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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의 눈물, 땅의 희망-13

구태익 | 2002.11.21 01:01 | 조회 3527
[우리 땅을 읊다] 13. 물의 순환

땅도 입과 배설구 있다…청계천 명당水 인왕산서 시작, 중랑천이 항문…압구정이 \'뒷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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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배달되는 신문에 똥 얘기를 하자니 미안한 생각부터 든다. 게다가 정통의 풍수서에서는 변소를 다루지 않았다. 그러니 더욱 난처해질 수밖에 없는 일이지만 결코 가볍게 다룰 일이 아니라서 몇마디 남기기로 한다.

아마 아직도 많은 분들이 기억하리라 생각되는 전경수 교수의 \'똥이 자원이다\'란 직설적인 제목의 책이 있었다. 지금 똥은 한낱 처치 곤란한 오물에 지나지 않는다. 수세식 변기의 보급 탓으로 물도 무척 많이 잡아먹는다.

이제 50대 초반인 내 어릴 때 기억으로는 거의 대부분의 서울 집들이 쭈그려 앉아 짙은 냄새와 함께 그 색깔까지 가늠할 수 있는 구조의 화장실 아닌 변소에서 일을 보아야 하는 것은 물론, 똥을 푸러 다니는 사람들의 \"똥 퍼\" 혹은 \"변소 쳐\"라는 외침들이 절대로 생소하지는 않을 것이다.

김지하 시인의 말이다. \"똥은 밥의 변화된 물건이다. 똥은 흙으로 돌아가고 여기서 거름이 되어 다시 밥이 된다. 이 때 밥은 먹는 즐거움뿐 아니라 스스로 똥이 됨으로써 남에게 밥을 주게 된다.\"

수운 최제우도 말했다. \"흙이 똥을 마다하지 않는 것은 오곡이 풍성하게 열릴 것이기 때문이다. \"

풍수적으로는 어떨까? 땅은 사람이라 했다. 그러니 먹는 입이 있으면 싸는 구멍도 필요하다. 그곳이 뒷간이다. 먹는 일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싸는 일이다.

신문에 나는 광고를 보면 입에 관계된 치과보다는 변비나 항문외과에 관한 것이 훨씬 더 많다. 또 명당판에서의 얘기로 하자면 명당수의 시작 지점이 입이라면 그 물이 빠져나가는 곳이 항문이다.

서울의 경우 청계천 명당수가 시작되는 북악산 인왕산 일대가 입이 될 터이고 그곳이 한강으로 유입되면서 서울을 빠져나가는 한양대 부근 중랑천 하구가 배설구가 된다. 그 배설물을 받아내는 강 건너 압구정동은 뒷간이 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오해 없으시기 바란다. 입 못지 않게 중요한 곳이 항문이라 했으니 지금 이 주장은 어느 곳이 더 좋으냐의 문제가 아니란 것을...

조선 숙종 때 실학자 홍만선이 \'산림경제\'에서 말하기를 \"부엌의 재를 측간(厠間)에 버리면 집안이 가난해지고 새로운 측간을 지으면 옛 측간은 즉시 없애야 하며 측간에 갈 때는 서너 걸음 떨어진 거리에서 헛기침을 두 세번 내면 측간 귀신이 도망간다\"고 했으나, 현대인에게 해당될 말은 없는 듯하다.

화장실은 수세식이라 버릴 것도 없고, 두개씩 화장실이 있는 집도 많이 있는 데다가 문은 꼭 걸어 잠그고 일을 보니 헛기침으로 인기척을 낼 까닭도 없는 일이겠으니 말이다. 그 외에도 여러가지 측간에 대한 유의점을 설명했으나 그 내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옛날부터 사람들은 변소를 중시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을 뿐이다.

제주도의 경우 돼지우리(돗통)는 통시(변소)와 함께 시설되어 변을 먹는 돼지가 있었던 적이 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통돼지\'란 이름으로 다시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으니 이는 좋은 일인가, 나쁜 일인가? 수세식 화장실을 없애고 똥이 자원이 되는 시설을 고안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왜 이러나? 측간 귀신이 붙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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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최창조 <풍수학자. 전 서울대 교수> 중앙일보 기사 입력시간 : 2002.11.20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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