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이 통한 공모전 [마사회공모전 후기]

내 인생의 ‘말’이라는 것을 말해보고 싶다. 누구나 처음엔 다 그렇듯, 나도 말이 무서웠다. 내가 매일 타는 ‘효리’라는 말은 어리고 겁이 많아, 새만 날아가도 이리 저리 날뛰기 때문에 기승 시에는 특히 더 무서웠다. 그러던 어느 날, 방목장에서 풀을 뜯고 있는 말에게 멀리서 ‘효리야!’라고 외쳤다. 그러니까 ‘효리’가 정말 고개를 홱 들더니 나를 찾는 것이었다. 승마가 끝난 후에도 얼굴을 내 가슴팍에 그 큰 얼굴을 비비면서 애교를 떠는데, 옷이 말 털로 범벅이 된 지도 모른 채, 말이 너무 예뻐서 여기 저기를 쓰다듬어 주었다.

지금 이 순간, 나에게 ‘말’은 승마용만은 아니다. 나는 ‘말’을 만나고 내 모든 삶의 방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했다. 항간의 베스트셀러 ‘긍정의 힘’이나 ‘꿈꾸는 다락방’도 나에게 있어서 ‘말’에게 절대 견줄만한 것이 되지 못했다.

내가 공모전을 시작하게 된 단 하나의 이유도 말에 대한 열정이었다. 정말로 고백하건대, 공모전 ‘해외 연수’ 혹은 ‘상금’에 관한 구절이나 공모전 스펙 쌓기는 관심 밖이었다. 그저 말산업 발전방안이라는 주제만 보고 무조건 나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난 강아지, 고양이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말과의 교감’을 정말로 간곡히! 우리 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함께 느낄 수 있기를 바랐다.

최우수상을 받기까지! 논문 계획서, 발표, 연수, 논문…… 정말 많은 관문이었다. 가장 기뻤던 순간이 또 다른 부담이었다. 그리고 정말 많이 힘들었다. 방향성 설정은 교수님께서 다 해주신 터, 매우 수월했지만 이 외에는……! 추운 겨울날, 병원을 드나드는 사람에게 설문지를 돌리고, 논문에 관련된 책도 꽤 많이 읽었으며 발표 예행 연습도 많이 했다.

영국 인터뷰를 확정하기 위해 80통이 넘는 메일을 주고 받기도 했으며, 이번 논문 공모전을 위해 100장이 넘는 문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쇳불도 단김에 뺀다고 연수를 다녀와서 생생한 지식으로 논문을 쓰자는 마음에 시작했던 논문. 약 보름 간은 하루에 3~4시간 밖에 자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은 즐거웠다. 무엇보다도, 말 산업에 관련된 내 생각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시간이 행복했다. 물론 딱딱한 형식의 논문이지만 내가 여태까지 생각했던 한국의 승마현실을 고백하고 앞으로의 비전을 나름대로 제시하고 있음이 보람찼다.

또 다른 하나의 행복은 잊지 못할 영국 연수의 추억이다. 논문의 모든 것을 언급하긴 어렵지만, 그들을 진정한 승마국가로 거듭나게 한 것은 ‘그들의 최고급 시설과 최고급 승마 기술’이 아닌, ‘말에 대한 열정과 말을 대하는 선진의식’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지난 겨울에 공모전 포스터를 발견해서 올 봄에 논문집이 나오기까지, 꽤 긴 호흡의 공모전이었다. 이러한 공모전은 우리 학생에게도 여느 공모전보다 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일회성에 그친 ‘제출’의 형식이 아닌 ‘사전조사, 계획서, 발표, 멘토링 제도를 통한 말산업 교육, 연수 그리고 논문’의 긴 과정을 함께 호흡한 이 공모전을 통과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말 산업’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말을 예뻐할 줄만 알았던’ 내가 ‘말을 알게 해줘서’ 이 공모전에게 너무 고맙고, 앞으로도 참신하고 좋은 생각이 한국 말산업에 보탬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내가 말을 만날 수 있게 해준 엄마, 아빠 정말 감사합니다.

아.. 또 다른 행복이 있었다. 상금!
우리 세라와 효리 당근부터 사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