칠이 지나도 진전은 없다. 그러면 다시 남은 방학일수를 세어 하루 공부해야 할 페이지수를 수정한다. 그리고는 다시 여전히 3~4페이지 밖에 되지 않음에 안도한다. 이런 과정을 되풀이하다보면 점점 계획했던 분량에서 멀어지고, 어느새 방학은 허무하게 끝나고 만다. 그런 뒤에 그 다음 방학 때는 ‘이번만은 꼭 해내자’ 다짐한다. 하지만 그 다음 방학 때에도 날마다 페이지 수만 세다가 끝나고 만다.

저자는 이러한 상황을 본인의 의지부족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계획이 지나치게 비현실적이고 낙관적이었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종의 ‘슈퍼맨 신드롬’이라 진단한다.

그는 이러한 이유로 망한 대표적인 사례로서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를 들고 있다. 호주를 상징하는 이 건축물은 1950년대에 국제설계공모에 의해 덴마크출신 Utzon이란 사람이 제안한 조개모양의 도안이 최종 당선작으로 선정되었다. 1963년 개관을 목표로 1959년에 착공하였으나, 공식개관은 이보다 10년이나 지난 1973년에 이루어졌고 공사비도 애초 700만 달러를 예상하였으나 실제로는 14배가 넘는 1억200만 달러가 소요되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우촌의 작품이 보기에는 우아하고 아름다웠으나 구조상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 재설계를 하는 데만 2년이 더 소요되었고 높이 67m의 조개모양의 돔을 덮는 데만도 100만장의 타일이 소요되는 난공사이었기 때문이라 한다. 이 역시 어떤 일을 완성하는 데에 소요되는 시간과 노력을 너무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전망함으로 인해 빚어진 대표적인 실패의 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어디 그 뿐이랴. 우리나라 고속철사업이 그랬고, 서울의 지하철공사, 인천공항 등 이루 샐 수 없는 많은 대형 국책사업들이 그렇지 않은가. 시공현장에 나가 일하게 될 사람들은 이러한 “계획오류(planning fallacy)\"에 빠져 준공기한을 넘기고 지체보상금을 물며 낭패를 당하지 않도록 특히 유념하여야 할 것이다.

이밖에도 이 책에는 콩나물 값 한 푼은 깎으면서도 명품은 척척 사는 심리, 백화점에서 사은품에 절대 현금을 주지 않는 까닭, 현금은 아끼면서도 신용카드는 벅벅 그어대는 심리, 식당 메뉴판에서 중간값 요리에 주문량이 많은 이유 등등 개인의 일상 경제활동에 발견되는 교묘한 상술과 이에 무방비로 당하지 않기 위해 소비자가 깨달아야 할 경제심리는 물론,

시험에서 답을 고치면 꼭 틀린다고 믿는 심리, 같은 식당을 두 번째 갔을 때 실망하게 되는 이유, 교통체증과 바가지에 시달리면서도 여름휴가에 동해안을 찾는 까닭 등 우리가 일상에서 무의식적으로 판단하고 선택하는 동안 저지르게 되는 숱한 실수와 오류를 재치 있게 끄집어내어 펼쳐놓음으로써 저자의 탁월한 통찰력에 감탄하는 동안 ‘맞아 맞아‘를 연발하게 된다.

따라서 서점에 들러 1만원에서 200원 모자라는 비용을 내고 이 책을 구입하여 읽게 되면 1달 안에 적어도 그 몇 배의 돈을 벌 수 있는, 아니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쓸데없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며, 설계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다양한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는 일거양득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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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철. [돈버는 심리 돈새는 심리]. 랜덤하우스 중앙. 2005.

저자 최인철 교수는 서울대학교 공대를 입학하였으나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하는 원리를 파헤치는 심리학에 매료되어 심리학과로 재입학하였다. 졸업 시에는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전체수석을 차지하였으며, 美미시간대학에서 사회심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일리노이대학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지금은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있다.

그의 강의는 2005년 동아일보에 서울대학교 3대 명강의로 소개되었으며, 이 책의 내용은 저자가 2004년 가을부터 2005년 봄까지 MBC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에 출연하여 소개했던 내용에 기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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