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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을 통해 본 한-일 국민성 차이 : 생각하는 글

구태익 | 2002.07.30 01:01 | 조회 3768
월드컵을 통해본 한-일 국민성 차이

: 한겨레신문 오태규 기자(ohtak@hani.co.kr) 2002/06/16 14:27


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 공동주최국인 한국과 일본이 나란히 16강에 올랐다. 아시아
국가로서는 북한, 사우디 아라비아에 이어 4번째 진출이고, 한꺼번에 아시아의 두 국
가가 16강에 오른 것은 처음이라니 역사적이고 축하할 만한 일이다. 한국과 일본의 나
라 전체가 축제무드로 들썩거리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요즘은 주요한 일과가 월드컵
축구경기를 텔레비전으로 보는 것이다. 공동개최국에 근무하는 특파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의무이지만, 워낙 개인적으로 축구를 좋아하는지라 최고의 나날을 보내고 있
다. 더구나 축구를 보는것이 일의 일부이므로 만화영화를 보려는 아이들이나 드라마
를 보려는 처와 채널 다툼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너무 좋다.

일본의 영웅주의, 한국의 민중주의

월드컵 축구대회의 보도를 위해서는 축구경기 뿐 아니라 신문, 방송의 관련 보도에서
도 눈을 뗄 수 없다. 이런 탓인지 축구를 통해 나타나는 한국과 일본 사람들의 성격차
도 자연스럽게 포착되는 것 같다.

일본 사람들은 축구경기에서도 강한 일류지향, 영웅지향성을 드러낸다. 한 예로 15일
열린 잉글랜드와 덴마크의 16강전을 보면, 모든 일본 사람의 관심이 특정 선수에 집중
돼 있음을 알 수 있다. 방송해설자들이 경기가 벌어지는 동안에 가장 많이 한 말은 단
연 영국팀의 스타선수인 `베컴\'이었다. 그들은 베컴이 공을 잡거나 공 옆에 있기만 해
도 `베컴, 베컴\'을 연발했고, 베컴이 어떤 식으로 공을 처리해도 거기에 가장 훌륭한
의미를 부여해 설명했다. 또 관중석의 관중들도 그가 코너킥이나 프리킥을 찰 때면 일
제히 카메라 플래쉬를 터트려 불꽃놀이를 방불하게 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아나운서
도 \"모든 사람이 카메라 셔터를 일제히 눌러 눈이 부실 지경\"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한마디로 그들은 경기를 보러 온 것이 아니라 베컴, 오엔 등의 스타를 보기 위해 경기
장을 찾은 것이다. 일본 전역의 이발소에서 머리 중앙을 위로 치켜 세운 베컴의 머리
스타일로 해달라는 사람들이 밀려든다는 보도가 나오는 것을 보면 일본 사람들의 스
타 지향주의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이날 경기에서 베컴 다음으로 초점이 맞춰
진 선수는 `원더보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오엔이었다. 양팀의 나머지 선수들은
베컴과 오엔을 부각시키기 위한 둘러리로 출장한 것 이상의 의미가 없는 분위기였다.

이런 일본인들의 일류, 영웅 숭상주의 성향은 델 피에로, 토티 등의 스타선수가 즐비
한 이탈리아에 대한 짝사랑에서도 드러난다. 델 피에로나 토티 등의 인기선수가 등장
하면 일본 관중들은 이탈리아 응원단보다 더욱 열광한다.

포르투갈이 한국에 져 예선탈락이 되자, 일본 사람들은 한국이 올라와 좋다는 감정보
다는 세계적인 스타인 피구의 플레이를 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더욱 강하게 표출했다.
그들에게는 널리 알려진 스타가 없는 팀은 관심의 대상에서 멀다. 이변은 그들에게 스
타의 모습을 보는 것을 방해하는 장애물일 뿐이다.

