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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유감..
국제적 망신을 자초한 부안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참상을 보면서 한동안 청소년시설에 관해 많은 고민을 했던 사람으로서 엄청난 자괴감에 빠집니다. 그러다가 문득 꼭 20년 전 경기개발원 News Letter에 기고했던 200자 원고지 5매 분량의 짧은 글이 생각나 파일을 찾아 여기에 올려봅니다.
모름지기 청소년 수련활동(야영활동 포함)은 쾌적한 시설과 환경에서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자기 성찰과 계발을 꾀하는 것이 목적이어야지, 결코 불편한 시설과 열악한 환경에서 온갖 어려움과 위험을 감내하는 극기훈련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습니다.
Youth training activities (including camping activities) should be aimed at self-reflection and development through program operation in pleasant facilities and environments, and it is not the purpose of training to endure all difficulties and risks in uncomfortable facilities and poor environments.
===================
세 가지 경우 : 경기개발원 원고
ㆍ상황-1 : 그날은 비가 온다고 예보되었지만, 선생님은 예정대로 캠핑을 간다고 하셨다. 우리는 조별로 텐트와 먹을거리, 침구 등을 배낭에 넣어 각자 버스를 갈아타고 S야영장으로 갔다. 야영장에 도착하여 텐트를 치고 저녁을 지어먹은 뒤, 우리끼리 장기자랑을 하며 신나게 놀다가 11시가 넘어 잠자리에 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바닥이 차가워 잠을 깨고 보니 장대비가 내리고 있었다. 바람도 심하게 불어 텐트가 날릴 지경이었다. 친구들은 모두가 몸이 다 젖은 채 밤새 텐트를 붙들랴 물을 퍼내랴 정신이 없었다.
ㆍ상황-2 : 9월초이긴 하지만 날씨는 무더웠다. 중학생으로 보이는 40명 정도의 학생들은 뙤약볕에 앉은 채, 나무그늘 아래 앉은 담임인 듯한 여선생님이 시종일관 반말로 야단치는 소리를 묵묵히 고개 숙여 듣고만 있었다.
ㆍ상황-3 : 아이들은 건장한 젊은이와 함께 떠들고 웃으며 대패질도 하고 못질도 하며 무엇인가를 만들고 있었다. 저쪽 구석에서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낙서와도 같은 그림을 그리느라 연신 컬러스프레이를 뿌리고 있었다.
첫 번째는 중2때 야영활동에 참가했던 큰 아들이 돌아와 투덜거리며 말한 내용이다. 형편없는 시설에서 지도자도 프로그램도 없이 아이들만 위험에 방치된 전형적인 경우일 것이다.
두 번째는 얼마 전 전국야영장 실태조사를 갔다가 우연히 목격한 현장으로, 시설은 있으나 프로그램도 없고 지도자의 자질도 모자라는 경우이다.
마지막은 연초(2003) 유럽의 청소년시설 답사여행을 갔을 때 독일의 한 소도시에서 청소년회관(Jugendzentrum)을 건설하는 과정을 지켜본 광경이다. 청소년회관을 조성하는 데에 건축가는 건물의 뼈대를 만들어주고 전문적인 조언만 할 뿐 그 나머지는 청소년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공간을 만들어가는 부러운 광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자, 이제 언제까지 우리 청소년들이 불편한 시설에서 하는 수 없이 인내해야 하거나 설레는 마음으로 수련활동에 참가했다가 기합만 받고 돌아오는 것이 수련활동의 전부이어야 할까?
2003. 05.09 [200자 원고지 5매]
모름지기 청소년 수련활동(야영활동 포함)은 쾌적한 시설과 환경에서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자기 성찰과 계발을 꾀하는 것이 목적이어야지, 결코 불편한 시설과 열악한 환경에서 온갖 어려움과 위험을 감내하는 극기훈련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습니다.
Youth training activities (including camping activities) should be aimed at self-reflection and development through program operation in pleasant facilities and environments, and it is not the purpose of training to endure all difficulties and risks in uncomfortable facilities and poor environ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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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경우 : 경기개발원 원고
ㆍ상황-1 : 그날은 비가 온다고 예보되었지만, 선생님은 예정대로 캠핑을 간다고 하셨다. 우리는 조별로 텐트와 먹을거리, 침구 등을 배낭에 넣어 각자 버스를 갈아타고 S야영장으로 갔다. 야영장에 도착하여 텐트를 치고 저녁을 지어먹은 뒤, 우리끼리 장기자랑을 하며 신나게 놀다가 11시가 넘어 잠자리에 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바닥이 차가워 잠을 깨고 보니 장대비가 내리고 있었다. 바람도 심하게 불어 텐트가 날릴 지경이었다. 친구들은 모두가 몸이 다 젖은 채 밤새 텐트를 붙들랴 물을 퍼내랴 정신이 없었다.
ㆍ상황-2 : 9월초이긴 하지만 날씨는 무더웠다. 중학생으로 보이는 40명 정도의 학생들은 뙤약볕에 앉은 채, 나무그늘 아래 앉은 담임인 듯한 여선생님이 시종일관 반말로 야단치는 소리를 묵묵히 고개 숙여 듣고만 있었다.
ㆍ상황-3 : 아이들은 건장한 젊은이와 함께 떠들고 웃으며 대패질도 하고 못질도 하며 무엇인가를 만들고 있었다. 저쪽 구석에서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낙서와도 같은 그림을 그리느라 연신 컬러스프레이를 뿌리고 있었다.
첫 번째는 중2때 야영활동에 참가했던 큰 아들이 돌아와 투덜거리며 말한 내용이다. 형편없는 시설에서 지도자도 프로그램도 없이 아이들만 위험에 방치된 전형적인 경우일 것이다.
두 번째는 얼마 전 전국야영장 실태조사를 갔다가 우연히 목격한 현장으로, 시설은 있으나 프로그램도 없고 지도자의 자질도 모자라는 경우이다.
마지막은 연초(2003) 유럽의 청소년시설 답사여행을 갔을 때 독일의 한 소도시에서 청소년회관(Jugendzentrum)을 건설하는 과정을 지켜본 광경이다. 청소년회관을 조성하는 데에 건축가는 건물의 뼈대를 만들어주고 전문적인 조언만 할 뿐 그 나머지는 청소년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공간을 만들어가는 부러운 광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자, 이제 언제까지 우리 청소년들이 불편한 시설에서 하는 수 없이 인내해야 하거나 설레는 마음으로 수련활동에 참가했다가 기합만 받고 돌아오는 것이 수련활동의 전부이어야 할까?
2003. 05.09 [200자 원고지 5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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