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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의 눈물, 땅의 희망-6

구태익 | 2002.09.29 01:01 | 조회 3216
[우리땅을 읊다] 6. 들판과 산자락과 산
산자락은 옛 민초들 삶터, 수탈 피해 배산임수 땅으로, 저항·도피세력은 입산행 택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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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육지로 들어오며 들판을 만난다. 멀리 산이 보인다. 산으로 오르기 전에 산과 들판의 경계선인 산자락이 나타난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마을들은 대체로 산자락에 자리잡았다. 그래서 풍수 입지에 배산임수란 표현이 자주 쓰이는 것이다.

농본사회에서 들판은 생산의 창고이자 권력의 기반이 된다. 말을 조금 바꾸면 들판은 지배계급의 피지배층에 대한 수탈의 대상이다. 그래서 일반 백성은 들판에 살지 못한다. 그곳은 양반들의 땅이다. 백성들은 들에서 일하지만 삶의 터전은 산자락에 잡는다. 산도 아니고 들도 아닌 그런 곳, 그곳이 풍수가 말하는 배산임수의 땅이 되는 것이다.

간혹 양반들의 억압을 이기지 못하거나 참지 못한 사람들이 산을 오르는 수가 있다. 두 가지 경우다. 양반들의 들판에도 끼지 못하고 성격상 백성들처럼 양반의 폭정을 참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산으로 들어간다. 기록은 그들을 적도(賊徒)라 했다. 임꺽정, 장길산, 동학교도들이 그런 예의 대표가 될 것이다.

또 한 부류는 역시 양반들의 지배를 거부하지만 그렇다고 저항을 하는 것도 아니면서 탈속의 신앙에 기대어 개벽을 바라며 산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이다. 수많은 민속신앙이나 신흥종교, 심지어 외래종교들까지 그런 입산행을 택했다.

개략하자면 이렇다. 들판-권력-지배계층, 산자락-백성들의 마을-일반적인 삶의 터전, 산-탈속 또는 개벽-저항 혹은 도피. 도식적이지만 역사를 알고 답사를 하다 보면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전남의 곡창에 솟은 승달산, 김제 만경 들판의 모악산, 충남 논산 들판의 계룡산, 황해도 은율평야의 구월산. 이 산들은 거대하지는 않지만 민중들에게 숭앙의 대상이 되어왔던 곳이다. 적도 아니면 신앙패가 들어섰던 산들이다. 그리고 반드시 그 아래는 넓고 비옥한 평야가 펼쳐져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일망무제의 김제 들판에서 바라보던 모악산의 자태는 부드럽지만 설움이 쌓여 있었다. 풍요로워 정이 넘치는 들판에서 한이 서린 모악산을 바라보아야 하는 과객의 심사는 들판처럼 한가롭지 못하다. 모악산 자락에 올망졸망 모여 앉은 마을들은 따뜻함보다는 서러움이 더 짙다. 바다쪽으로 난 더 넓은 간척지에도 마을은 있다.

하지만 그것은 풍수적 배치는 아니다. 농가와 농토 그러니까 집과 일터의 거리를 최소화하고자 한 일본인들의 교활함만 눈에 띌 뿐이다. 넓지는 않지만 해질녘 황해도 은율 들판에서 바라보던 구월산은 또 다른 의미의 한이 배어 있었다. 적도로 몰린 굶주린 백성들이 찾아들어간 산이란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 산이 그런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자각이 땅과 사람 사이의 끈끈한 관계를 다시 생각나게 해서였을 것이다.

ㆍ최창조 : 중일보기사 입력시간(2002.09.2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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