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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의 눈물, 땅의 희망-4

구태익 | 2002.09.06 01:01 | 조회 3124
[우리 땅을 읊다] 4. 땅은 물질이 아닌 생명체

허물고 막고…산 생명엔 못할 일, 수많은 풍수 유파 공통된 인식
\"인간이 땅 지배\" 서양과는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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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에는 수많은 유파가 있다. 각 유파들은 자신들의 주장만이 옳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한가지 공통되는 것은 땅은 살아있다는 인식이다.

서양에서도 \'어머니인 땅\'이라는 지모(地母)관념은 고대부터 있었다. 기독교가 퍼진 이후 그 관념은 사라졌다. 기독교의 창조주는 처음부터 물질과 동식물과 인간을 구분하여 만들었다. 인간이 그들을 지배하라고 명령했다. 땅이 어머니가 될 수 없는 까닭이다.

현대 과학자 중에도 땅을 생명체로 이해한 사람들은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제임스 러브록일 것이다. 그는 고생물학, 고기후학, 지질학, 지구화학 등의 자료를 분석하여 지구를 그 자체로서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로 보았다.

지구는 그 위에 살고 있는 생물들의 생존에 최적인 조건을 유지해 주기 위하여 언제나 자기 조정을 하며 스스로 변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는 주장이다.

한데 여기에는 우리 풍수가 지니고 있는 \'살아있는 땅\' 관념과는 다른 냄새가 풍긴다. 특이한 물질들의 집합체로서 스스로 진화하는 어떤 것이라는 무미건조한 냄새가 풍긴다는 뜻이다.

해월 최시형은 지팡이를 짚지 않았다. 어찌 어머님의 살을 콕콕 찌르며 다닐 수 있겠느냐는 것이 그의 변이다. 나는 그의 살피듬 정도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산에 오를 때는 나름대로 감사한 마음을 지니고 다닌다. 얼굴에 엉겨붙는 거미줄을 떼어내며 미안하다 하고, 부득이한 경우 잡게 된 나뭇가지에는 고맙다는 인사를 마음 속으로 되뇌며 다닌다.

가까운 동네 산에 오르는 사람들의 행태 중에는 답답한 경우가 많다. 새벽부터 발성 연습인지 스트레스 해소인지를 위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 몸에 좋다고 나무 둥치에 몸을 부딪치거나 비벼대며 열을 올리는 사람들.

누군가 자기 집 앞에서 새벽부터 소리를 지르고 자기 몸에 몸을 부딪쳐 온다면 그의 반응은 불을 보듯 뻔할 것이다. 산은 풀벌레와 나무들의 집이다. 올라간 것만으로도 미안함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렇다면 왜 땅을 살아있는 것으로 대하는 것이 그리도 중요한 일일까. 간단한 대답으로 의문은 풀린다. 만약 우리에게 망치를 주고 돌멩이를 부수라고 한다면 대부분 별 거리낌없이 그렇게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살아있는 생명체라면 어떨까? 우리가 그렇게도 혐오하는 바퀴벌레조차 막상 죽이려고 하면 손이 잘 나가지지 않는다. 이게 사람의 본능이다. 사단칠정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측은지심은 이렇듯 자연스럽게 생명에 대한 경외감을 심어준다.

그러니 그 누가 인간성을 버리지 않았다면 살아있는 땅을 함부로 대할 수 있겠는가. 산을 허물고 물을 막고 갯벌을 쓸어막는 행동이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저지르는 일이라 할지라도 최소한 땅이 살아있다고 생각하는 한 막 대하지는 못할 것이다.


ㆍ최창조

기사 입력시간 : 2002.09.04 18:36 (중앙일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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