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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타하리의 죽음] : '이성주의 건강편지'에서

구태익 | 2007.10.15 01:01 | 조회 1869
[거짓말의 덫에 걸린 죽음]

1917년 오늘(10월15일)은 ‘팜므 파탈’(Femme Fatale.위험한 여인이라는 뜻) 마타하리가 간첩 혐의의 반역죄로 총살당한 날입니다. 현장에 몰려온 구경꾼들에게 손으로 키스를 보내고 나서 12구의 총에서 뿜어 나온 총탄에 쓰러졌습니다.

마타하리는 본명이 \'마가레타 젤러\'. 네덜란드 태생으로 부모가 이혼한 뒤 어머니가 숨져 친척집을 전전하며 연명합니다. 그 삶을 벗어나고파 인도네시아 주둔군 장교가 신문에 낸 구혼광고에 응해 결혼합니다. 그러나 남편으로부터 모질게 학대당하다가 딸을 빼앗긴 채 이혼을 당하고 새 직장을 찾아 파리로 향합니다. 거기에서부터 구름 같은 삶이 시작됩니다.

그녀는 “인도네시아 태생으로 할머니는 마두라 총독의 딸이고 아버지는 귀족 출신의 고급장교”라고 사람들을 속인 채 인도네시아의 배꼽춤과 스트립쇼를 결합한 춤으로 화제를 불러 일으킵니다. 물랭루주(‘붉은 풍차’라는 뜻의 프랑스어. 파리 최고의 쇼 공연장)의 마타하리(‘여명(黎明)의 눈동자’라는 뜻의 인니말레이어)는 그렇게 사교계의 스타로 떠오릅니다. 그녀는 유럽 각국의 상류층 남성과 염문을 뿌리며 ‘불같은 삶’을 삽니다.

지금까지 마타하리의 생애를 뒤쫓은 사람들에 따르면, 그녀는 독일로부터 정보 제공의 대가로 돈을 받았지만 독일에 중요 정보는 넘겨주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프랑스 군부는 “마타하리는 독일정보국의 스파이 H21이며 그녀가 빼돌린 군사기밀은 연합군 병사 5만 명을 죽일 수 있는 가치”라며 그녀를 총살하지만 그런 증거는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녀의 죽음에 대해 말들이 많습니다. 일부 여권론자는 “드레퓌스 사건과 달리 그녀가 여성이기 때문에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드레퓌스는 아무런 거짓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마타하리는 거짓말로 쌓은 세계에서 살았으며 심지어 동거하던 남성들에게 뜬금없이 자신이 스파이라고 떠벌리기도 했습니다. 마타하리는 스스로 파놓은 거짓말의 덫에 걸려 전쟁의 희생양을 찾던 프랑스 군부의 먹잇감이 된 것이 아닐까요?

정신의학에서 거짓말은 유아적 방어기제의 하나로 해석합니다. 대체로 과잉보호를 받거나 학대를 받은 아이는 나중에 거짓말쟁이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마타하리는 어린 시절과 결혼 때의 불우한 삶이 정신의 방어기제를 비정상적으로 만든 듯 합니다.

저는 거짓말하지 않는 것 못지않게 거짓말에 속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대체로 무지(無知), 열등감, 욕심이 올바른 판단을 방해합니다. 마타하리의 경우에도 시도니 콜레트 같은 냉철한 작가는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사기꾼”이라고 간파했습니다.

사람이나 사안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은 어렵습니다. 열등감과 욕심을 버리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주식시장의 고수들은 ‘큰 욕심’을 채우기 위해 하루에 몇 시간씩 ‘작은 욕심’을 버리는 수양을 한다고 합니다. 자신의 분수를 알고, 늘 배우려고 하고, 여러 사람의 목소리에 귀를 열고 논리적으로 판단하는 사람은 잘 속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 전체가 사기꾼에게 농락당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그런 수양의 필요성에 대해 간과하기 때문은 아닐까요? 그런데 최근 거짓말을 이어가며 2억원을 횡령한 여성은 구속됐는데, 온 세계를 속이며 최소 28억원을 횡령한 사람은 어떻게 됐는지요? 혹시 아는 사람 있습니까?

※ 첨부사진 : 마타하리

※ 이성주라는 사람은 고려대 철학과 졸업, 연세대 보건대학원 석사, 미국 존스홉킨스 보건대학교 연수한 바 있으며, 동아일보 헬스팀장을 지냈다. ‘대한민국 베스트닥터’ ‘황우석의 나라’ ‘인체의 신비’ 등 7권의 책을 펴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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