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그랑프리 ‘강을 위한 기도…’ : 국민일보

\'지나가는 바람, 강은 반짝이고 새들은 자유를 만끽한다… 넓은 하늘과 대지 위에 우리들의 기도가 전해진다면…’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일본인 청년이 무대 위에서 노래를 마치자 대회장을 가득 메운 참가자들은 뜨거운 박수로 환호했다.

‘일본 강의 날’ 대회에서 그랑프리를 받은 ‘강을 위한 기도 실행위원회’ 회원들은 지난 9일 대회에서 일본의 강 살리기 사례를 발표해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이들에게 그랑프리를 안겨준 활동은 ‘배수구대항 미소기가와 정화대회’와 이들의 창작곡 ‘강을 위한 기도’다.

일본의 하수도 보급률은 64%로 한국(78.8%)보다 낮은 형편이다. 이들이 살고 있는 이시가와현 나나오시도 하수도가 보급되지 않아 마을을 흐르는 미소기가와(御?川)는 15개 배수로에서 흘러드는 생활하수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들이 미소기가와를 살리기 위해 시도한 방법은 초중고생들을 통해 배수로 유역의 경쟁을 유도하는 ‘배수로 대항 미소기가와 정화대회’였다. 학생들은 조를 나눠 배수로 유역의 집들을 돌아다니며 수질오염을 줄이는 방법을 홍보했다.

배수로로 음식물 찌꺼기와 폐식용유를 버리던 음식점 주인은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며 하수를 배수로로 함부로 버리지 못했다. 음식물 쓰레기는 마당에 파묻고 폐식용유는 종이로 닦아 쓰레기통에 버렸다.

아울러 ‘강을 위한 기도’라는 노래를 만들어 지역 출신 가수들이 강변에서 이 노래를 부르게 해 강 살리기에 주민들의 동참을 유도했다. 이같은 노력으로 홍보대상 배수로 5곳 중 4곳의 수질이 개선됐으며 800촼에 이르던 배수로의 BOD 수치는 80촼까지 떨어졌다.

대회에 참가한 모리야마 토시로(森山 外志夫) 강을 위한 기도 실행위원장은 “하수도가 없어 생활하수가 직접 강으로 흘러들어가는 현실이 역설적으로 우리 생활과 강과의 관계를 깊이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선정수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