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로그인
정보기억 정보기억에 체크할 경우 다음접속시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입력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러나, 개인PC가 아닐 경우 타인이 로그인할 수 있습니다.
PC를 여러사람이 사용하는 공공장소에서는 체크하지 마세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서 로그인하시면 별도의 로그인 절차없이 회원서비스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땅의 눈물, 땅의 희망-15

구태익 | 2002.12.05 01:01 | 조회 3228
[우리땅을 읊다] 15. 차량홍수의 도로
길도 물처럼 막히면 병든다.
너도 나도 車 끌고나와 체증 불러, 사람이라면 동맥경화에 허덕이는 꼴


http://service.joins.com/component/photo_mmdata/200212/pho_2002120417381960006***-****-****>

지금은 자가용 자동차만도 1천만대를 넘어섰다. 도로도 많아졌지만 자동차의 홍수를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다. 고속도로 안내판에는 수시로 서행, 정체 등 주의 글이 실린다. 길이 막히면 달리 방법을 찾을 수도 없다. 그저 한없이 기다리는 외에 달리 무슨 수단이 있겠는가.

길은 흐름이다. 물도 흐름이다. 그래서 풍수에서는 물길을 판단할 근거(得水法)가 없을 때 길을 물길 대신으로 취급한다. 고이면 썩는 것이 물이다. 막히면 소용없는 것이 길이다. 물은 썩었고 길은 막히고 가히 풍수적 말세라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사당동 사거리에서 길이 막혔다. 한 중년 남자가 갑자기 차에서 나와 길바닥에 엎드려 괴로워한다. 당연히 교통은 더욱 혼란스러워졌고 운전자들의 짜증은 극에 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누구 하나 부축해 주는 사람도 없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는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이었다. 일종의 신경성 질환이다. 교통 체증 속에서 심리적 위압감을 견디지 못하고 발작을 일으키는 것인데, 숨을 쉴 수 없는 고통이 따른다. 그 와중에도 뒤차들은 경적을 울리고 난장판을 이루며 비켜주기를 재촉하고 있었다. 내가 타고 있던 차의 운전사는 저런 것들 때문에 더 길이 막힌다고 화를 낸다. 저 지경이면 집에서 죽치고 있지 왜 나와서 다른 사람까지 고생을 시키느냐는 악담이 이어졌다. 한 쪽에서는 사람이 죽어가는데 바로 옆에서는 자신의 불편만을 생각하고 있다. 이게 말세가 아니고 뭐란 말인가. 중국 송나라 때 풍수의 대가 호순신은 말한다. \"대개 산은 사람의 형체와 같고 물은 핏줄과 같다. 혈맥의 흐름이 순조로우면 그 사람은 반드시 건강할 것이오 그렇지 못하면 병들어 망함이 자연의 이치이니 물의 흐름 또한 땅에 미치는 영향이 그와 같다.\"

길이 물의 역할을 한다고 했다. 길이 막혔다. 그 위에 있는 사람들이 병들고 망함은 자연의 이치라는 뜻이다. 사람으로 치자면 고혈압에 동맥 경화증이 중증에 이르러 뇌졸중을 넘어 심장마비에 이른 격이다. 그런데도 크게 바쁜 것 같지 않은 일에 차들을 가지고 나온다. 가히 강심장이다. 아니면 말세의 자포자기 상태인 것일까? 설마를 믿으면 안된다. 이제는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면 차를 써서는 안된다. 버스도 있고 지하철도 있고 몸도 건강한 사람이 혼자서 커다란 승용차를 몰고 다니는 것은 세상의 종말을 앞당기는 일에 자진 참여하고 있는 꼴이다.

막힘이란 그리고 그로 인한 짜증이란 사실 기다림의 고통과도 같은 것이다. 현대는 모든 것을 기다린다. 길에서도 관청에서도 은행에서도 교도소에서도 군대에서도 식당에서도 온통 기다림이 지배하는 시대이다.

\"인생의 고뇌 중 절반은 기다림이다.\" 작가 알렉산더 로즈의 지적이다. 기다림은 심각한 스트레스와 신경증적 증상을 유발하고 위궤양이나 심장병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정말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차를 사용치 말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 모두 산다. 그래도 차를 사용해야 한다면 기다림 속에서 도를 닦으며 참는 법을 배우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을 것이다.
.

최창조 <풍수연구가. 전 서울대 교수> : 기사 입력시간 : 2002.12.04 17:35
twitter facebook me2day 요즘
455개(19/23페이지)
참고자료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95 세계적 희귀 품종인 황금소나무, 충북에서 발견 구태익 3610 2003.01.04 01:01
94 돌과 물이 거창한 거창지방의 정자 문화 사진 첨부파일 안계복 3420 2003.01.04 01:01
93 인공적인 자연경관과 자연이 만든 자연경관 구태익 4394 2003.01.02 01:01
92 답글 한ㆍ중ㆍ일 음식문화와 정원 구태익 4369 2003.01.02 01:01
91 답글 김치와 기무찌, 된장과 미소시루의 차이 구태익 4910 2003.01.02 01:01
90 답글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새해 좋은 덕담 계속 올려 주시길.. 안계복 4694 2003.01.04 01:01
89 땅의 눈물, 땅의 희망-17 (최종회) 구태익 3306 2002.12.26 01:01
88 땅의 눈물, 땅의 희망-16 구태익 3517 2002.12.12 01:01
87 '천지창조' [미켈란젤로作] 사진 구태익 3825 2002.12.11 01:01
>> 땅의 눈물, 땅의 희망-15 구태익 3229 2002.12.05 01:01
85 안개낀 날의 수향벌 : 일시적 경관 첨부파일 구태익 4684 2002.11.30 01:01
84 갈매기의 항변 사진 구태익 3259 2002.11.29 01:01
83 땅의 눈물, 땅의 희망-14 구태익 3124 2002.11.28 01:01
82 부산비엔날레 바다 미술전 구태익 3359 2002.11.24 01:01
81 막걸리 마시는 소나무 사진 구태익 3695 2002.11.23 01:01
80 복원되는 청계천의 다리들 사진 구태익 3272 2002.11.23 01:01
79 잘려나간 1000원짜리 지폐 속의 회화나무 사진 구태익 3674 2002.11.23 01:01
78 가로수에 물주기 구태익 3328 2002.11.23 01:01
77 땅의 눈물, 땅의 희망-13 구태익 3526 2002.11.21 01:01
76 땅의 눈물, 땅의 희망-12 구태익 3642 2002.11.14 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