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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하천을 살리자-6 : 국민일보

구태익 | 2004.08.25 01:01 | 조회 3456
[도시하천을 살리자 ⑸] 관악∼한강 잇는 생명축 도림천

http://www.kmib.co.kr/online_image/2004/0825/20040825_12_01.jpg align=left hspace=3>관악산 기슭에서 발원해 서울 서남부를 흐르는 도림천. 여느 도시 하천과 다름없이 건천이었던 이 곳에 비가 내린 뒤 하류까지 이어진 물줄기 속에는 관악산 계곡에서만 찾아볼 수 있었던 버들치들이 바글거렸다. 물이 흐르는 하천에는 생명이 찾아온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 번 깨치는 순간이었다.

◇비야 너 반갑다=도림천은 대부분의 도시 하천과 마찬가지로 상류 계곡 부근엔 사철 물이 흐르지만 도시화된 중·하류 지역엔 비가 오지 않으면 물이 흐르지 않는다.

운좋게도 24일 찾아간 도림천은 지난주 내린 빗물로 계곡물이 흘렀다. 두꺼운 법전을 옆구리에 낀 고시생들이 분주히 발걸음을 재촉하는 신림9동 고시촌 부근. 6차로 도로 한가운데 구멍이 뚫려 있었다. 고시생들과 함께 길을 건너던 도중 교통 섬에 멈춰서 구멍 아래를 내려다봤다. 교각으로 지탱된 도로 사이로 개울이 흘렀다. 길 건너 인도에서는 개울을 볼 수 없다. 가까이 내려가 보고 싶었지만 도로에서 천(川)으로 내려갈 수 있는 방법은 6m 높이에서 뛰어내리는 방법밖엔 없다. 상류 쪽으로는 하천 양쪽 제방으로 교각들이 늘어서 있었고 끝없이 도로가 지나갔다. 관악산 입구에선 아예 완전 복개돼 주차장이 들어섰다.

◇접근이 막혀버린 하천=다른 도시 하천과는 달리 도림천은 사람의 접근을 쉽게 허용하지 않는다. 14.2㎞에 이르는 유역 가운데 주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은 관악산 상류부,신림2동 쑥고개 일대와 신도림역∼도림천역 일대 등 10% 남짓할 뿐이다. 신림9동에서 다시 하류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신림6동 시장 입구에서 사다리를 통해 하천으로 내려갔다. 3m 높이의 옹벽을 사다리에서 내려 발을 디딘 곳은 콘크리트 포장이었다. 하천 양쪽으로 지나는 콘크리트 하수관의 윗부분이다. 생활하수를 모아 종말처리장으로 보내는 관이지만 빗물도 하수관을 통해 함께 보내지기 때문에 하천 수량을 부족케 하는 원인으로 지적된다.

최근 내린 비로 불어난 물줄기 속엔 버들치 떼가 헤엄치고 있었다. 1급수에서만 산다는 버들치. 정릉천,홍제천 등 계곡에서 시작된 하천 어디에서나 물만 있으면 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다슬기도 바위 곳곳에 붙어 조류를 뜯어먹고 있었다.

도림천에 처음 내려와 본다는 ‘건강한 도림천을 만드는 주민 모임’ 회원 강선옥(46·여)씨는 “평소엔 물도 잘 흐르지 않는 주택가 한복판 개천에 물고기가 산다는 게 신기하다”며 즐거워했다.

◇도로와 지하철로 샌드위치=하류 쪽으로 좀더 내려오면 쑥고개 근처에서 둔치에 놓인 농구대를 볼 수 있다. 쑥고개 앞 도림천은 관악구 구간에서 유일하게 계단을 타고 내려올 수 있는 곳이다. 농구하는 아이들,물장구치는 아이들의 활기로 가득했다.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수의 버들치는 아이들의 다리 사이로 빠져나가 돌 틈으로 숨어들었다. 제방을 쌓은 콘크리트 블록이 깨진 틈으로 풀씨가 날아들어 허리 높이까지 자랐다. 좀 더 하류 쪽으로 신림교를 만났다. 다리 밑에서 불장난하던 동네 아이들은 이방인의 침입에 놀라 제대로 불을 끄지도 못한 채 달아났다.

다리 난간에는 ‘신림교 재설치 공사 12월 31일까지’라는 현수막이 붙어 있었고 다리 밑으로 끊임없이 물이 떨어졌다. 다리를 만드는 공사 현장에서 먼지를 줄이기 위해 호스로 뿜어대는 물이 하천으로 흘러들었다. 맑고 투명하게 흘러내리던 도림천은 희뿌연 시멘트 물로 변해버렸다. 10㎝ 아래도 보이지 않는 뿌연 물 속에서 버들치의 자취는 어디에도 없었다.

둔치에는 홍수를 막기 위해 준설한 흙무덤 위에 파랗게 풀이 자란 채 방치됐다. 지난 비에 군데군데 무너진 모습도 눈에 띄었다. 신림 네거리에서 하류 쪽으로 내려가자 거대한 구조물이 지나갔다.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신도림역 지상 구간이다. 이 구간의 양쪽 둔치는 복개돼 도로가 지나가고 강바닥엔 교각을 세워 하천 위로는 거대한 시멘트 구조물을 통해 지하철 2호선이 굉음을 울리며 지나갔다. 도로와 지하철로 덮개가 씌워진 듯한 모습이었다.

◇생명의 신비 간직한 채 안양천으로=햇볕도 막혀 들어오지 않는 이 곳에서 버들치를 다시 만났다. 시멘트가 섞여들어도 햇볕이 들지 않아도,지하철 소리가 아무리 시끄러워도 버들치들은 무리지어 힘차게 헤엄치고 있었다. 생명에 대한 경외감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지하철역으로 올라가는 육교 위에서 행인들은 하천 바닥을 뒤지고 있는 취재진을 보며 “뭐가 있다고 거기서 서성거려…”라며 비웃었지만 그 순간에도 버들치는 지느러미를 흔들었다. 봉천천,대방천과 만난 도림천은 신도림역 부근을 지나며 지하철과 헤어져 도림천역 인근 체육공원으로 정비된 둔치에서 다시 사람들을 만난 뒤 안양천으로 흘러들었다.

선정수기자 js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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