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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서코치를 위한 변명 [이성주의 건강편지]

구태익 | 2010.08.30 01:01 | 조회 1109
\"누구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남을 이용해서는 안된다\"

올 초 우리 모두를 감동케 했던 ‘여왕 김연아’가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외신에 따르면 ‘피겨 퀸’은 26일 캐나다 토론토 크리켓 아이스링크에서 눈물을 보였다고 합니다. 며칠 동안 ‘스승’ 브라이언 오서와의 갈등이 보도되면서 가슴에 상처를 입었기 때문일 겁니다.

이번 갈등을 보면서 가슴이 무거웠습니다. 회자정리(會者定離)의 아픔은 스포츠계라 해서 예외가 아닐 겁니다. 스포츠맨십과 전쟁이라는 양면성이 있는 스포츠계에서는 보다 더 나은 파트너를 찾기 위해 오늘의 동지와 결별하는 일이 늘 일어납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과정에 아쉬움이 남습니다. 상당수 ‘3류 언론’들이 김연아 편을 들어 무리한 보도를 하면서 되레 누리꾼들을 자극하는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양 측에서 주장한 것의 교집합만 제3자의 눈으로 바라보면 사건은 단순합니다. 한국의 일부 스포츠지들은 “오서가 ‘… …’라고 김연아 측을 비난했다고 보도했는데, 이들 기사의 인터뷰 원문을 찾아서 ‘비난했다’ ‘욕했다’ 등 기자의 주관이 들어간 부분을 빼고 오서의 코멘트 부분만 보면 오서에게 김연아에 대한 악감정은 없어 보입니다.

오서 코치는 김연아의 어머니 박미희 씨로부터 결별을 통보받았고, 3주 뒤 오서의 소속사인 IMG가 이 사실을 대중에게 알렸습니다. 그러자 김연아의 소속사로, 어머니 박씨가 대표로 있는 올댓스포츠는 “오서가 먼저 결별을 통보했다”고 반박했습니다. 오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가 일부 기자들의 집요한 인터뷰 요청에 “내가 그만 둔 것이 아니라 연아의 어머니가 그만 두게 했다. 이유도 말해지 않았다”고 사실을 토로했습니다. 이들 인터뷰 기사를 보면 오서가 섭섭한 감정을 갖고 있지만 김연아에 대한 애정과 기대는 그대로라는 것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김연아가 자신의 트위터에서 “브라이언 거짓말을 그만두지 않으시렵니까? 나는 무엇이 어떻게 진행된 것인지 알고 있고 지금 이 결정은 내가 한 것이어요(Would you please stop to tell a lie, B? I know exactly what’s going on now and this is what I’ve DECIDED).”라고 반박하면서 문제가 더 커졌습니다. 아마 어머니를 보호하기 위해서 그런 말을 한 것 같은데 오서가 먼저 코치를 그만 두겠다고 제안했다는 이전 올댓스포츠의 공식입장과 배치됩니다.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김연아가 stop의 목적어로 ‘to 부정사’를 쓴 것도 이해가 잘 안됩니다. 그가 쓴 글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입니다.

어쨌든 김연아는 1시간 만에 트위터의 글을 지웠습니다. 오서는 한국 기자와의 인터뷰를 피하다가 스포츠조선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심정을 밝혔습니다. 이때에도 김연아를 공격하지 않았고 오로지 자신을 변호했습니다. 아사다 마오가 코치직을 제안했지만 김연아에게 그녀가 최우선이라고 밝혔다고, 또 자신에게는 돈이 아니라 신의가 중요하며 이 때문에 1주에 550달러(60만원)를 받고 기꺼이 김연아를 가르쳤다고, 4월 아이스쇼 때에도 돈을 받지 않고 연아를 위해 링크에 섰다고. 그러면서 김연아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사랑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온라인에서는 김연아 측을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이때 반전의 계기가 생겼습니다. 국내 언론들이 한꺼번에 “해외 언론에서 오서가 피겨계의 불문율을 깨고 김연아의 다음 프로그램 음악을 폭로한 것에 대해 한목소리로 비난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것은 우리나라 언론의 부끄러운 과잉, 왜곡보도입니다. 미국 NBC방송이 운영하는 스포츠 채널 유니버설스포츠의 블로그 기사를 해외 언론 전체로 확대 보도했습니다. 이 기사에서는 오셔의 AFP와의 인터뷰를 문제 삼았는데 오서는 “김연아의 새 프로그램은 환상적이고 내가 본 것 중의 최고”라면서 “한국의 민요 아리랑이 사용됐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오서가 너무 나가기는 했습니다. 김연아의 장래를 긍정적으로 얘기한다는 것이 \'작전\'을 얘기해버린 셈이 돼버린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프로그램 음악에 대해서 미리 알리는 선수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유니버설스포츠의 그 기사에도 나와 있습니다. 경쟁자가 비슷한 음악으로 작품을 만들어내면 맥이 빠질 수 있지만 미국 선수가, 아니면 일본 선수가 ‘아리랑’을 배경음악으로 경기에 나서겠습니까? 유니버설스포츠의 그 블로그 기사에도 “왜 프로그램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불문율을 깬 것인지 기자가 설명해달라”는 댓글이 올라와 있습니다.

김연아는 대한민국의 보물(寶物)입니다. 제가 존경하는 선배가 “카타리나 비트의 우승 장면을 현장 취재할 때 경외감을 느끼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저런 선수가 절대 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단정했다”며 “그러나 김연아가 내 생각이 짧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말한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저 역시 김연아를 좋아합니다. 그렇기에 \'여왕으로서의 행동\' 역시 좀 더 아름답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브라이언 오서는 너무나도 순박해 보이지만, ‘퀸’이나 한국 언론이 무시해도 좋을 만큼 만만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는 세계 피겨 스케이트 명예의 전당에 오른 인물입니다. 1988년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캐나다 대표팀의 기수를 맡았으며 비록 84년, 88년 아슬아슬한 점수로 올림픽 은메달에 머물렀지만 87년 세계선수권을 제패한 스타였습니다. 그는 ‘Mr 트리플 액셀’로 불린 전설입니다.

오서 코치는 또 하나의 전설을 위해 코치가 돼달라는 김연아의 요청을 수락했습니다. 김연아가 금메달을 땄을 때 그 감격의 표정은 절대 지어낸 것일 수가 없습니다. 김연아 측이 정상에서 하산하기 위해 이번에 오서를 이용하지 않았기를 빌 따름입니다.

아무도 오서를 변호해주는 언론이 없기에 제가 그 역할을 대신했습니다. 주제넘은 짓을 하지 않았나 모르겠습니다. 이번 사건은 올댓스포츠 측이 “4년간 오서에게 많은 것을 배웠지만 다른 가르침이 필요하다. 오서에게는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로 관계를 정리했으면 그냥 끝날 일이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가 있습니다. 더 이상 무리수를 두지 않기를 빕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언론들, 정말 이러면 안 됩니다. 왜곡을 거듭하며 싸움을 붙이고 진흙탕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누구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남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임마누엘 칸트의 정언명법을 떠올린 것, 너무 앞서 나간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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