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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꿈치지대(Personal space)

구태익 | 2002.08.31 01:01 | 조회 3483
사람 사이의 관계를 고슴도치에 비유한 이는 쇼펜하워였다. 고슴도치는 혼자 떨어져 있으면 추우니까 다른 고슴도치와 밀착하려고 한다. 그러나 온몸이 가시로 덮여있는 탓에 피부가 찔리는 아픔을 겪게 된다. 다시 떨어지자니 추위가 겁난다. 결국 서로 상처 주지 않으면서 다소 온기도 느낄 수 있는 적당한 거리를 찾아내 유지한다는 것이다.

『털없는 원숭이』로 유명한 동물생태학자 데스몬드 모리스는 나라에 따라 사람들이 옆사람과 거리를 두는 정도가 다른 데 흥미를 느꼈다. 그는 이 `거리두기` 문화에 따라 유럽을 세 지역으로 나눴다.

첫째는 `팔꿈치 지대`
지중해에 면한 스페인·프랑스·이탈리아·그리스·터키가 여기에 속한다. 사람 사이의 간격이 아주 좁아서 서로 팔꿈치가 부딪칠 정도다.

둘째 `손목 지대`
폴란드·헝가리·루마니아 등 동유럽 국가들. 이곳 사람들은 원할 경우 상대의 손목을 잡을 수 있는 거리를 유지한다.

마지막 `손가락끝 지대`
영국·벨기에·독일·네덜란드와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노르웨이·스웨덴은 `손가락끝 지대`로 분류됐다. 이 지역에선 상대방과 팔길이 하나 정도의 거리를 두려고 한다. 타인과의 신체 접촉을 꺼리는 지역이다.

팔꿈치 지대 사람들은 지중해의 온화한 기후 덕분에 야외에서 남들과 접촉할 기회가 많기 때문에 자연히 사람 사이의 거리도 좁아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손가락 끝 지대는 그 반대다. 영국인들이 이탈리아에 가면 끊임없이 상대방을 가볍게 치거나 쓰다듬으며 대화하는 모습에 놀란다고 한다. 팔꿈치 지대 국민은 공동체를 지향하는 경향이 많은 반면, 손가락끝 지대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 신체 접촉이나 프라이버시 침해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한국 사회는 어떤 유형에 속할까. 개인주의 성향이 부쩍 늘었다지만 그래도 전통적으로는 아무 사전 약속 없이 \"순돌이 엄마 있수?\" 하며 남의 집에 불쑥 들어서는 문화였다. 그러니 팔꿈치 지대에 더 가깝다. 월드컵 축구경기 때 전국 각지의 광장을 바늘 들어갈 틈조차 없이 메운 인파에도 이런 문화적 배경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요즘 마치 칼이라도 들고 레슬링하듯 한치 여유도 없이 맞붙어 위험한 몸싸움을 벌이고 있는 정치판을 보면 더욱 그런 느낌이 든다. 고슴도치의 지혜라도 빌려와야 할 판이다.

노재현 국제부차장 (중앙일보 2002년 08월 30일 6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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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기 <조경학개론>에서 배웠던, \'개인적 공간(personal space)\'에 관한 문화인류학적 해석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함께 생각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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