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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이야기

전적으로 공감하며, 마지막 관전평을 올림

구태익 | 2002.07.02 01:01 | 조회 1966
한국축구가 월드컵기간 동안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놀라운 성적을 올린 건 사실이며, 그 엄청난 결과에 우리는 열광했다.

분명 한국축구는 몇 달전까지만 해도 우리를 불안하게 했던 어리버리 우왕좌왕하던 동네축구의 고질병을 완전히 치유하고 새롭게 거듭난 것처럼 보였다. 세계 4강이라니..

전교 40등 내외를 오락가락하던 그저그런 학생이 전교 4등에까지 올라 교장선생님으로부터 상까지 받은 것이다. 어떤 시샘많은 자칭타칭 축구우등국가들과 땅만 넓지 속좁은 이웃나라 중국조차(이웃 맞아?) 분명 한국이 심판을 매수해서 컨닝을 했을꺼라고 입방아를 찧어대기도 한다.

홈그라운드의 이점과 붉은 악마들의 일방적인 응원이 분명 승부의 갈림길에 적쟎은 영향을 미쳤으리라 생각되지만, 학부모가 열심히 절에 가서 교회가서 기도한다고 수험생본인의 노력없이도 성적이 쑥쑥 올라가는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는 우리는 이런 시샘을 패자의 비겁한 변명이라고 가볍게 여겨도 좋았다.

하지만....

3ㆍ4위전의 안타까운 경기운영은 아무리 너그럽게 \'그만하면 되었다\'하고 웃어넘기려 했으나 앞서 민성진의 이민성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한국축구의 앞날을 위해서 몇 마디 사족(蛇足)은 달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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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4강에 오른 데 대해 포만감을 느낀 탓이었을까, 아니면 결승진출이 좌절된 아쉬움을 떨치지 못했기 때문이었을까.

태극전사들은 \'3위와 4위는 엄연히 차이가 있다. 좋은 경기를 펼쳐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거스 히딩크 감독의 욕심을 충족시키기에는 체력적으로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지쳐 있었다.

6월29일 대구 월드컵경기장.

다소 쌀쌀한 날씨속에 벌어진 터키와의 3-4위전에서 태극전사들은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을 파죽지세로 꺾고 4강신화를 일구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쿠웨이트 출신의 사드 마네 주심의 호루라기 소리에 맞춰 한국의 선축으로 플레이가 시작된 지 불과 11초. 태극전사들이 정신적으로 허트러졌다는 것을 증명하는 데는 11초로 충분했다.

센터서클에서 길게 백패스된 볼을 유상철이 중앙수비수 홍명보에게 밀어줬다. 홍명보는 볼을 길게 차거나 아니면 유상철이나 이민성에게 내줘 공격의 실마리를 풀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상대 최전방 공격라인에 투톱으로 나선 하칸 슈퀴르와 일한 만시즈가 빠르게 돌진해 들어왔지만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만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홍명보는 볼을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했고 홍명보의 다리 사이에 있는 볼을 일한 만시즈가 툭 건드리자 이는 슈퀴르에게 정확하게 연결됐다. 슈퀴르는 옆에서 커버플레이를 하는 유상철과 달려나오는 골키퍼 이운재를 피하며 가볍게 왼발슛, 선취골을 뽑았다.

주장 완장을 찬 백전노장(A매치만도 130경기 이상을 치른) 홍명보의 순간적인 방심이 월드컵 사상 최단시간 실점이라는 불명예스런 기록을 세우며 선취골을 내준 것이다.
...

나는 너무도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내 눈을 믿을 수 없었고, 실책의 주인공이 홍명보라는 점에 다시 한번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홍명보가 어찌 저런 실수를...\' 홍명보 본인은 분명 속으로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을 것이나 그를 사랑하는 많은 국민들을 그를 믿었기에, 또 그가 지금까지 한국축구 4강의 신화를 빚어온 장본인이었기에, 또한 이 경기가 승부의 의미가 이미 퇴색된 3ㆍ4위전이었기에, 그를 용서하였다.

하지만 나는 그가 다른 사람도 아닌 대한민국의 국보, 홍명보이기 때문에 결코 용서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자랑하는, 우리가 존경해 마지않는 홍명보는 결코 좌절하지 않고, 결코 잠시의 방심이나 실수로 일을 그르치는 사람이 아니어야 하기 때문이며, 또한 이런 수비의 방심과 안일한 대처는 곧 이어진 어리버리한 실점의 빌미가 되었기 때문에 더욱 분노한 것이다.

너무 쉽게 선취골을 내줬지만 붉은 악마의 일방적인 응원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1개월동안 전국을 휘감고 돌았던 `대∼한민국\'의 함성이 더 크게 달구벌을 채우기 시작했고 이에 호응이라도 하듯 태극전사들은 쉽게 동점을 만들었다.

