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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덕-88

구태익 | 2002.07.30 01:01 | 조회 260
\"열하일기(熱河日記)\"를 쓰신 조선후기의 대표적인 실학자 연암 박지원선생의 순행길

열하일기가 북학사상의 보고이자 걸작소설 <호질(虎叱)>의 원전임을 아는 이들은 많아
도, 정작 그것이 돈키호테보다도 더 \'배꼽잡는\' 에피소드와 동방견문록보다도 더 풍부
한 이국적 풍물로 그득하다는 것을 아는 이들은 흔치 않다. 방대한 스케일에 압도당해
서일까. 아니면 언제나 사상을 중심으로 텍스트를 이해하는 편협한 독법의 탓일까.

1780년, 울울한 심정으로 40대를 보내고 있던 연암에게 마침내 세계제국 청나라 문명
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건륭황제의 만수절 행사에 비공식 수행원으로 참여
하게 된 것이다. 애초의 목적지는 북경이었는데, 황제가 조선사행단을 피서산장인 열
하로 급히 불러들이는 돌발적인 사태가 발생한다. 열하는 \'장성 밖 요해의 땅\'으로
서, 연암은 조선인으로서는 처음 이곳에 발을 들여놓았을 뿐 아니라, 그 곳에서 만수
절 행사에 모여든 북방 이민족들의 기이한 행렬을 목격하게 된다.

<열하일기>는 이 낯선 공간과의 마주침이 만들어낸 흥미진진한 편력기이다. 장장 6개
월에 걸친 이 여정은 우발적인 사건들과 하룻밤에 아홉 번이나 급류를 건너야 하
는 \'어드벤처\'의 연속이었다. 연암은 그 여정의 파노라마를 세심한 촉수로 낱낱이 잡
아낸다. 그의 촉감적 능력이란 실로 경탄할 지경이어서, \'산천, 성곽, 수레와 벽돌,
언어, 의복제도\'등으로부터 \'여인네들의 몸치장\', \'환상적인 요술대행진\' \'상가집 풍
경\' \'재야선비들의 깊은 속내\' 등에 이르기까지 삼투하지 않는 영역이 없다. 어디 그
뿐인가. 이 이질적 대상들을 포착하는 그의 목소리는 문자 그대로 \'천변만화\'한다. 예
기치 않은 해프닝들을 그릴 때는 \'개그맨\'이 되었다가, 변화무쌍한 중원의 풍광을 묘
사할 때는 화려한 수사학자가 되고, \'淸문명의 핵심은 기와조각과 똥덩어리에 있
다\'고 이용후생론을 설파할 때는 어느덧 \'거장\'의 도도한 웅변조로 바뀌어 있다. 이
자재로운 변주야말로 <열하일기>를 어떤 여행기와도 견줄 수 없게 하는 빛나는 미덕이
다. 문체를 타락시켰다는 정조의 질책도 바로 이 규정할 수 없는 문체적 유연함을 겨
냥한 것이었으리라.

새로운 글쓰기에 대한 요청이 드높은 우리 시대에 <열하일기>는 그 점에서 더 한층 의
미심장하다. 열하일기를 통해 연암은 이렇게 전언한다. \'구획된 경계, 주류적 문법의
문턱을 넘어라. 거기에 진정, 유쾌하고 자유로운 글쓰기의 공간이 열릴 터이니\'라고.
덤으로 한 가지. 티벳불교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열하일기를 꼭 보시라. 판첸라마의
환생기와 신비한 이적 및 그 역사를 생생하게 접할 수 있을 것이다.

고미숙(고전문학 연구자·수유연구실 연구원)의 <열하일기/연암 박지원 지음>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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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있으면 이 책 꼭 읽어봐야겠다... 북경ㆍ승덕답사단원들 필독도서 !!!

열하일기에는 이런 귀절이 있다고 한다.

... 중국과 이민족을 구분 짓고자 했던 저 경계도 험준한 고북구의 산악에서는 차라
리 헛된 욕망의 돌덩이에 불과했었나, 끊어진 장성 사이로 아슬아슬한 낭떠러지가 이
어지고 산길은 굽이쳐 돌아간다. 어디선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고함소리와 말 울음
소리가 날카롭다. 간밤 호우로 황토고원에서 발원한 강물이 거칠게 불어나 길이 없어
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촉박한 일정, 베이징으로부터 닷새만에 열하에 당도하라는
명령을 받은 일행은 발만 구르고 있다. 그러나 어찌하랴. 마냥 기다릴 수만도 없는
일. 기왕 기일 안에 대지 못해 죽을 목숨이라면 차라리 강물에 빠진다고 한 들 어떠
랴. 장님이 말을 타고 강을 건너는 심정으로 \"하룻밤에 아홉번 강물을 건넌다.\"...
(박지원의 ‘열하일기’일야구도하기(一夜九渡河記) 중에서)

지금 베이징에서 관광버스를 타고도 근 4시간 가까이 걸리는 험한 산길을 돌고 돌아
이르게 되는 이 길을 조선사신의 수행원으로 따라가던 연암 박지원선생에게는 목숨을
건 고행길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만주벌판을 지나 험준한 내몽골 산지를 넘어가야 하
는 이 길은 산적떼와 맹수들이 우굴거리는 죽음의 길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천신만고 끝에 도달하고서도 수모만 당하고 황제는 알현도 하지 못한 채 발길
을 되돌려야 했던 쓰라린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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