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새순을 따노라면 두릅나무에게 정말 미안합니다. 한 개의 줄기로 서서 추운 겨울을 견디다가 늦봄에 한줄기의 잎을 간신히 피어 올렸건만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또옥또옥 따다바립니다. 저도 한끼 밥상의 \'향락\'을 위해 땄습니다. 새싹이 뜯긴 자리에는 피같은 진액이 곧 상처를 에워쌉니다. 잎이 없는 앙상한 두릅나무는 는개 빛에 더 애처롭습니다.
\"한줄기 뻗은 나무 너는 죽었는가 살았는가/아무 표정이 없구나/채 피어보기도 전에 뜯기는 구나/앙상한 외가지로 눈물같은 가시만 품고 서서/살아서 죽은 척 휘우듬하니 서있구나/죽은 척 살아서 발밑으로 몰래몰래 새끼를 치는구나.\"
김봉준 <화가>
ㆍ중앙일보 2003년 5월3일(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