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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살기] 정민영

구태익 | 2008.02.11 01:01 | 조회 1524
현대 사회에서 속도는 아름다운 꽃입니다.
사람들은 속전속결의 문화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더 빨리 달려야 하고, 더 빨리 접속해야 하고, 더 빨리 클릭해야 합니다.
패스트푸드가 번창합니다. 신제품이 시시각각 옷을 갈아입습니다.
초고속으로 생산되는 문명의 혜택은 풍요롭습니다.
하지만 곳곳에서 신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물에 젖은 휴지처럼 피곤함에 절어 있습니다.
그래도 속력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분명히 중요한 무엇인가를 놓치고 있으면서도 성공을 향한 주행속도를 늦출 수도,
브레이크를 밟을 수도 없습니다. 남들처럼 그저 앞만 보고 달립니다.

이럴수록 빛나는 그림이 있습니다.
인재 강희안(1418-1464)의 [고사관수도(高士觀水圖)]가 그것입니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 아래 물이 흐르고 있습니다.
바위에 엎드린 한 선비가 팔을 괸 채 잔잔한 수면을 응시합니다.
표정이 박꽃처럼 해맑습니다.
모든 것이 정지된 듯한 풍경 속에 선비의 미소만 은은하게 퍼집니다.
세속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자연과 벗하며 내면의 평화를 찾은 듯합니다.
물은 거듭남을 상징합니다.
우리가 물에 세수를 하고 탁족을 하듯이 잔잔한 물을 보며 마음의 때를 씻습니다.
물은 무문자(無文字)의 경서입니다.
경서를 묵독하는 가운데 귀가 열리듯이 물을 보면 서서히 가슴이 맑아집니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맹렬히 질주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속도전에서 벗어난 사람도 있고, 조금씩 걸음을 늦춘 사람도 있습니다.
그들은 무엇이 성공인지,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행복의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 자문하며
인간다운 삶을 찾아갑니다. 더불어 그림 속의 선비처럼 여유로운 미소를 되찾습니다.
[고사관수도]는 패스트푸드의 시대에 더 빛나는 슬로우 푸드 같은 그림입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마음이 고요해집니다.
그리고 선비가 전하는 무언의 메시지를 들을 수 있습니다.
한 번쯤 걸음을 멈추고 자신을 돌아보라고.
걸음을 ‘반 보’만 늦추어도 삶의 질이 달라진다고.
천천히 음미하며 살라고. 느리게 살기는 인간답게 살기라고 말입니다.
선비의 말씀을 안전벨트 삼아 다시 하루의 시동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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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스 대표이사]인 정민영은 현재 미술교양지 격월간 <이모션> 편집인이자 미술전문출판사 (주)아트북스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전 월간 <미술세계> 기자, 편집장과 월간 <아트프라이스> 편집이사를 역임했으며, 공저로는 <일그러진 우리들의 영웅> <기전미술> <29개의 키워드로 읽는 한국문화의 지형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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