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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하천을 살리자-7 : 국민일보

구태익 | 2004.09.02 01:01 | 조회 7130
[도시하천을 살리자 ⑹] 역사와 함께 흐르는 수원천

http://www.kmib.co.kr/online_image/2004/0901/20040901_14_01.jpg align=left hspace=3>수원천은 경기도 수원시 북쪽 끝 광교산과 백운산에서 발원해 광교저수지를 거쳐 수원 중심가를 꿰뚫는다. 정조 임금과 그 아버지 사도세자의 역사가 스며있는 화성(華城)을 관통하는 수원천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죽은 하천이 됐다가 수원시민과 행정당국의 노력으로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생명력 넘치는 하천으로 변모했다. 지난달 30일 찾은 수원천은 인구 100만의 대도시를 흐른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깨끗하고 생명으로 충만했다.

◇아름다운 수원천의 늦여름 =물러가기가 아쉬운 듯 8월말 늦여름은 한낮의 뜨거운 햇볕을 쏘아댔다. 떠나는 여름이 아쉬운 아이들은 수원천 맑은 물에 몸을 담그고 여름의 마지막을 즐기고 있었다. 하천 물을 쏘아올리는 분수에서 다이빙을 즐기는 아이들,이리저리 물살을 헤치는 송사리떼를 쫓는 아이들 저마다 지나는 여름이 아쉬운 모습이었다. 천변엔 갈대,개여뀌 등 수생식물이 자라 수줍은 듯 생명의 현장을 가리고 있었다. 물줄기는 바위틈으로 급물살을 탔다가 편평한 곳에 고이기를 반복하며 여울과 소를 만들어 물고기의 서식처를 제공했다.

바위엔 다슬기가 붙어 조류를 뜯고 있었고 물 위로는 백로 한쌍이 사냥에 한창 몰두하고 있었다. 붕어떼,송사리떼는 이리저리 사냥꾼의 침입을 피해다니고 있었다. 수원 화성의 북쪽 수문인 화홍문을 통해 흘러내린 맑은 물엔 어른 팔뚝만한 잉어들이 유유히 헤엄을 치고 있었다. 반짝이는 파란색 날개를 퍼덕이며 물총새가 날아올랐다. 버드나무 꼭대기엔 백로가 날아와 커다란 날개짓하며 내려앉았다. 정조 임금이 풍류를 즐기던 화홍문 인근 정자는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것 없는 수원천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되살아난 수원천= 광교산,백운산 기슭에서 흘러내린 물은 광교저수지로 흘러든다. 이 일대는 반딧불이가 살 만큼 깨끗한 지역으로 알려졌지만 이날 찾은 광교저수지는 부영양화로 조류가 폭증해 온통 녹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개발전 수원천은 놀이터,빨래터로 쓰이던 동네 개울이었다. 개발과 함께 사람들이 몰려든 70년대 이후 생활하수가 흘러들자 생명은 자취를 감췄다. 악취 풍기는 죽은 하천이 도심 한 가운데를 흐르자 천을 덮어버리자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94년 지동교∼매교교 구간이 복개됐다. 수원의 상업 중심지 남문 일대인 이 구간은 콘크리트로 덮여 주차장,도로로 변했고 노점이 즐비하게 늘어섰다.

복개가 진행되자 오염도는 점점 심각해졌다. 햇볕이 들지 않는 복개구간은 생활하수가 뒤섞인 물을 정화할 수 있는 능력을 잃었다. 95년에 이르러 BOD(생화학적산소요구량)는 65촼을 기록해 하수처리장 방류수 수질기준(20촼)의 3배를 넘어설 정도로 수질은 악화됐다. 95년 착공된 2차 복개구간은 수원지역 시민단체들이 모여 만든 수원환경운동센터의 주도로 벌어진 복개반대 운동에 부딪혀 전면 백지화됐다.

이후 수원시는 ‘수원천 맑은하천 가꾸기’ 사업에 착수,천변을 따라 하수관을 설치해 생활하수의 하천유입을 막았다. 천변에 자연석을 쌓고 갈대,창포 등 수질정화 식물을 심었다. 하천주변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하천감시대를 조직,감시활동과 쓰레기 수거 등 꾸준한 활동을 벌였다. 민관 합동 ‘하천살리기 작전’은 대성공이었다. 썩은 하수도였던 수원천은 2001년이후 BOD 2.4촼 정도로 2∼3급수 정도로 수질이 개선됐다.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된 수원천은 송사리,버들치,피라미,밀어,미꾸라지,붕어 등 물고기가 가득한 하천으로 탈바꿈했다. 하수관이 새거나 잘못 접합돼 생활하수가 하천으로 흘러들면 시청 하천담당의 전화는 불통이 될 정도다. 취재진이 현장을 찾은 이날도 ‘재향군인회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60대 노인이 “시청에서 나왔느냐,저 윗쪽에 하수도가 새고 있으니 빨리 조치하라”며 “주민들이 아무리 치워도 하수가 새 들어오면 하천은 오염될 수 밖에 없다”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암흑과 공포의 무생명 지대=자연형으로 되살아난 수원천과는 달리 복개구간은 암흑과 정적이 흐르는 죽은 공간어었다. 수원의 상업 중심지 남문일대 주차장,도로로 사용되는 복개 구간 밑엔 아무것도 살지 않는다.

시커먼 복개구간으로 들어섰다. 동공이 좁아지면서 모든 신경은 전방으로 쏠렸다. 1뻍 앞도 분간할 수 없는 어둠 속에선 한발 내딛는 것 조차 쉽지 않았다. 왼발로 전방을 확인하고 오른발은 왼발이 있는 자리만큼만 내딛었다.

복개 위 시장에서 맨홀을 따라 흘러내린 생활하수에선 생선 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하수와 함께 흘러내린 토사는 진흙이 돼 발 밑에서 질척거렸다. 군데군데 맨홀에서 스며든 불빛에 비친 하천 바닥은 퇴적물이 썩어 검게 물들어 있었다. 풀 한 포기도 자라지 못하는 ‘죽음의 공간’이었다.‘ㄱ’자로 꺾인 구조는 빛을 차단해 복개 안쪽을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었다. 복개구간 790뻍를 통과하는데 걸린 시간은 30분. 맨홀 구멍엔 흰 거미줄이 얽혀 음산함을 더했다.

◇자연형 하천의 한계=해마다 9월이면 수원천은 준설로 한바탕 몸살을 앓는다. 여름 장마에 쓸려내려온 진흙을 걷어내기 위해서라는 게 담당 공무원들의 설명이다. 누렇게 쌓인 조류가 미관상 좋지 않을 뿐더러 조류의 생장을 방해하기 때문에 수질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판단이다. 초고압 살수기로 물을 뿜어 돌에 달라붙은 진흙을 떼어낸 뒤 펌프로 흙탕물을 퍼내는 방법을 사용한다. 환경단체들은 강바닥이 뒤집혀 생태계가 교란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지만 사람의 손으로 다시 만들어 낸 하천은 계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수원환경운동센터 이진선 팀장은 “자정능력 면에서 ‘자연형’ 하천은 자연하천 만큼 뛰어나지 않기 때문에 사람의 손길이 계속 닿아야 관리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선정수기자 js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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