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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금연기

구태익 | 2008.01.16 01:01 | 조회 1665
고등학교 때까지 가지말라는 곳은 가지 않았고, 하지 말라는 짓은 하지 않은 착한 범생이었던 나는, 1978년 3월 대학에 입학하여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나같은 범생이들과 어울리며 담배를 피기 시작하였다. 이제는 대학생이니 어른이 되었다는 우쭐한 치기(稚氣) 때문이었을 것이다.

담배를 피는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듯, 보통 하루에 한 갑.. 술을 마시거나 어쩌다 밤새 설계과제를 하여야 하는 날은 줄담배 피기가 일쑤. 이렇게 담배에 중독되어 있는 동안 가장 자존심 상하는 일은, 날밤을 새다가 담배가 다 떨어지면 어찌할 줄 몰라 당황하며 급기야는 재떨이를 뒤지거나 바닥에 버려진 꽁초라도 주어 불을 붙이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할 때이었다. 호랑이는 굶어죽을지언정 썩은 고기를 먹지 않는다는데..

그렇게 담배에 중독이 된 지, 10년. 나는 아무 이유 없이 금연을 결심하였다. 굳이 의미를 붙이자면 내가 대학을 입학한 지 10년, 다시 말해 담배를 피기 시작한 지 꼭 10년 되는 1988년 3월1일D-day로 삼아, 담배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하고자 한 것이었다.

그때 그런 생각을 하였다. 담배의 해독을 모르는 사람이야 없겠지만, 담배로 인해 온갖 질병에 시달리며 쾍쾍거리다가 [시한부 생명]이라는 의사의 진단을 받고 그제서야 좋아하는 담배를 못피게 된다면 얼마나 자신이 초라할까 하고... 그러기 전에, 내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적에 나의 의지로 단박에 담배를 끊을 수 있다면 나 자신이 스스로에게 자랑스러울 것이라 생각하였다.

또한 이런 생각도 하였다. 무슨 일을 새로 시작하는 일은 어렵지만, 하던 일을 관두기는 쉬운 법이라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었다. 평소 아침 잠이 많은 사람이 내일부터 새벽에 일어나 운동하겠다는 결심은 정말 지키기 어렵지만, 아침운동을 계속하던 사람이 다음날부터 관두기는 너무 쉬운 일 아닌가...

3월1일 아침에 일어나 밥먹고 이를 닦은 뒤, 담배를 참았다. 1시간, 2시간.. 5시간, 10시간.. 하루, 이틀, 사흘... 그렇게 매일매일 담배를 피지 않은 시간이 연장되어가는 것을 즐거워하며, 금단현상조차도 즐겼다. 이제까지 견뎌온 시간이 아까와서도 다시 담배를 집어물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금연은 성공한듯 하였다. 담배를 끊은지 2년반이 훨씬 지났으니까...

1990년 10월경이라 기억된다. 우연한 술좌석에서 어느 짓궂은 분의 치기어린 장난 끝에 담배에 불을 붙여 한 두 모금 피우다 곧바로 꺼버린 적이 있는데, 그 이후 2년반을 넘게 끊어온 담배를 다시 피게 되었다. 나도 정말 내가 그렇게 쉽사리 다시 담배를 피게 될 줄은 몰랐다. 2년반이나 지났으니 이젠 완전히 담배의 해독으로부터 벗어났으리라 여겼는데, 너무도 쉽사리 재발한 것이었다. 물론 그 무렵에 날밤샐 일들이 많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건 사실이지만, 그건 다 변명일 뿐이었다.

그러고 근 10년 가까이 다시 담배를 피워왔고, 박사논문을 쓰던 1999년은 더많은 담배를 피웠던 것 같다. 박사논문이 통과되고, 은사님 자제분의 결혼식이 있었던 1999년 12월24일(금). 결혼식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마침 담배가 떨어졌다. 헌데 그날이 크리스마스 이브인데다가 연휴의 시작이어서인지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담배가게가 모두 문을 닫아 담배를 살 수가 없었다.

집으로 돌아와 가까운 가게 몇 군데를 돌아다녔으나 그날 따라 모두 문을 닫고 담배를 살 수가 없었다. 그러는 동안 하는 수 없이 담배를 참아야 했던 시간이 3시간이 훨씬 지났다. 그리고 망설였다. 차라도 몰고 나가서 담배가게를 찾아볼까? 아니면 모처럼 3시간을 참았는데 더 참아볼까? 그러다가 [귀차니즘]이 발동하여 일단 참아보기로 하였다. 다음날은 크리스마스, 그 다음날은 일요일.. 연휴동안 하는 수 없이 금연을 하고, 3일째 되는 날인 월요일 가게로 가서 담배를 샀다.

그리고는 다시 망설였다. 나는 이미 3일간 담배를 피지 않고 견뎠는데, 이 담배 포장지를 뜯는 순간 다시 나는 담배중독자로 돌아간다. 뜯을 것인가 말 것인가... 일단 호주머니에 담배를 넣고 집에 돌아와 눈에 잘 띄는 거실 텔레비젼 위에 라이터와 담배를 가지런히 올려놓고, 노려보았다. 나는 언제건 저 담배를 다시 필 수 있다. 하지만 견뎌보자. 담배로부터 자유로와질 것인가? 아니면 다시 담배에 영혼을 팔고 중독자로 살 것인가?

그렇게 견뎌온 세월이 이제 8년이 지났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담배를 완전히 끊었다고 자신하지 않는다. 그저 아직도 담배를 참고 있다고 생각할 뿐.. 물론 그렇다고 지금 담배를 피고 싶다는 것도 아니요, 8년여를 참아온 세월이 아까와서도 다시 피지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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