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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일본 동경 롯본기(六本木)힐스

구태익 | 2003.12.09 01:01 | 조회 4139
도시경관의 멋을 따질 때 도쿄(東京)는 좋은 점수를 받는 편이 아니었다. 크고 작은 성냥갑들이 이리저리 줄지어 선 듯해 둘째 가는 경제 대국의 수도답지 않게 단조롭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았다. 경제 성장의 소용돌이 속에서 도시의 기능과 형태를 두루 생각할 여유가 모자랐을까. 아마 지진대에 놓여 있다는 점이 더 근본적인 제약이었을 것이다. 그런 도쿄의 스카이라인에 몇 해 전부터 탄력이 붙었다. 도심을 다시 꾸미는 대형 사업들이 속속 결실을 맺어 다양한 모습의 고층 건물군이 들어섰다. 때마침 일본경제가 10년 불황의 터널을 벗어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재개발로 조성된 이른바 \'테마파크\'형의 복합 타운들은 시민들의 생활양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도쿄도 미나토구 롯폰기(東京都 港區 六本木)의 나지막한 언덕에 있는 \'롯폰기 힐스\'다. 롯폰기는 아카사카(赤坂)·아오야마(靑山)와 함께 도쿄 도심의 트라이앵글을 이루는 지역이다. 외국인과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유흥가로도 유명하다. 지난 4월 완공된 롯폰기 힐스는 \'도쿄 속의 작은 도쿄\'라는 별명을 얻으며 단박에 명소로 떠올랐다.

롯폰기 힐스의 대지 넓이는 3만4천평, 건축 연면적 22만평이다. 54층 오피스 빌딩인 모리 타워와 21층 특급 호텔 그랜드 하얏트 도쿄, 최고 43층의 고급 아파트 4개 동(8백40가구)이 주축이다. 그들 사이에 아사히TV 방송국과 야외 스튜디오, 아홉개의 대형 스크린을 갖춘 영화관, 1백20개 점포의 고급 쇼핑몰, 젊은이의 광장인 \'할리우드 뷰티 플라자\'가 자리잡았다. 작은 연못이 있는 17세기 일본풍 정원도 꾸몄으며, 7만여그루의 나무가 단지 전체를 초록으로 감싸고 있다. 단지에는 시민들이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문화 공간이 많다. 모리 타워 꼭대기(49∼54층)의 아트 센터가 그런 곳이다.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감상하는 미술관, 회원제 도서관, 도쿄 타워 전망대보다 높은 해발 2백50m의 전망대, 그리고 각종 사교 모임을 위한 클럽 등이 있다. 모두 새벽까지 문을 열고 도서관은 24시간 운영한다.

\"롯폰기 힐스는 그 자체가 하나의 도시다. 일하고, 먹고, 즐기고, 쇼핑하고, 잠자는 일이 다 가능하다\"고 이곳을 건설한 부동산 개발회사 \'모리빌딩\'의 나가모리 도루(永森徹)국제홍보실장은 설명했다. 그는 \"일부 외신이 롯폰기 힐스를 일본의 록펠러 센터라 했지만 뉴욕의 록펠러 센터는 업무와 상업을 위한 단지일 뿐이지 이렇게 다양한 즐길 거리를 제공하지 못한다. 롯폰기 힐스는 일종의 테마 파크라 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이 같은 방식의 재개발에 대해선 비판도 적잖다. 와세다대 건축학과의 이토 시게루 교수는 \"롯폰기 힐스는 너무 많은 기능을 한꺼번에 담고 있어 방향 감각을 잃어버린 괴물 같은 느낌이 든다\"고 평한 바 있다. 그래도 도쿄 시민들은 기능들이 밀집된 공간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요즘 하루 평균 10만∼15만명의 인파가 몰린다고 한다. 롯폰기 힐스는 구상부터 완공까지 17년이 걸렸다. 제2차 세계대전 후 가장 큰 규모의 민간 재개발인 이 사업은 1986년 도쿄도가 롯폰기 6초메(丁目) 지역을 재개발 유도 지구로 지정하면서 시작됐다.

