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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하천을 살리자-5 : 국민일보

구태익 | 2004.08.19 01:01 | 조회 3773
[도시하천을 살리자 ⑷] 도시생태 복원 실험장 반포천

http://www.kmib.co.kr/online_image/2004/0818/20040818_11_01.jpg align=left hspace=3>서울 강남역 일대에 하천이 흘렀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개발이 본격화되기 전인 60년대 말까지만해도 야트막한 구릉과 과수원 등에서 내려온 물이 모여 흐르던 하천이 반포천이다. \'물이 서리서리 구비쳐 흐른다\'고 이름도 서릴 반(蟠·盤)자를 쓴 반포천이라 불렀다. 그러나 강남 일대가 개발되며 대규모 구획정리로 인해 뭉개진 산 대신 아파트와 빌딩이 들어섰고 발원지를 잃은 반포천은 거대한 하수관으로 전락했다. 그런데 지금,악취나는 하수도였던 반포천이 물고기가 헤엄치는 생명의 하천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시골마을 앞 개울이 거대도심 하수구로= 반포천이 강남역 부근부터 시작된 기나긴 복개를 헤치고 나오는 서울 반포동 성모병원 사거리 부근. 18일 찾아간 이 곳은 도시 하천의 극명함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생활하수가 흐르는 콘크리트 복개 구조물이 끝나는 이 지점에서 썩은 물은 하수구를 통해 땅 밑의 하수관을 통해 하수종말처리장으로 갔고 맑은 물은 실개천이 되어 도심을 흘렀다.

반포천은 우면산 동북쪽 기슭에서 발원,역삼동 논현동 일대의 물이 모여 서초동 반포동을 거쳐 한강으로 흘러든다. 도시화 이전까지 논과 과수원 사이로 흐르던 반포천은 70년대 강남 개발과 함께 사라진 구릉과 운명을 같이 했다. 강남 일대가 개발되면서 3.77㎞ 가운데 3.07㎞가 복개됐다. 복개 위로는 고속터미널이 들어서고 도로가 생겨났다. 도로변엔 아파트와 고층빌딩이 가득 들어찼다. 장마철이면 물에 잠겼던 반포 모래톱도 메워져 신반포 아파트 단지가 됐다. 또 복개 밑으로는 맑은 물 대신 시커먼 생활하수가 흘렀다.

현재 반포천의 발원지는 서초동 166번지로 등재돼 있다. 도심 하수가 흘러드는 하수관들이 모여 굵은 하수 줄기를 이루는 강남역 뉴욕제과 뒷편 복개 구조물이 발원을 대신하게 됐다. 계곡수가 흘러들지 않고 100% 하수가 흐르는 하천이기 때문에 발원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서울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최근까지 반포천은 생활하수가 흘러 주민들이 코를 틀어쥐고 다녀야 할 만큼 악취가 진동했다. 주민들의 민원이 구청 인터넷 게시판을 도배했을 정도였다.이 하천에는 어떤 생명도 살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하수구를 다시 하천으로=그러나 지난 5월 하천 바닥에 관을 묻어 하수를 종말 처리장으로 보내는 공사를 마친 뒤 악취가 사라졌다. 시커먼 하수가 흐르던 반포천은 바닥을 드러낸 건천으로 변했다. 말라붙은 하천에 주변 빌딩과 지하철역에서 나오는 지하수를 끌어다 흘리기 시작한 지난 2일부터는 깊이 5㎝ 정도의 실개천이 생겨났다. 물이 흐른지 보름만에 반포천에는 소금쟁이가 돌아왔다. 물땡땡이,실지렁이도 발견됐다. 물과 함께 생명이 돌아온 것. 암수 짝을 지은 잠자리들이 꼬리를 물에 스치며 열심히 알을 낳았다.

복원 공사를 주관하는 서초구(구청장 조남호) 공무원들도 이날 현장을 찾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진짜 소금쟁이가 사네. 허참 기특하단 말이야. 여기에 무슨 생물이 살 수 있을까 의구심도 들었는데…”라며 되살아나는 생태 현장을 신기한 눈으로 바라다 보았다.

