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知之謂知之不知謂不知是知也 [이성주의 건강편지]

구태익 | 2010.04.02 01:01 | 조회 1168
조선시대 문인 유몽인은 임진왜란 때 원군(援軍)으로 온 온 명나라 관리에게 “조선에서는 제비도 경서 하나쯤은 읽는다”며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논어’ 위정편의 ‘지지위지지부지위부지시지야(知之謂知之不知謂不知是知也)’라는 구절에서 따온 것이죠. 아시다시피, 아는 것을 아는 것이라고 말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인정하는 것이야 말로 아는 것이라는 뜻입니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인정하는 것, 이것이야 말로 지식의 첫걸음이 아닐까요? 공자보다 80년쯤 뒤에 살았던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도 무지의 자각을 학문의 출발점으로 삼았습니다. 그리스 델포이에 있는 아폴로 신전의 벽에는 ‘그노시 소통(Gnothi Seauton)’이라는 경구가 새겨져 있습니다. 영어로는 ‘노 다이셀프(Know Thyself)’, 우리말로는 ‘네 자신을 알라’는 뜻입니다. 소크라테스는 현학과 괴변으로 지식을 자랑하는 소피스트(Sophist)들에게 이 구절을 들려주며 자성을 촉구했습니다.

말이 어지럽습니다. 자신의 말에 책임지지 않는 말들이 마구 돌아다닙니다. 말이 꼬리를 물고 말이 누군가를 살해합니다. 서해 바다 심해에 잠긴 수병들은 말이 없는데, 말이 말과 싸우고 있습니다. 해군 당국이 사고시간을 몇 번이나 바꾸는 등 해명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지만, 바다 밖에서 떠도는 말들은 수위를 넘어 난폭합니다. 언론은 무책임하고 네티즌의 글에는 비린내가 납니다.

애국심 과잉일까요? 왜 모두 자신은 옳고 다른 사람은 형편없다고 생각할까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비록 해군이 초유의 사태에서 100% 완벽한 사고처리는 하지 못하고 있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을 겁니다. 이 와중에서 소중한 인명도 잃었고요. 저도 한때 왜 군인은 병렬식으로 일을 처리하지 못하고 순차적으로만 움직일까 답답했지만, 사정을 들어보니 불가항력적인 부분도 있더군요.

주위의 훈수와 참견, 비난이 도를 넘습니다. 사실을 찾고 분석할 틈도 주지 않고 몰아세웁니다. 유가족의 슬픔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해군 역시 전우를 잃은 비통함에 잠겨있습니다. 특히 “너는 왜 살았느냐”는 비난은 잔인한 폭력입니다. 비수입니다.

조금만 기다려줍시다. 최선을 다하도록 도와줍시다. 사람의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있음을, ‘빨리빨리’로도 안되는 일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나서 정부와 해군이 납득할 수 없는 일을 하면 그때 비난해도 늦지 않습니다.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할 수 없는 지경이면 그때에는 매섭게 몰아쳐도 됩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어쩌면 해군이 더 답답할 겁니다. 팩트들을 모으고 이를 면밀히 분석해서 과학적 결론을 내릴 때까지 심해의 시야만큼 안 보일 수도 있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때까지 섣부른 단정과 비난, 저주, 조롱을 삼갑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사랑과 기도입니다. 겸허함입니다. 말보다는 마음이 필요할 때입니다. 모르는 일, 책임지지 않는 일에 대해 말이 많은 것은 부끄러움입니다. 수치입니다.

“지금 성 안에는 말(言) 먼지가 자욱하고, 성 밖에는 말(馬) 먼지가 자욱하니 삶의 길은 어디로 뻗어 있는 것이며, 이 성이 대체 돌로 쌓은 성이옵니까, 말로 쌓은 성이옵니까” (김훈의 ‘남한산성’에서 최명길의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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