9분께 이을용이 페널티지역 바로 앞에서 얻은 프리킥을 왼발로 감아 찼고 볼은 오른쪽 골포스트 안쪽을 살짝 스친 뒤 그대로 네트를 흔들었다(이 골은 브라질의 호나우디뇨가 잉글랜드와의 8강전에서 차넣은 절묘한 프리킥과 거의 흡사한 진기명기이었다).

승부는 원점. 심리적으로는 동점골을 뽑은 한국이 우위에 있을 법 했다. 그러나 수비의 허점은 4분 뒤에 한 골을 더 내주는 결과로 이어졌다.

주전 수비수 김태영, 최진철이 부상으로 선발라인업에서 빠지고 대신 투입된 이민성(그의 어리버리한 촌스런 축구스타일은 이미 민성진이 신랄하게 지적한 바 있다), 유상철(홍명보와 함께 월드 베스트에 오른 백전노장 그가)은 중앙수비인 홍명보와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듯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 사이 페널티지역 중앙을 파고 들던 슈퀴르가 오른쪽으로 공을 내주자 달려들던 일한 만시즈가 이민성의 태클을 뚫고 왼발슛, 오른쪽 네트를 흔들었다.

두 골을 내 주고도 한국의 전열은 완성된 모습을 갖추지 못했다.
다시 한 골을 더 내 준 것은 전반 32분께.

상대 골키퍼 뤼슈튀가 길게 찬 볼을 잡은 슈퀴르가 수비수들의 발 사이로 재치있게 볼을 뽑아 오른쪽으로 밀어주자 일한 만시즈가 달려나오는 골키퍼 이운재의 키를 가볍게 넘겨 세번째 골을 만들었다.

이게 뭐냐 말이다. 이제까지 천신만고 끝에 정성스레 차곡차곡 쌓아올린 명성을 단 한번에 말아먹는, 더욱 심하게 말하면 한국축구의 고질적인 어리버리한 경기운영과 허둥지둥대다가 실점하는 과거의 우울한 기억이 되살아나는 악몽의 순간이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을 목이 터져라 외치는 홈팬들 앞에서 무참하게 패할 수 없다는 듯 태극전사들은 후반전에 맹반격을 펼쳤다.

홍명보를 빼고 김태영이 투입되면서 김태영-유상철-이민성(홍명보의 자존심을 회복할 기회를 주는 대신 이민성을 뺐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을 해보았지만, 히딩크감독은 홍명보가 체력이 소진했다고 판단하였나보다)으로 연결되는 수비라인은 전반전보다 견고했고 안정된 수비를 바탕으로 반격이 힘을 얻었다.

그러나 미드필드와 최전방에서 잦은 패스미스가 나오고 조직력보다는 개인기에 의존하려는 공격스타일로 인해 추가골은 잘 터지지 않았다.

이천수, 차두리, 송종국 등의 과감한 중거리슛은 골키퍼 뤼슈튀의 선방에 막히다가 후반 추가시간에서야 송종국이 강한 오른발 슛으로 한 골을 따라 붙었고 곧이어 주심의 휘슬이 길게 울었다.

송종국, 그의 추가골이 나오지 않았더라면 한국축구의 세계4강은 컨닝의 결과라는 비아냥에도 할 말이 궁색했을지 모른다. 두 차례의 연장을 포함한 7경기를 단 한번도 쉬지 않고 줄기차게 달려온 에너자이저(energizer) 송종국, 그는 분명 홍명보의 뒤를 이을 국보감이다.

경기가 끝나고, 태극전사들과 투르크 전사들은 어깨에 어깨를 걸고 관중에게 인사했고 축포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그라운드에서의 마지막 순간을 보냈다. 히딩크 감독은 그라운드 한 가운데 서서 관중들에게 머리숙여 성원에 답례했고 황선홍, 홍명보 등도 마지막 월드컵 무대에서 일군 4강에 만족하는 듯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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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으로 그토록 우리를 열광시켰던 2002년 6월항쟁(?)은 끝이 났다.

....

이제 6월항쟁에 참여했던 우리 선수들과 붉은 악마들, 그리고 목이 터져라 응원했던 대~한민국 사람들은 뿌듯한 감회를 안고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나, 나는 이제 한국축구가 2006년 아니 2010년 그 이후까지 오늘의 명성과 환희가 이어지기를 기원하며, 터키와의 3ㆍ4위전에서 보여준 우울한 기억은 철저히 반성하여야 함을 거듭 촉구한다.

물론 한국축구 4강의 신화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빛나는 업적이며, 이렇게 글을 쓰는 나 자신은 다시 월드컵이 개최되기 전까지 여전히 국내 프로축구 따위에는 전혀 관심도 없을 것이며, A매치를 한다 해도 결코 경기장을 찾아 목이 터져라 응원할 사람도 아니라는 것은 잘 알지만 그래도 한국축구가 세계만방에 자랑스런 이름을 떨치기를 바라는 \"대~한민국\"사람이므로, 이런 말을 할 자격은 있다고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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