물길을 따라 내려가는 동안 바닥을 물들이던 시뻘건 침전물들도 사라져 자갈이 훤히 드러났다. 녹조류는 여인네 풀린 머리결처럼 물 흐름을 따라 하느작거리고 있었다. 식물이 살지 못해 하천 생태계를 망가뜨리는 주요한 원인으로 지적되는 콘크리트 제방은 흙으로 덮였고 이 흙 속에 갈대,갯버들,개여뀌 등이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그 풀 숲에 사람이 접근하자 숨어있던 참새,비둘기 등이 놀라 일제히 날아올랐다.

지하수가 나오던 지점에서 녹색을 띄었던 조류는 하류쪽으로 갈수록 갈색으로 변했고 끈적이는 거품 덩어리들이 물 위를 뒤 덮었다. 물길은 갈수록 줄어들어 결국 끊어졌다. 물길이 끊어진 하류 쪽 군데군데 고인 하수에 모기 유충인 장구벌레가 바글대는 것 외에는 생명을 볼 수 없었다.

◇생명이 깃들이기 위해 = 하천이 살아있으려면 상류부터 하류까지 물의 흐름이 끊어지지 않아야 한다. 일단 물이 있어야 생물이 살 수 있고 물의 흐름이 이어져야 상·하류 지역의 생물이 오르내리며 생태계의 다양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포천이 지하철 4호선 동작역을 지나 한강으로 합류하기까지 물줄기가 이어지려면 하루 6500t의 물이 필요하다고 서초구는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확보된 물은 지하철 7호선 고속터미널역과 인근 KT빌딩에서 퍼올리는 지하수 3500t정도. 부족한 3000t은 인근 유수지와 지하철 사당역,이수역 등에서 스며나온 지하수를 끌어온다는 계획이다.

강바닥을 빨갛게 물들이고 있는 침천물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분석결과 침전물은 지하수에 섞여 나온 철 성분이 산소와 결합해 산화철이 생성되며 침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철 성분을 제외한 다른 수질 기준 항목은 모두 1급수를 만족시키고 있었지만 보기에 좋지 않고 생태계에 나쁜 영향을 미칠 가능성 때문에 서초구는 석회석을 이용한 철성분 제거장치를 설치하고 있다. 서초구 한석창(59) 치수방재과장은 “20일까지 제거장치를 완공시켜 이를 가동시키면 철성분이 제거된 1급 지하수가 흐르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본보 취재진이 천을 따라 조사한 결과 하천 주변 하수관이 하천 수위보다 높아 하수가 역류하는 등 곳곳에서 하수가 하천으로 들어오는 모습도 발견됐다. 한강 합류 직전 만나는 사당천에서 유입되는 생활하수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썩고 있는 장면도 목격됐다.

비가 오면 빗물과 섞인 하수가 한꺼번에 하천으로 넘어 들어오는 현상도 복원 이후 생태계를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중랑천,탄천 등에서 물고기가 떼죽음 한 것도 빗물에 섞인 부유물질이 물고기의 아가미를 막아 일어난 것으로 판명됐다.

◇한정된 예산= 반포천 복원의 가장 큰 걸림돌은 예산 부족이다. 올해 반포천 복원에 쓰인 예산은 5000만원인 반면 지하수를 끌어 대고 식물을 심는 등 하천 복원에 소요될 경비는 어림잡아 15억∼2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웃 강남구의 양재천 복원사업에 투입된 비용은 200억원 정도(민자유치 포함)였다.

그러나 일선 공무원들은 예산보다 주민들의 애정과 관심이 더욱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서초구 장영각 수방업무팀장은 “하수가 흐를 때는 악취 때문에라도 주민들이 관심을 보였지만 지금은 반포천이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조용하다”며 “천변에 내려와 반포천이 되살아나는 모습을 지켜보며 관심을 가져준다면 가장 큰 후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정수기자 js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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