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로그인
정보기억 정보기억에 체크할 경우 다음접속시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입력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러나, 개인PC가 아닐 경우 타인이 로그인할 수 있습니다.
PC를 여러사람이 사용하는 공공장소에서는 체크하지 마세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서 로그인하시면 별도의 로그인 절차없이 회원서비스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조선왕릉-10] 과거와 현재의 만남 : 최종

구태익 | 2009.03.18 01:01 | 조회 3210
■ 왕릉 40기서 해마다 제사. 유-무형 유산 ‘귀중한 소통’

조선 왕릉의 정자각 서쪽 앞. 봉분으로 이어지는 푸른 언덕인 사초지(莎草地)가 시작되는 곳에 있는 낯선 석조물. 땅 위에 평균 1m의 기다란 화강암을 정사각형 모양으로 이어 놓았다. 정사각형 내부는 땅을 파 깊숙하다.

조선 왕릉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예감(예坎)이다.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묻는 구덩이’. 무엇을 묻었을까. 예감의 또 다른 이름인 망료위(望燎位)로 그 쓰임새를 추적해 보자.

망료는 제사 때 선대왕의 평안을 기원하며 읽은 축문(祝文)을 제사가 끝난 뒤 태우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을 뜻한다. 예감은 정자각 서쪽에 위치해 있다. 제향 공간인 정자각은 동쪽 방향이 정면인데 제향은 정자각 동쪽에서 시작해 서쪽에서 끝났을 것이다. 예감은 제사가 끝난 뒤 축문을 태우고 땅에 묻었던 곳이다. 조선시대에는 예감 위에 소나무로 만든 뚜껑을 덮어 놓았지만 지금은 사라지고 없다.

예감의 진짜 가치는 과거에 축문을 ‘태워 묻었던’ 곳이 아니라 지금도 축문을 ‘태우고 묻는’ 곳이라는 데 있다. 왕과 왕비가 합장된 경우 등을 포함해 조선 왕릉 40기에서 모두 제향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태조부터 순종까지 조선 600년의 1∼27대 모든 왕과 왕비를 위한 제향 의식이 기일마다 열리고 있다. 건원릉은 전주이씨대동종약원이, 다른 곳은 왕릉마다 봉향회가 제향을 주관한다. 매년 6월 27일 열리는 건원릉 제향에는 1500여 명이, 다른 왕릉에는 300∼500여 명씩 참가한다. 이렇듯 해마다 수십 차례씩 소프트웨어(무형유산)와 하드웨어(유형유산)가 만나 조선 왕릉의 가치를 완성하고 있는 셈이다.

http://www.donga.com/photo/news/200810/200810080073.jpg>

제향날에 왕은 홍살문에서 참도를 통해 정자각까지 걸어간다. 평소 정자각은 기둥마다 신렴(神簾)이라 불리는 일종의 ‘커튼’을 쳐놓았다가 제향날 걷어 올렸다. 유일하게 남아 있는 신렴은 2006년 원종(인조의 아버지) 능인 장릉(경기 김포시)에서 발견된 것으로 국립고궁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왕은 선대왕에게 첫 잔을 올리는 초헌관(初獻官) 역할을 맡는다. 두 번째 잔을 올리는 아헌관(亞獻官)은 영의정이, 마지막 잔을 올리는 종헌관(終獻官)은 좌의정이 한다. 올해 건원릉 제향에서는 태조 600주기를 맞아 의친왕의 손자인 이원 전주이씨대동종약원 총재가 직접 초헌관을 맡았다.

초헌관이 정자각 동쪽의 계단을 오른다. 정자각의 절하는 공간 배전(拜殿)에서 헌관(제사에서 잔을 올리는 사람)들은 항상 서쪽을 봐야 한다. 제상(祭床)을 차린 정전(正殿)에는 문이 3개 있는데, 출입문처럼 보이는 중앙 문은 제향 때 쓰이지 않는다. 헌관은 동쪽 문으로 들어가 서쪽 문으로 나온다. 시작을 뜻하는 동쪽과 끝을 뜻하는 서쪽의 원리를 간직한 동입서출(東入西出)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다.