축구경기이든 다른 경기이든 어느 정도 스타플레어 중심의 보도와 반응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일본은 분명히 정도 이상이다. 그들은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반 이
상 야구팬이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응원하고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도 마쓰이, 기요하
라 등에 특히 열광하듯이, 축구경기에서도 스타를 일방적으로 응원하는 것을 너무 당
연하게 여기는 것 같다. 강자를 좋아하고 강자에 복종하는 일본인의 특성이 월드컵 축
구대회에서도 그대로 발로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스타 선수가 다른 선수에 비해 많은 주목을 받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
만, 한국에서는 일본처럼 스타에 맹목적이지는 않다. 오히려 한국의 분위기는 스타선
수가 무명 선수에게 당하고, 강자가 약자에게 패하는 것을 즐기는 분위기가 강하다.

세계 랭킹 1위의 프랑스가 아프리카의 세네갈에게 지는 것을 비롯해 프랑스 아르헨티
나 포르투갈 등 세계 강호국들이 줄줄이 예선에서 나가 떨어질 때 그들 나라에 속하
는 스타를 보지 못한다는 아쉬움보다는 `강자라고 영원한 것은 아니다\'며 전복의 쾌감
을 느끼는 사람들이 더 많았을 것이다. 이는 어쩌면 독재와 권위주의, 외세 등 강자
에 끊임없이 도전해온 한국의 근현대사의 흐름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 한마
디로 축구경기의 관전 등을 통해 나타나는 양 국민의 성격 차이는 그 나라가 걸어 온
역사와도 밀접한 관련성을 같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대범, 직설적인 한국과 세심, 간접적인 일본

흔히, 한국사람의 성격은 대범하고 직설적인데 반해, 일본사람의 성격은 치밀하고 간
접적이라고 한다. 이런 성격의 차이는 자국 팀의 승리를 즐기는 양 국민의 태도에서
도 잘 나타난다.

우선 한국사람들의 좋게 말하면 통이 크고, 나쁘게 말하면 허장성세하는 성격은 한국
의 승리 이후 `공짜 공짜\'를 연발하는 음식점 등 상점의 태도에서 쉽게 엿볼 수 있
다. 술집에서는 오늘은 기분 좋은 날이니까 맥주 2000C.C씩 공짜, 칼국수 집에서도
2002그릇을 거저 제공, 어떤 가게에서는 16강진출기념으로 모든 상품을 16%할인 등의
기념 세일이 셀 수 없을 정도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 음식점이 많은 신주쿠의 쇼쿠안
거리에서도 한-일 공동월드컵 개최 기념 맥주 한잔 공짜, 한국 일본 16강진출기념
50% 세일, 한국 일본 팀 승리 점수차이에 10을 곱한 것 만큼 세일을 한다는 내용의 대
자보를 붙여놓은 한국 가게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없다. 그러나 일본 가게들이 기념 세
일을 한다는 대자보는 거의 보지 못했다.

물론 일본 팀의 승리 당일, 맥주 등 음료 한잔을 공짜로 제공하거나 일부 세일을 한다
는 소식은 들었지만, 한국과 같이 전국적인 공짜 열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내가 본 유
일한 대자보는 동네의 할인 상점에서 일본 팀이 러시아와 경기에서 이긴 다음날에 야
채와 과일을 50% 세일한다는 것이 유일했다. 쉽게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면밀하게
타산을 따지는 일본 사람들의 냉정함을 이런 곳에서도 엿볼 수 있다.

한국인이 월드컵 승리를 즐기는 방식이 얼마나 직설적이고 외향적인가는 전국의 거리
에 쏟아져 나온 빨간 물결과 환호에서 쉽게 느낄 수 있다. 전국 곳곳에서 남녀노소 가
리지 않고 빨간 티셔츠를 거리에서 사무실에서 마음껏 소리를 지르는 모습은 일본에서
는 쉽게 발견할 수 없다. 물론 일본에서도 운동장과 집단 관람장, 일부 도심에서 일장
기를 흔들고 환호하는 모습이 있지만 한국에 비하면 수도 제한적이다. 한국의 환호 분
위기가 면이라면, 일본의 분위기는 점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의 분위기가 얼마나 절제적인가는 시민들의 흥분을 막기 위해 일부 지방자치단체
에서 대형 스크린을 통한 경기 중계를 취소하고, 세계적인 전자상가인 아키하바라의
상점들이 경찰의 협조지시에 따라 길가의 텔레비전을 모두 월드컵 경기 이외의 방송
이 나오도록 조정한 데서 알 수 있다.

