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1 : 나의 일본사람 탐험기
※ 박종현. [나의 일본사람 탐험기] 시공사. 2005.
저자 박종현은 일본을 건너가 15년 동안 생활하면서 동경대에서 지리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는 다이토분카대학 국제관계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그는 일본생활을 하면서 한국인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일본인들의 사고방식과 인간관계, 그들의 의사소통 방식과 문화에 주목하여 \'한국인이 잘못 알고 있는 일본인, 아직 모르고 있는 일본\'과 같은 한일대중문화의 차이에 관한 컬럼을 써오고 있는데, 이 책은 그의 컬럼을 모아 출판한 것입니다.
그가 이야기하는 일본인의 기본적인 심성은 \'수줍음을 많이 탄다\'는 것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만원버스나 전철에서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 것도 그들이 예의가 없어서가 아니라 수줍음이 많아 남들의 눈을 의식하여 또는 거절당하였을 때 민망함을 의식하여 그만두는 것이며, 유독히 카페나 바에서 혼자 앉아 홀짝거리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긴장된 대인관계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동이라 보고 있군요. 이는 거품경제의 붕괴와 장기불황에 따른 스트레스와 더불어 일본인 특유의 완벽함에 대한 스트레스와 합쳐져 일본인 특유의 집단적인 우울증 증세로 나타난 결과, 일본인의 자살률은 2002년 10만명당 25명으로 세계1위를 기록하였고 자살동기의 60%는 우울증 때문이라는 보고까지 있습니다.
일본인들의 이러한 정서는 \'혼자놀기\'의 모습으로도 확인됩니다. 취미나 매니아의 수준을 넘어선 \'오타구(お宅 : 자신이 관심을 갖는 특정분야나 사물에 몰입하여 다른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족들, 한국청소년들처럼 여럿이 함께 즐기는 온라인게임을 싫어하고 혼자서 화면만 보면서 컴퓨터랑 싸우는 오프라인 게임에만 몰입하는 일본 청소년들, 좋아하는 드라마를 DVD로 소장하여 보고 또 보고 혼자만이 즐기는 사람들, 심지어는 부부끼리도 따로 떨어진 트윈베드에서야 편한 잠을 자는 경우들이 그렇습니다.
저는 이러한 일본인의 심성은 아마도 인구밀도 높은 섬나라(달아날 곳이 없는)에다 서로 부대끼며 살면서 대인관계에 대한 스트레스를 엄청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여깁니다. 이러한 점은 좁은 한반도에 갇혀사는 우리도 마찬가지이지만, 일본은 오랜 사무라이 전통이 지배하는 동안 칼을 든 무사와 지배층 앞에서 그들과 반대되는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보였다가는 목이 달아나는 풍토에 기인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일본인 특유의 완벽성도 봉건체제 아래 자신의 직분에 최선을 다하여야 하는 사회구조에서 기인된 것이고...
이와 같이 수줍음이 많고 소심하므로 완벽하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며, 상부의 지시에 철저히 순종하는 일본인들의 국민성은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는 온갖가지 지침서와 매뉴얼들로 통제되고 있지요. 전철이나 길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온갖가지의 금지표시들과 \'이럴 때는 이렇게 하라\'는 지시문들.. 심지어는 화장실에서 물내리고 변좌를 닦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매사를 조심 조심하고 만약의 사태까지 걱정하며 매뉴얼을 작성해두고 있습니다(물론 어떤 경우에는 매뉴얼에 얽매여 융통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처럼 사회조직이 꽉 짜여져 꼼짝달싹도 못하게 통제되는 사회에서 개인이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길은 앞서 말한 \'혼자놀기\'와 함께 남들에세 폐를 끼치지 않는 한, 혼자서 상상하며 즐기는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일본에 넘쳐나는 애니메이션과 온갖 포르노물들은 혼자 놀면서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온갖 짓을 다 해보는 억누룰 길 없는 욕망의 분출구가 아닐까요? 그러므로 이러한 일본인의 심리를 잘 이용한 것이,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도록 내용보다도 포장이 더 화려하게 보이게 하는 기술(상품에서든지, 연예인이든지)의 발달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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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고양이는 만나면 왜 맨날 싸울까요?
그것은 개와 고양이의 습성이 서로 다르고, 그들만의 의사표시 방식이 서로에게 도발로 느껴지기 때문이라 힙니다. 예를 들어 개는 만나면 반갑다고 꼬리를 흔들지만 고양이에게는 꼬리를 흔드는 것이 위협행동으로 간주되며, 고양이는 반가와서 앞발을 들지만 개는 이것이 공격행동으로 본다는 얘기입니다.
인간세계에서도 마찬가지이지요.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애서도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랑하는 남녀가 만나 갈등을 빚는 것도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듯이 한국인과 일본인이 서로를 싫어하는 것도 많은 경우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물론 한국인에게는 일본인에 대한 오해 말고도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역사적 인식에 기인한 바도 있지만..).
이 책은 물론 한국에서 나고 자란 뒤, 스무살에 일본으로 건너가 15년간 저자가 만난 일본인들을 토대로 그의 개인적인 경험과 느낀 바를 서술한 것이니 이것이 반드시 일본인 전체의 의식을 대변한다고 속단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그의 경험을 통해 한국인들이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일본인들의 기본적인 심성을 이해한다면 일본은 더 이상 \'가깝고도 먼\' 나라가 아니라 \'가깝고도 가까운 나라\'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이 책을 읽고 일본정원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습니다. 수줍음을 많이 타는 일본인들이 혼자놀기 위해 자신이 상상하는 작은 세계(특히 枯山水정원이나 縮景式정원, 茶庭양식 등은 오로지 일본인 특유의 상상을 통하여야만 그 맛을 느낄 수 있는 정원입니다)를 꾸며 놓고 즐기려는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며, 여기에 오타구적인 기질을 발휘하여 쓸고 닦고 자료를 정리하였고 그 결과 동양적 신비에 매혹하는 서양인들의 눈을 통해 동양정원의 대표작처럼 알려졌다고 할 것입니다.
나머지 몇 권은 다음에 시간나는대로 정리해서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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