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공기가 더 나쁘다

도시에서는 새벽이 되면 약수터가 장사진을 친다. 아침 운동 겸 맑은 공기를 쐬면서
물을 길어 가려는 시민들이 늘어난 탓이다. 그러나 이제는 아침 일찍 부지런하게 일
어나 아침 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건강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
는 아이러니컬한 시대가 되었다. 물론 물 맑고 공기 맑은 시골에서야 그렇지 않겠지
만...

이것은 최근 들어 낮과 밤의 기온차가 심해지면서 대기 중 오염 물질이 보통 때와는
달리 지표면에 장시간 머무르는 대기역전(大氣逆轉)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까닭이
다.

대기역전이란 높은 곳으로 올라갈수록 기온이 낮아지는 정상적인 자연 현상과는 반대
로 지표면에서 일정 고도까지는 고도에 비례하여 온도도 올라가는 것을 일컫는다.

이 같은 역전 현상이 일어나면 지표면에는 무거운 물질이, 위에는 가벼운 물질이 자
리잡은 대기 안정 상태가 되어 끊임없이 순환해야 할 대기가 한 자리에 머물러 있는
정체 현상이 빚어진다.

정상적인 대기 상태에서는 가벼운 공기는 위로 올라가고 무거운 공기는 아래로 내려
오는 반면, 위로 올라간 가벼운 공기는 고도가 높아질 수록 떨어지는 온도를 견디지
못하고 따뜻한 곳을 찾아 다시 아래로 내려오는 대기 순환이 반복되게 된다. 이 때
는 대기 중 오염 물질도 공기의 순환과 함께 넓은 지역으로 확산되면서 자연 소멸되
거나 감소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대가가 역전층으로 바뀌면 공기가 순환되지 못
하는 만큼 오염 물질도 확산되지 못하고 정체되어 여느 때보다 훨씬 큰 피해를 불러
오게 된다.

실제로 대기 오염에 의한 대표적 피해 사례인 1950년 런던 스모그 사건이나 L.A의 스
모그도 모두 대기 역전 현상이 극심했을 때 일어났던 것이다. 이 처럼 정상 궤도에
서 벗어나 역전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바다가 육지보다 천천히 데워지고 천천히 식
는 것과 같이 대기 역시 지표면보다 데워졌다가 식는 속도가 더딘 데에서 비롯된다.

대기는 지표면보다 흡수한 태양열을 오래 간직하므로 밤 사이에 기온이 뚝 떨어질 경
우 지표면의 온도는 매우 낮아지는 반면 대기 중 온도는 여전히 높게 유지된다. 따라
서 차가운 아침 공기 속에서는 위로 올라가야 할 오염 물질이 지표면 부근에 머무르
고 낮이 되어 태양열이 내리쬐면서 서서히 정상으로 돌아가는 역전층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기역전은 하루 중 기온차가 10도 이상 되는 초 겨울이나 초 봄에 자주
일어나며 감기, 폐렴 등 호흡기 질환을 유발 시킨다. 따라서 낮과 밤의 기온차가 심
한 날에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체온 유지에 신경을 써야 건강을 지킬 수 있을 것이
다.

실제 이 같은 현상이 계측되었던 1992년 11월 2일 우리나라 광화문 지역의 아황산가
스 오염도를 보면 상오 9시에는 0.043ppm으로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하오 4시에는
0.015ppm으로 10배 이상 떨어지는 역전 현상이 일어나 상하오의 대기 오염 역전도를
심각하게 보여주었다.


- 이 명, 스크랩 상식 100가지, 해오름, 19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