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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123

구태익 | 2002.12.26 01:01 | 조회 2471
2002년 12월21일(토) : 히메지(姬路)시 호고원(好古園) \'물흐르는 정원, 流れの平庭\'

사진 뒷쪽 울타리는 \'물흐르는 정원\'과 \'여름나무 정원\'을 구분짓는 경계이다.

말하자면 이런 느낌이라 할 수 있겠다.

한ㆍ중ㆍ일 동양의 세 나라라는 분명 육식보다는 채식을 즐기는 식성을 가지고 있다.
이 점이 육식을 즐기는 서양인과 구별되는 습성으로, 서양의 정원이 인공미가 강하여
축을 설정하고 좌우대칭의 엄격한 질서와 통일성을 유지하며 인간의 힘을 과시하려는
것에 대해 동양인은 자연을 소중히 여기며 자연을 모방하여 정원을 가꾸려 한다. 이것
이 동양인들의 의식 속에 잠재한 자연순응주의(서양인들이 자연에 도전하여 이를 지배
하려는데 대해)의 발현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한ㆍ중ㆍ일 세 나라가 나물을 캐어 채식을 하면서도 요리하는 방법이 서로 다
르다는 것이다. 먼저 중국은 나물을 그대로 먹지 않고 기름에 튀기거나 뜨거운 물에
푹 삶아 재료 자체의 신선한 맛을 죽인 채, 돼지고기와 같은 육류와 곁들여 먹는 것
을 즐긴다. 마치 중국정원이 자연소재를 사용하되, 지나치게 과장하거나 인간을 압도
하는 어마어마한 규모로 지어내어 오히려 자연의 순수함을 망각하게 하는 것 처럼...

일본음식은 재료를 손질하는 데에 엄청난 정성을 쏟는다. 재료 하나하나를 씻고 다지
고 데치고, 양념하고.. 식탁에 음식을 올려놓을 때도 색채배합에 무척 신경을 쓴다.
그래서 일본음식은 눈으로 먹는다고 하지 않던가.. 그러다 보니 재료 자체가 가지는
본래의 맛보다 사람이 먹기 좋아하는 방식으로 가공되어 재료의 고유한 맛이 사라진
다. 무친 나물에 딸기맛을 내고자 딸기맛 향료를 넣고, 보기 좋으라고 식용색소를 가
미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분명 자연재료를 가지고 요리하였으되, 재료자체의 고유
한 맛은 사라지고 없다.

한국의 음식은 어떤가? 한국의 음식은 곰삭은 맛에 진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재료에
온갖 양념을 배합하여 오랜 숙성 뒤에 꺼내어 먹는 맛, 한국의 김치가 그렇고 된장이
그렇고 젓갈이 그렇지 않은가? 자연에서 얻은 온갖 재료를 인간이 배합은 하되, 그 맛
이 우러나게 하는 진정한 힘은 인간이 아닌 자연에 맡겨놓는다는 것이 중국ㆍ일본과
다른 점이 아닌가? 한국의 정원도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국토는 옛부
터 중국사람들도 탐을 내던 삼천리 금수강산이 아닌가, 어딜가도 아름다운 산하가 펼
쳐지는 우리 국토 그 자체가 순수 자연풍경식 정원이었다. 그러기에 우리 선조는 경관
이 탁월한 조망지점에 정자나 누각을 세우고 자연 그대로을 정원으로 받아들였던 것이
다. 그야말로 재료에 약간의 양념을 배합하듯 최소한의 인공을 가하고 그 나머지는 자
연의 질서에 맡겨놓는 숙성법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다보니 오래 전부터 생각해 왔던 주제이지만 선뜻 답하기가 어려웠던 \'한국정원
의 아름다움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이제야 답을 할 수 있겠다. 그간 한국정원
의 미에 대해 자신있게 답하기 어려웠던 것은, 한국정원은 자연에 순응하여 최소한의
인공을 가하다보니 서양인들의 기준에 맞추어 \'이것이 한국정원이다\'라고 말하기 어려
웠던 까닭이었다. 별로 인간이 가공한 흔적이 없는 것을 어떻게 정원이라 부를 수 있
겠는가? 하는 생각이 지금까지 나의 머리속에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각 나
라마다 그 나라의 음식과 정원문화를 감상하는 방법이 다르듯 우리 음식과 우리 정원
을 맛보자면 서양인의 조리법이나 서양인의 식습관으로 이해하려 해서는 안된다는 것
을 이제서야 비로소 깨달은 것이다.

나는 물론 어느 나라 정원이 더 낫다던가 어느 나라 정원이 형편없다는 말을 하고 싶
은 것은 아니다. 정원도 하나의 문화양식이므로 옳다ㆍ그르다거나 좋다ㆍ나쁘다는 가
치판단이 게재될 수 없는 것이므로.. 하지만 분명 우리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발
전해왔으므로 똑같거나 거의 유사하다고 생각해왔던 한ㆍ중ㆍ일 세나라의 음식맛이 다
르듯 한ㆍ중ㆍ일 세나라의 정원문화도 분명 다르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은 것이다.


이 사진에서 보는 풍경도 우리 나라 같으면 어딜가든 웬만한 곳이면 저런 개울과 언덕
쯤은 많고도 많다. 하지만 이 호고원에서는 영국의 자연풍경식 정원처럼 사람이 일일
이 설계하고 하나하나 시공하여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꾸며놓은 인공적인 자연경관
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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