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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틱] 광화문광장, 네 가지 의문 / 배정한

구태익교수 | 2019.01.29 14:10 | 조회 796

배정한
서울대 조경학과 교수·‘환경과조경’ 편집주간

10년도 안 된 광화문광장을 다시 뜯어고치는 구상이 현실로 다가왔다. 빛의 속도로 진행된 설계공모의 당선작이 지난 21일 발표됐다. 서울시 보도자료의 첫 문장은 거대한 수사로 가득하다. “광화문광장이 오는 2021년 차 중심의 거대한 중앙분리대라는 오명을 벗고 역사성을 간직한 국가 상징광장이자 열린 일상의 민주공간으로 탈바꿈,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다.”

서울의 대표 공간이라는 매력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조경가와 건축가는 이번 공모를 외면했다. 477팀이나 참가 등록을 했지만 70팀(국내는 38팀)만 최종 작품을 제출하는 데 그쳤다. 이미 기본계획에서 모든 걸 정해놓고 시작한 설계공모.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게 전문가의 속성이지만, 쓸데없이 노 젓다 자칫 팔뚝만 굵어질까봐 돌아선 셈이다. 목적, 과정, 결과 모두 따로 노는 이 전시성 사업에 네 가지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촛불로 타오른 시민혁명의 현장을 왜 지금 고쳐야 하며, 왜 2021년 5월에 완공해야 하는가. 물론 현재의 ‘오세훈표’ 광장은 여러모로 아쉽다. 대로를 건너야 광장으로 갈 수 있다. 형태도, 디테일도 졸작이다. 세종대왕 동상이 북악산과 인왕산 경관을 가로막는다. 그럼에도 민주적 공론장으로, 시민과 관광객의 포토 존으로 이용되고 있다. 도시의 미래를 그리는 장기 구상은 바람직하지만, 정치 일정에 따라 시간표를 못 박은 과속 주행은 시민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 2021년까지 1천억원을 들여 표피만 성형하고 지하 공간 연결과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역사 신설을 위해 다음 시장이 다시 광장을 뜯어야 하나.

둘째, 왜 역사광장이라는 이름으로 경복궁 앞터를 복원하는 데 집착하는가. 전근대 조선 왕조의 월대와 해태상을 제자리에 놓고 의정부와 삼군부 터를 발굴하기 위해 교통 구조를 기형화한 구상을 “잃어버린 역사성의 회복”이라는 수사로 설득할 수 있을까. 이곳은 현대사를 뒤바꾼 사건과 기억이 쌓인 진행형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옛 형태는 면밀한 조사를 통해 체계적으로 기록해놓으면 충분하다. 왕궁 일대를 회복하는 광장 재구조화가 민주공화국 시민의 품에 안겨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셋째, 왜 꼭 세종문화회관 쪽으로 붙여서 넓혀야 하는가. 이 편측 확장이 설계공모의 핵심 지침인데, 왜 확장된 그 자리에 지하 계단과 성큰(sunken) 공간을 길게 뚫어 광장을 자르는 안을 당선작으로 뽑았을까. 세종문화회관 쪽 접근성을 개선해야만 “세계 최대의 중앙분리대”를 교정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전 예정인 미국대사관 쪽으로 붙이면 종로와 청계천 방향의 보행 흐름이 좋아진다. 파리 샹젤리제처럼 길 양쪽에 광장을 조성할 수도 있다. 간단한 대안은 필요할 때마다 차도를 막아 광장으로 쓰는 방법이다. 주말에 차량을 전면 통제해 보행자의 해방구를 만들어도 된다.

넷째, 우리는 왜 동상에 집착하는가. 당선작 발표 후, 엉뚱하게도 이순신 동상 이전 논란이 여론의 중심을 차지했다. 이전 반대 여론이 높자 시장, 기획자 겸 심사위원장, 당선작 설계자 모두 현 위치에 둘 수 있다고 인터뷰했다. 그대로 두건 옮기건 동상은 이 광장의 핵심이 아니다. 오히려 동상 논란 덕분에 사업 자체는 기정사실이 되고 말았다. 동상만 제자리에 둔 채 정말 2021년 5월에 새 광장을 완공하게 될까봐 두렵다. 급하게 만들면 시민의 품으로 또 하나의 졸작이 돌아올 뿐이다. 당선작을 밑그림 삼아 긴 호흡으로 연구하고 치열하게 토론해야 한다. 결정과 실행은 다음 세대의 몫이다.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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