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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경험의 중요함을 일깨워주는 [각인이론]

구태익 | 2008.02.28 01:01 | 조회 2107
1989년 2월27일 오스트리아 빈의 한 병원에서 86세의 노인이 산소호흡기를 씌우려는 간호사를 꾸짖습니다. “잘 들으시오. 당신은 나를 방해하고 있어요. 나는 죽어간단 말이오.”

그리고 맥주 한 잔을 청해 마시고 조용히 잠들었습니다. 인근 알텐베르크에서 회고록을 구술하고 나서, 병원으로 온 20세기의 최고 동물학자 콘라트 로렌츠가 세상을 떠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는 말년에 아내가 먼저 세상을 떠나자 “아내가 없었다면 지금의 내가 없었을 것이며 더 중요한 반쪽을 잃은 샴쌍둥이 신세”라고 한탄하다가, 이날 아내가 있는 세상으로 떠났습니다.

로렌츠는 비교동물학의 아버지입니다. 그는 1973년 동물이 혼자 행동할 때와 함께 행동할 때 어떤 특징을 보이는지 등에 대한 연구공로로 네덜란드의 니콜라스 틴버겐, 독일의 칼 본 프리쉬와 공동으로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습니다.

로렌츠는 아버지의 바람에 따라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지만, 관심은 온통 어릴 적부터 친구처럼 지낸 동물에 있었습니다. 그는 한때 인간의 개량에 관심을 두고 국가사회주의(나치즘)에 빠지기도 합니다. 일부에선 당시 가톨릭 사회가 동물학을 홀대했던데 비해 나치 정부가 연구를 지원하고 교수직을 준 것이 로렌츠에게 영향을 미쳤다고 해석합니다. 로렌츠는 군에 자원입대했다가 옛 소련군에 체포돼, 6년 동안 포로수용소에 갇혀 지냈습니다. 그는 포로수용소에서 능숙한 오토바이 조립과 독거미를 잡아먹는 기행 등으로 인기를 얻었고, 학자로 대접받으며 연구를 지속했다고 합니다.

그는 소련에서 풀려나온 뒤 나치 전력 때문에 교수직을 얻지 못해 쩔쩔매다 알텐베르크 비교행동학연구소를 거쳐 독일의 막스플랑크연구소에서 그의 천직인 동물학 연구에 전념했습니다.

그의 삶에서 중기(中期)가 국가사회주의의 추종으로 얼룩졌다면, 후기는 적극적인 사회운동으로 빛이 납니다. 그는 원자력발전소 건설 반대, 생태보전운동 등을 주도합니다. 로렌츠는 《공격성에 대하여》(On Aggression)에서 인간의 대량 학살무기에 대해 준엄하게 비판합니다. 동물의 공격성이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필요악인 반면, 인간의 공격성은 종의 파멸로 이끌 수 있다는 지적이었습니다.

그는 생물 교과서에도 소개되는 [각인 이론]을 정립했습니다. 인공부화로 갓 태어난 오리들이 자기를 부모로 알고 따라다니는 것을 보고, 동물은\'결정적 시기’에 처음으로 감각경험을 한 것에 본능적으로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이론화한 것입니다.

각인 이론은 사람에게도 적용이 가능합니다. 엄마 뱃속에 있을 때와 태어나서 얼마 동안의 환경이 평생을 지배합니다. 젖먹이 앞에 감각기관을 어지럽게 하는 TV를 켜놓지 말라는 소아과학회의 지침도 이 이론과 연관이 있습니다.

아이를 키울 때나, 조직이나 회사를 만들어 성장시킬 때나, 심지어 정부를 꾸려나갈 때에도 시작 무렵의 결정적 시기가 아주 중요합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 세 살 버릇이 여든 간다는 말이 과학적으로 일리가 있다는 점을 되새기게 되는 로렌츠의 기일(忌日)입니다.

[이성주의 건강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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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신입생 여러분...

내일 오전은 입학식이 있고, 오후에는 각 학과별 오리엔테이션이 있습니다. 이제 바야흐로 대학에 첫 발을 디디며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게 되는 것입니다. 명심하십시오. [각인이론]... 무슨 일이든 처음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사회에 첫발을 디딘 2월 졸업생 여러분 마찬가지입니다. 2년간 연암의 둥지에서 잘 준비한 만큼 힘차게 첫 발을 내딛기 바랍니다.

※ 첨부사진은 [로렌츠박사를 어미로 알고 따르는 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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