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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의 눈물, 땅의 희망-3

구태익 | 2002.08.30 01:01 | 조회 3456
[우리땅을 읊다] 3. 쥐를 잡는데는 소보다 고양이가 낫다
\'절대 명당\'은 절대 없다. 호화분묘 집착은 부질 없어…格에 맞는 터가 진짜 명당


너무나 당연한 말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서 느낌이 다르다.

거짓이 몸에 밴 사람의 말이라면 성현의 말씀을 읊조려도 감동이 없고 군자의 풍도가
있는 인물의 말이라면 하찮더라도 귀하게 들린다.

쥐를 잡는데 소를 쓰는 바보는 없다. 이런 당연한 도리가 요즘은 잘 통하지 않는다.
무조건 크고 비싸고 좋은 것을 선호한다. 한마디로 바보짓이다. 그러면서도 바보인 줄
도 모른다. 공자가 제자 자하와 이런 대화를 나눴다.

\"물고기는 물이 없으면 죽지만 물고기가 없다고 해서 물이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니다.
군왕은 백성을 잃으면 자신이 죽는 것이지만 백성은 군왕이 죽어도 그대로 백성인 것
이다.\"

명당은 땅을 살피는 하나의 방편일 뿐이기 때문에 때로는 소같은 명당이 필요한가 하
면 때로는 고양이같은 명당이 적절할 때도 있다.

명당은 그곳에 누가 터를 잡았다고 그 구실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명당으로 있을
뿐이다.

호화분묘를 보다 보면 자꾸 전국시대 시교가 한 소와 쥐 설화가 생각난다.

고양이면 충분할 것을 소를 들이대는 꼴이니 쥐도 못잡을 뿐 아니라 아까운 소만 허송
세월하게 만드는 격이 아닌가. 세상의 부귀영화는 뜬구름 같다고들 한다. 그 호화분묘
가 백년 갈지 천년 갈지 누가 알겠는가.

진시황의 능처럼 혹 천년을 간들 그게 무슨 대수인가? 이미 시신은 진토가 되었을 것
이고 후손마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할 터인데.

더욱 문제인 것은 이런 현상을 경제력이 따라갈 수 없는 사람들까지 좇는다는 사실이
다. 이렇게 되면 그야말로 \"한 손에는 깡통, 다른 한 손에는 휴대전화\"를 든 이상한
현상이 벌어진다.

앞으로 현대 도시에서의 명당이란 과연 무엇일까에 대한 견해를 밝힐 것이지만, 중요
한 것은 분수에 맞는 터잡기가 중요하다는 점이다.

누구에게나 다 좋은 명당이란 것은 없다. 나는 산골을 좋아하지만 내 처나 자식들은
서울을 더 좋아한다. 내게 명당이 다른 사람의 명당일 수는 없다. 그래서 풍수는 객관
화나 계량화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돈이 거기 있으니까 은행을 턴다\"고 한 윌리 서튼의 노랫말이나 \"산이 거기 있으니
까 오른다\"는 조지 멀로리의 명언은 엄격한 격조의 차이가 난다. 하지만 알고 보면 이
것이 바로 인간의 본성을 꿰뚫는 표현이 아닐까?

만약 돈이 명당의 조건이라면 우리나라 최대의 명당은 한국은행이다. 돈은 기본적으
로 더러운 것이다. 명당은 깨끗하고 밝은 것이다.

연꽃이 진흙탕 물에서 피어난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 뿌리 중 한줄기는 반드시 맑은 생
명수에 이어져야 한다.

소와 고양이의 쓰임새를 알고, 명당이 당신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자각한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많이 깨끗해 질 수도 있을 터인데.

최창조

중앙일보 기사 입력시간 : 2002.08.28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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