또 야마카다현에서는 현 지사가 근무 중 일본 경기의 텔레비전 시청을 금지하는 지시
를 내리기도 했다. 이 때문인지 일부 회사에서 사원들이 근무시간 중에 집단으로 모
여 텔레비전으로 일본 경기를 봤다는 것이 큰 뉴스로 취급되기도 했다.

만일 한국에서, 낮에 한국경기가 있는데 근무시간이라고 해서 직장에서 텔레비전 시청
금지를 내린다면 그 상사는 직원들의 즉각적인 반발 때문에 그 뜻을 금세 철회하지 않
으면 안됐을 것이다.

한-일 공동 월드컵 개최를 통해 `가깝고도 먼 관계\'에 있는 두 나라가 서로의 차이를
보다 잘 알고 이해할 수 있게 된다면, 그것도 공동 개최가 가져다 준 커다란 성과 중
의 하나일 것이다.


===================

한국과 일본정원의 차이도 이같은 국민성의 차이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
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한국적 정서와 자신의 필요에 따라 정교
하게 갈고 닦는 일본적 정서..

일본축구는 16강전에서 정말 맥없이 무너졌지만, 한국축구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4
강에까지 올랐다. 나는 이번 월드컵에서 일본의 축구경기를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일본축구는 확실히 한국축구에 비해 여러가지 면에서 기량이 나아보였다. 나카타와 오
노같은 출중한 스타도 있고.. 하지만 일본축구는 깔끔하고 정교하게 경기운영을 잘 하
긴 하는데, 뭔가 상대를 압도하는 힘이나 뭔가 끈적끈적한 파이팅을 느낄 수는 없었
다.

마치 잘 짜여진 정교한 기계가 움직이듯 수비진에서 공을 걷어내면 곧바로 게임메이
커 나카타에게 연결되고 나카타가 공간을 확보하여 공격수에게 건네주면 공격수는 화
려한 몸동작으로 기회를 만들어 슈팅을 한다. 골로 연결되어 성공하면 좋고, 아니면
말고.. 상대팀에 의해 그들의 공격루트가 차단되어도 계란으로 바위를 치듯 계속 꼭같
은 패턴을 고집하는 답답함을 보인다. 그들에게는 이탈리아전에서 히딩크가 보여준 것
과 같이 홍명보와 유상철 같은 수비수를 다 빼버리고 차두리와 이천수들을 투입하는
파격적 전술을 도저히 생각도 못할 것이다. 그만큼 그들의 플레이는 정교하나 로봇과
같이 꼭같은 패턴만을 고집할 뿐 창의적인 플레이를 하지 못하는 한계를 발견하였다.

이에 비해 한국축구는 스타라고는 최고의 수비수 홍명보를 제외하고는 이렇다할 선수
가 없었다. 나를 포함한 많은 국민들은 우리 선수들의 최선을 다한 플레이를 성원하기
는 하였지만 내심 조편성이나 대진운으로 볼 때, 16강은 어림도 없다고 생각하였을 것
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상대를 압도하는 무서운 파워와 그 어떤 팀과 맞붙어도 결
코 맥없이 무너지지 않고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강인한 정신력과 투지에 넘쳤고, 또
12번째 선수라고 하는 \'붉은 악마들\'과 온국민의 열광적인 성원에 힘입어 유럽과 남미
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올라본 적이 없다는 4강에까지 당당히 오르는 신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나는 우리가 일본보다 낫다는 얘기를 하고자 한 것은 결코 아니다.

한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은 비슷하면서도 너무도 다르다. 이러한 문화적ㆍ정신적 배
경이 자연을 보는, 정원을 만드는 태도에도 어떤 식으로든 커다란 영향을 미쳤을 것이
라는 점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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