왕릉 제향은 왕이 승하한 지 3년 뒤 올리기 시작했다. 왕이 세상을 떠나고 왕릉이 조성되려면 5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이 기간 동안 창덕궁에 임시 건축물을 만들어 시신을 안치했는데, 부패를 막기 위해 동빙고에서 가져온 얼음으로 ‘침대’를 만들었다. 시신은 왕릉 석실에 자리할 때까지도 세상을 떠날 때 모습 그대로였다고 한다.

의친왕의 손자인 이혜원 국립고궁박물관 연구자문위원은 말한다. “중국은 명, 청 시대 황릉의 웅장함을 자랑하지만 제향의 전통을 상실한 ‘옛 유적’일 뿐이다. 조선 왕릉은 애초의 기능을 잃은 박제된 문화유산이 아니라 현재적 공간이다. 과거와 현재를 이어 살아 숨쉬게 만든 유산은 조선 왕릉뿐이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동아일보] 2008-10-08

● 연재에 도움말 주신 분들

김기덕 건국대 교수, 김두규 우석대 교수, 김상협 박사, 김이순 홍익대 교수, 목을수 전 융건릉관리소장, 박동석 문화재청 사무관, 은광준 조선왕릉연구소장, 이선 한국전통문화학교 교수, 이영 경원대 교수, 이창환 상지영서대 교수, 이혜원 국립고궁박물관 연구자문위원, 최종희 배재대 교수, 각 왕릉관리소장(가나다순)
twitter facebook me2day 요즘
455개(6/23페이지)
참고자료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355 [안심놀이터-5] 외국의 미끄럼틀 사진 구태익 6648 2009.05.27 01:01
354 [안심놀이터-4] 외국의 그네 사진 구태익 4905 2009.05.27 01:01
353 [안심놀이터-3] 외국놀이터 디자인 사진 구태익 6163 2009.05.27 01:01
352 [안심놀이터-2] 외국 놀이터 안내판 사진 구태익 4839 2009.05.27 01:01
351 [안심놀이터-1] 한국의 안전실태 사진 구태익 4852 2009.05.27 01:01
350 [SDI]상상과 창의를 유발하는 어린이공원 개선전략 사진 첨부파일 구태익 4427 2009.05.18 01:01
349 5월14일 오늘은... 사진 첨부파일 구태익 3286 2009.05.14 01:01
348 [한강 르네상스 현장] 사진 구태익 3261 2009.05.07 01:01
347 KBS-2TV [세상의 아침] 1학년 하현영씨 구태익 3960 2009.04.05 01:01
>> [조선왕릉-10] 과거와 현재의 만남 : 최종 사진 구태익 3211 2009.03.18 01:01
345 [조선왕릉-9] 봉분 밑 금단의 성역 ‘석실’ 사진 구태익 3806 2009.03.18 01:01
344 [조선왕릉-8] 정자각 건축에 숨은 원리 사진 구태익 3459 2009.03.18 01:01
343 [조선왕릉-7] 그린벨트의 원조 사진 구태익 3246 2009.03.18 01:01
342 [조선왕릉-6] 숨어 있는 봉분 사진 구태익 3122 2009.03.18 01:01
341 [조선왕릉-5] 儒-佛-道사상의 결정체 사진 구태익 3376 2009.03.18 01:01
340 [조선왕릉-4] 봉분 앞 ‘혼유석’의 비밀 사진 구태익 4199 2009.03.18 01:01
339 [조선왕릉-3] 봉분 주변의 石人 사진 구태익 3348 2009.03.18 01:01
338 [조선왕릉-2] 홍릉-유릉에 정자각 없는 이유 사진 구태익 3797 2009.03.18 01:01
337 [조선왕릉-1] 자연과 인공의 완벽한 조화 사진 구태익 3537 2009.03.18 01:01
336 [기독교와 이슬람교] 사진 첨부파일 구태익 4029 2009.03.17 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