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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구태익 | 2002.11.21 01:01 | 조회 1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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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안톤 시나크









울고 있는 아이의 모습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정원의 한 모퉁이에서 발견된 작은 새의 시체 위에




초가을의 따사로운 햇빛이 떨어져 있을 때




대체로 가을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게다가 가을비는 쓸쓸히 내리고 사랑하는 이의 발길은 끊어져




거의 한 주일이나 혼자 있게 될 때




아무도 살지 않는 고궁




그 고궁의 벽에서는 흙덩이가 떨어지고




창문의 삭은 나무 위에는 \'아이세여, 내 너를 사랑하노라.......\' 라는




거의 알아보기 어려운 글귀가 씌어 있음을 볼 때




숱한 세월이 흐른 후에 문득 발견된 돌아가신 아버지의 편지




편지에는 이런 사연이 씌어 있었다.




\'사랑하는 아들아, 네 소행들로 인해 나는 얼마나 많은 밤을




잠 못 이루며 지새웠는지 모른다......\'




대체 나의 소행이란 무엇이었던가




하나의 치기어린 장난, 아니면 거짓말? 아니면 연애 사건이었을까?




이제는 그 숱한 허물들도 기억에서 사라지고 없는데




그 때 아버지는 그로 인해 가슴을 태우셨던 것이다.




동물원의 우리 안에 갇혀 초조하게 서성이는




한 마리 범의 모습 또한 우리를 슬프게 한다.




언제 보아도 철책가를 왔다갔다하는 그 동물의 번쩍이는 눈, 무서운 분노




괴로움에 찬 포효, 앞발에 서린 끝없는 절망감, 미친 듯한 순환




이 모든 것은 우리를 더없이 슬프게 한다.




휠데를린의 시, 아이헨도르프의 가곡




옛 친구를 만났을 때




학창 시절의 친구 집을 방문했을 때,




그것도 이제는 그가 존경받을 만한 고관대작




혹은 부유한 기업주의 몸이 되어, 몽롱하고 우울한 언어를 조종하는




한낱 시인밖에 될 수 없었던 우리를 보고 손을 내밀기는 하되,




이미 알아보려 하지 않는 듯한 태도를 취할 때




사냥꾼의 총부리 앞에 죽어 가는 한 마리 사슴의 눈초리




자스민의 향기




이 향기는 항상 나에게




창 앞에 한 그루 노목(老木)이 섰던 나의 고향을 생각하게 한다.




날아가는 한 마리 해오라기




추수가 지난 후의 텅 빈 논과 밭




술에 취한 여인의 모습




어린 시절에 살던 마을을 다시 찾았을 때




그 곳에는 이미 아무도 당신을 알아보는 이 없고




일찍이 뛰놀던 놀이터에는 거만한 붉은 주택들이 들어서 있는데다




당신이 살던 집에서는 낯선 이의 얼굴이 내다보고




왕자처럼 경이롭던 아카시아 숲도 이미 베어져 없어지고 말았을 때




이 모든 것은 우리의 마음을 슬프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이 어찌 이것 뿐이랴...




오뉴월의 장례행렬




가난한 노파의 눈물




거만한 인간




바이올렛 색과 그리고 회색의 빛깔들




둔하게 울려오는 종소리와 징소리




바이올린의 G현




가을밭에서 보이는 연기




산길에 흩어져있는 비둘기의 깃




자동차에 앉아있는 출세한 부녀자의 좁은 어깨




유랑 가극단의 여배우들




세번째 줄에서 떨어진 어릿광대




지붕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




휴가의 마지막 날




사무실에서 때묻은 서류를 뒤적이는 처녀의 가느다란 손




보름날밤 개 짓는 소리




크눗함센의 두 세 구절




굶주린 어린이의 모습




철창 안으로 보이는 죄수의 얼굴




무성한 나뭇가지 위로 내려앉는 하얀 눈송이




이 모든 것 또한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다.




**********





고등학교 국어시간에 아주 감동받았던 詩였습니다.




사랑이란 그리움이란 이름으로




아픔이란 이름으로




여러 모습을 보이며




아주 오랜시간 마음을 시들게 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 가을이 다 지나고 겨울이 다가옵니다.




겨울채비를 하는 모든 이들과 함께




다시 돌아올 봄을 기약하고 싶습니다.....^^






구 태 익







▶안톤 시나크(Anton Schnack, 1892-1961)



독일 남프랑컨주 리넥 출생
리넥 김나지움 졸업



다름슈타드, 만하임, 프랑크푸르트 등지에서 신문기자 역임
두 차례 세계 대전에 참전(2차 대전 중 전쟁 포로 생활)
1945년 포로 생활에서 풀려나 작품 활동 시작



ㆍ저서 : 시집 <욕망의 장>, 장편소설 <사랑의 후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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