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 중국가옥과 정원에 대하여

욕양선억(欲揚先抑)수법을 말하는 것 같군요.

욕양선억(欲揚先抑)이란 \"펼치기를 원하면 먼저 억누른다\"는 원리입니다. 이것은 중국 강남지역 사가원림(私家園林)에서 좁은 공간을 더욱 크게 보이려 할 때 자주 사용하는 수법입니다. 즉 정원의 주요 경구(景區)로 진입하기 전에 의도적으로 몇 개의 작은 공간을 배치해두면, 폐쇄적이고 좁은 공간을 지나와서 갑자기 열린 공간을 만나게 되므로 방금 지나온 공간과 펼쳐진 공간이 대비되어 새로운 공간이 더욱 크게 느껴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졸정원 뿐만 아니라 사자림과 유원에서도 대문으로부터 정원의 중심부에 이르는 길은 좁고 긴, 꾸불꾸불한 길이나 몇 개의 방을 지나오도록 되어 있지요. 이 때 방문객의 시야는 제한되므로 폐쇄감으로 인해 적쟎은 불안감을 느끼다가, 갑자기 탁 트인 공간을 만남으로써 해방감과 안도감을 맛보도록 교묘하게 꾸민 것이지요. 사자림의 매력인 입체적인 미로에서의 숨박꼭질도 바로 이와 같은 원리를 극대화한 것이라 할 수 있겠지요. 이와 유사한 개념으로는 \"나타내기 위해 숨기고, 드러내기 위해 감춘다(欲顯而隱 欲露而藏)\"는 원리가 있는데, 이는 중국정원뿐 아니라 회화나 문학 등 중국예술 전반에 널리 적용되는 중요한 원칙이라 하겠습니다.

또한 중국인의 극도로 폐쇄적인 주거양식은 아마도 \'中國\'이라는 뜻이 그렇듯이, 세상의 중심에 가장 비옥한 모든 것을 가졌으니 제발 야만인들이여 우리 재산 넘보지 말라며 진시황이 만리장성을 쌓은 이후부터 형성된 그들의 가치관의 반영이 아닐까 여깁니다. 겉으로는 아무 것도 없는듯이 꾸며놓고, 안으로 들어가면 우리 식구들끼리만 풍요롭게 살고자 하는 부자들의 심리같은 것이겠죠. 밖에서도 보아도 돈 꽤나 있어보이면 틀림없이 도둑이나 강도의 침입을 불러일으킨다고 생각하는 것 아닐까요? \'天高馬肥\'도 그런 불안한 심리를 반영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