일본 최대의 부동산 개발 회사 모리빌딩의 모리 미노루(森稔)회장이 사업을 주도하겠다고 나섰다. 사업 비용(2천9백억엔·약 3조1천억원)과 설계·시공을 책임지기로 하고 주민들과 재개발조합을 만드는 논의에 들어갔다. 조합 결성은 쉽지 않았다. 지역 주민 4백여가구 중 90%가 \"이대로 단독 주택에서 살겠다\"며 반대했다. 이들을 설득해 재개발 조합을 출범시킨 것은 12년 뒤인 98년이었다. 모리빌딩은 주민들에게 땅을 팔라고 요구하지 않고 아파트 입주와 일정한 토지 지분을 보장해 재개발 이익을 공유키로 했다. 2000년에 공사를 시작한 뒤에도 \"무모한 도박\"이란 비난을 끊임없이 들었다. 일본의 부동산 경기가 나락을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엄청난 사업비를 회수하기 위해 임대료를 주변보다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모리빌딩의 후지마키 신이치(藤卷愼一)조합업무 과장은 현재 입주율이 사무실 85%, 아파트 90%라고 했다. 예상 속도의 두 배다. 특히 사무 공간이 외국계 기업들에 인기가 높아 골드먼 삭스와 리먼 브러더스, 야후 재팬이 들어왔다. 성공 비결에 대해 후지마키 과장은 \"도시 재생이라는 큰 개념으로 접근해 고객들의 바람인 품질과 효율, 문화와 환경, 안전 등을 복합적으로 충족시킨 게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도시 기능을 외곽으로 자꾸 분산시키면 국제 도시로서 경쟁력을 갖기 힘들다. 도심 공간에 업무와 주거, 문화와 교육 기능을 집적하는 개발이 필요하다.\" 롯폰기 힐스를 지은 모리빌딩의 모리 미노루(森稔·68·사진)회장은 \"도쿄 도심의 구조를 뉴욕의 맨해튼식으로 바꿔야 한다\"며 기능 집적론을 폈다. 도쿄 외신기자 클럽이 최근 그를 초청해 연 간담회 자리에서다.

\"도쿄와 뉴욕·파리를 비교할 때, 낮에 도심에서 일하는 사람은 3백만명 안팎으로 비슷하다. 하지만 도심에 살면서 밤 시간까지 여기서 보내는 사람의 수는 파리와 뉴욕이 각각 2백만명과 1백50만명으로 낮 인구의 절반 이상인데 비해 도쿄는 56만명이다. 그만큼 밤의 도심이 비는 것이다. 도쿄 사람들은 매일 출퇴근에만 평균 2시간30분을 허비한다.\" 모리 회장은 \"도쿄 사람들의 거주지가 일터에서 너무 멀리 떨어진 게 삶의 질을 형편없이 떨어뜨리는 근본 요인 중 하나다. 이들에게 시간을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는 1998년 이른바 \'도시 뉴딜 정책\'을 제안했다. 도심을 재개발해 사람들의 업무·주거 공간을 두배로 늘리면 이들의 여가도 갑절로 늘게 된다는 구상이다. 이 구상에는 프랑스 건축가 르코르뷔지에(1887∼1965)의 영향이 컸다. 르코르뷔지에는 도심의 낡은 빌딩을 고층 빌딩으로 대체하고 여유 공간을 녹지로 채우는 \'수직 도시\'를 주창했던 사람이다.

모리 회장은 \"일하고 즐기고 잘 수 있는 공간들을 몇분 거리 안에 만드는 게 나의 꿈이다. 그 결실 중 하나가 롯폰기 힐스\"라고 했다. 지진 지대인 일본에는 수직 도시 개념이 맞지 않는 듯하지만, 건축 공법이 발달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인구 집중 우려에 대해선 \"뉴욕을 보면 인구 집중이 오히려 문화적 다양성과 풍요로움을 가져오지 않았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도심 재개발이 국제 도시 도쿄의 경쟁력을 높임은 물론 일본 경제의 부활에도 결정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롯폰기 힐스 안에만 5천개의 풀타임 일자리가 새로 생겼다며 \"재개발을 위한 건설 사업과 새로운 거주·문화 공간의 탄생은 경제에 큰 파급 효과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모리빌딩은 일본에서의 성공을 디딤돌로 해 중국과 태국·필리핀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중국 상하이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 될 1백1층·4백92m의 월드 파이낸스 센터를 2007년까지 건설할 계획이다.

롯폰기 힐스는 고층이면서도 지진 피해 가능성을 최소화했다. 지난 9월 리히터 규모 4의 지진이 발생해 도쿄도청의 엘리베이터가 40분 가량 멈췄을 때 이곳 엘리베이터들은 문제 없이 작동했다고 한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롯폰기 힐스 건물 안으로 피신했다.

도쿄 도심의 다른 대형 재개발 지구로 시오도메(汐留)와 시나가와(品川)가 있다. 교통 요지인 이들 지구의 사업은 정부가 일본 국철 역의 유휴 부지를 민간 기업에 넘겨 성사됐다. 역시 복합 타운 형태다. 시오도메의 재개발 면적은 9만평. 지난해 12월 완공된 단지 내 48층 메인 빌딩에는 광고회사 덴쓰(電通)의 본사 등이 입주했다. 단지의 테마는 \'성인들의 슬로 라이프\'다.

도쿄도는 정보기술(IT) 혁명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신도시 비전\'을 2001년에 내놓았다. 도심을 복합 기능 지역으로 재생시킨다는 목표와 이를 위해 추진해야 할 일들을 담았다. 도시계획국의 오다무라 도루(織田村達)개발기획과장은 \"민간의 도심 재개발이 성공하도록 건축 규제 완화와 간선 도로 정비 등의 뒷받침을 한다\"고 말했다.

도쿄=김광기 기자(kikw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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