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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하천을 살리자-11 : 국민일보

구태익 | 2004.10.12 01:01 | 조회 4173
[도시하천을 살리자 ⑽] 국내 첫 복개하천 복원 제주 산지천

http://www.kmib.co.kr/online_image/2004/1006/20041006_12_01.jpg align=left hspace=3>복개 구조물에 파묻혀 악취가 진동하던 제주도 산지천은 2002년 자연형으로 복원된 이후 주민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친수(親水)공간으로 변모했다. 산지천은 국내 최초로 복개하천 복원사례로 기록되며 복개로 얻은 이익은 한 순간의 꿈에 불과하다는 교훈을 남겼다. 복원 전 오염된 하천을 덮어버리려던 복개구조물은 오히려 오염을 더 심화시켰으며 도시의 침수를 유발했다. 복개된 하천 474m를 복원하는데 모두 363억원이 들어 한번 망가뜨린 자연을 복원하는데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빨래방망이만한 숭어 한 마리가 은빛 비늘을 뽐내며 물 위로 탁 튀어올랐다. 숭어떼가 물 속을 휘젓자 돌틈에 숨어있던 망둥어들이 놀란 듯 이리저리 다른 바위를 찾아 쏜살같이 헤엄쳤다. 노랑부리에 검은 색 깃털로 몸을 단장한 흑로는 보위에 올라앉아 먹잇감을 노리고 있었다.

5일 찾은 제주 산지천은 그야말로 ‘물반 고기반’이었다. 5∼6년전까지는 악취 풍기는 썩은 하천이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제주 특유의 검은 현무암으로 쌓은 제방과 산지천에 비친 파란 가을 하늘이 어울리고 있었다.

제주의 물은 모두 지하수. 산지천도 한라산에서 시작된 지하수가 스며나와 하천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오래전부터 빨래터로 썼던 샘은 빨래하는 아낙 대신 물놀이 하는 아이들의 놀이터가 됐지만 여전히 차고 맑은 물을 산지천으로 흘려보내고 있었다. 2개의 보 사이에 고인 물은 산지천 유로를 가득메워 보는 이들이 풍성한 마음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양쪽 천변으로는 금잔화가 붉게 피어 가을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이웃 초등학교에선 아이들이 되살아난 하천변을 따라 걸으며 환경학습에 한창이었다.

◇복개에서 복원으로 = 주민들이 은어 낚시를 즐기고 누이가 빨래하고 허벅(물항아리의 제주도 사투리)으로 물을 긷던 산지천은 산업화가 한창이던 1960년대 주택이 밀집되면서 밀려드는 생활하수와 쓰레기 등으로 인해 몸살을 앓게 됐다.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66년 산지천은 복개됐고 복개 구조물 위로는 주상복합 건물이 들어섰다. 복개 초기엔 제주시 지역경제의 거점으로 발돋움했지만 주변으로는 사창가가 들어서 ‘미성년자 출입금지’라는 표지판이 붙을 정도로 제주의 우범지대로 비난받는 지역이 됐다.

콘크리트로 덮힌 뒤 사람들의 시선 밖으로 비껴나자 산지천의 오염은 더욱 심해졌다. 수질감시가 어려운 틈을 타 폐수의 무단방류 장소로 악용됐던 것. 여름이면 악취와 해충이 끊이지 않았고 큰 물이 나면 주변이 침수되는 부작용도 노출됐다.

1995년 건물이 낡아 붕괴위험이 제기되자 시는 건물의 철거를 결정했지만 퇴거에 반발하는 주민들이 시장실을 점거하는 등 극한 대립으로 치달았다. 이후 176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면서 자연형하천 복원사업이 시작됐다.

2002년 6월 산지천 하류구간 474m는 옛 모습으로 복원돼 자연형 하천으로 거듭났다. 주민들의 기피 속에 복개 구조물 속으로 묻혔던 악취나는 죽은 하천은 아이들의 물놀이 장소와 휴식공간으로 시민의 품으로 다시 돌아왔다. 또 제주항, 용두암 등 인근 관광자원과 함께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오르기도 했다.

2003년 산지천은 지속가능한 발전모델 우수사례로 선정돼 세계 시장회의에 초청되기도 했다. 이 회의에서 김태환 제주시장은 “산지천 복개 후 초기엔 지역경제의 한 축을 담당했지만 이는 한 순간의 꿈이었다”며 “복개는 수변문화의 단절과 도시 건강미의 쇠퇴를 불러왔으며 하천 생태계가 절멸되는 등 수많은 부작용을 경험했다”고 하천복개는 실패한 정책이었음을 토로했다.

◇산지천은 청계천의 아버지 = 제주 주민들과 공무원이 산지천에 대해 갖는 자부심은 대단하다. 양재천, 안양천 등이 자연형으로 복원된 사례는 몇 군데 있지만 복개를 걷어내고 하천을 복원한 사례로는 산지천이 국내 최초이기 때문. 게다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서울 청계천 복원도 산지천을 모델로 했다는 것이 제주 사람들의 자부심을 한층 높이고 있다. 산지천 복원사업을 담당했던 제주시 관계자는 “이명박 시장이 산지천에서 청계천 복원에 대한 힌트를 많이 얻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산지천과 청계천은 유사한 점이 많다. 산지천 위 주상복합 상가와 청계천 위 고가도로가 붕괴위험에 맞닥뜨렸고 주변 상권과 맞물려 주민 반발이 거셌던 부분도 서로 닮았다. 산지천 위 상가 철거가 결정되자 상인들은 거세게 반발했으며 시장실이 점거되기도 여러 차례였다. 제주 시의회에 산지천복원 특별위원회가 구성돼 주민 설득에 나서 2년여 동안의 끈질긴 설득 끝에 176억원을 들여 보상 및 철거를 마쳤다. 주변 상인들의 반대는 청계천도 만만치 않았다.

수백년전 형성된 시내 중심가를 꿰뚫는 지리적 위치로 인해 하폭이 좁다는 점과 문화유산을 많이 지니고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청계천이 오간수문, 수표교 등의 역사 유적을 보유하고 있었다면 산지천은 빨래터, 홍예교 등의 문화유산을 지니고 있었다.

이런 까닭에 청계천 복원과 관련한 논의가 본격화됐던 2002년부터 12차례 서울시 각급 관계자가 복원된 산지천을 찾았다. 특히 2002년 11월 이명박 시장이 다녀간 이후로 청계천 복원 사업은 급물살을 탔다. 5일 현재 72.69%의 공정이 진행된 청계천 모습은 산지천과 비슷하게 닮아 있다. 두 하천 모두 도심지를 관통하기 때문에 복원된 하폭이 좁고 시민들이 물가로 내려가는 것이 어렵다는 단점마저 유사하다. 상류구간을 제외한 하류 구간만 복원됐다는 점도 닮았다. 청계천은 백운동천 등 북한산으로 이어지는 지류들이 도심 밑에 묻혀있고 산지천은 동문시장 일부구간이 복개된 채로 남아있다.

제주도 광역수자원본부 ㅇㅇㅇ박사는 “도시하천이라는 한계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산지천이 복원된 이후 제주도에 자랑거리가 하나 늘었다”며 “도심 복판에 사철 물이 흐르는 맑은 하천을 되살렸다는 것은 주민들에겐 크나큰 축복”이라고 평가했다.

선정수기자 js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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