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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 국가정원... 유감

구태익 | 2017.03.20 01:01 | 조회 1915
지난 주말 수서역에서 SRT를 타고 부산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수서역 통로 벽에 걸려 있는 이 광고물을 보고 순간 의아했다. “순천만 국가정원”.. 국가가 정원을 갖는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그렇다면 공원이 정원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정원(庭園)을 어떻게 정의하든, 정원은 주택의 외부공간으로서 개인의 사적(私的) 영역임이 전제된다. 그런데 개인이나 민간단체가 아닌 공공기관이 자신의 정원을 갖는다는 것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설령 공공기관이 정원을 만든다면 그건 개인이나 일부 특권층을 위한 것이 아니라 대중을 위한 것이고, 그렇다면 그건 ‘공공(公共)의 정원(庭園)’ 즉 ‘공원(公園)’이라 불러야 마땅한 것이다.

그러기에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제15조 제1항에는 도시공원 중 국가가 지정하는 공원을 ‘국가도시공원’이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게 맞는 얘기이지.. ‘국가정원’이 도대체 무슨 말인가? 그래서 산림청이 발의한 ‘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을 살펴보니, 제4조(수목원 및 정원의 구분)에 정원을 국가정원, 지방정원, 민간정원, 공동체정원이라 구분해두고 있다.

산림청이 이 법을 만들어 시행한 것이 2015년 7월부터라 하는데, 나는 왜 그간 이 법을 한번도 보지 않고 내용도 알지 못했을까? 나는 산림청이 수목원과 정원 조성사업에 적극 나서는 것을 반대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개념은 분명히 하자는 거다.

정원과 공원은 분명 다르다. 정원은 개인의 사적 영역이다. 그러므로 소유주의 개인적인 취향이 반영되고 남에게 알리거나 공유하고 싶지 않은, 자신만의 은밀하고 아기자기한, 그래서 독특하고 다른 것과 차별화된 자신만의 디자인이 반영될 수 있다. 바로 그러한 점이 정원이 공원과 다른 매력이 될 것이다.

여기에 대하여 공원은 (공)공의 정(원)이니, 누구나 언제라도 이용할 수 있는 개방성이 전제가 된다. 그러므로 공원은 개인의 독특한 취향을 반영하거나 은밀한 공간을 만들기보다는 대중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보편적이고 무난한 디자인이 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공원은 개성 강한 디자인을 반영하기 어려운지도 모르겠다. 그런 점에서 공원을 만들면서, 정원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개인적인 취향이나 은밀함이 깔려 있는 아기자기한 디자인을 반영하고자 하는 조성의도는 얼마든지 이해될 수 있고, 또 권장할 만한 것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원을 정원이란 이름으로 불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이미 공공기관인데, 공공기관이 사적(私的) 정원을 가진다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모순일 수밖에 없다.

산업혁명 초창기에 영국을 비롯한 유럽 여러 나라에서는 노동자들의 쉼터를 제공하기 위해 왕실이나 귀족이 소유했던 ‘개인정원(private garden)’을 일반인들에게 기부하여 ‘공공의 정원(public garden)’으로 이용한 사례가 많이 있다. 하지만 왕족도 귀족도 없던 신생 독립국 미국에서는 처음부터 공공을 위한 공동의 정원을 만들었으니 이것이 Central park 아닌가. 조선왕조가 일제에 의해 강제 패망하며 왕실과 귀족의 정원이 사라진 뒤 근대적 문물이라는 이름 아래 대중을 위한 정원이 도입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니, 우리는 ‘공원(public park)’이라는 근대적 문물은 있어도 옛 정원이 자연스럽게 ‘공공의 정원(public garden)’이 된 사례는 없다. 있다면 그건 아직도 사유지이면서 일반에 공개되고 있는 문화재들일 뿐

그러니 이제 법률까지 정비하고 본격적인 정원조성사업에 나서는 산림청에 대해서는 용어정의를 다시 하길 요구한다. 산림청이 하고자 하는 것은 (개인의 사적) ‘정원 만들기’가 아니라 ‘공원조성사업’이다. 백발을 양보하여 정원을 만들되 사적인 개인정원이 아니라 대중에게 개방함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면 여지껏 우리나라에 없었던 “공공의 정원(public garden)”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길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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