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센트랄파크 150돌 '생일파티'

\"생일 축하해, 센트럴 파크야!\"

수백명의 뉴욕 시민이 유명 테너 가수 두명과 어울려 초대형 케이크를 놓고 지난 19일 희귀한 생일잔치를 마련했다. 주인공은 올해 개장 1백50주년을 맞은 센트럴 파크.

세계의 수도임을 자처하는 이 도시의 허파 역할을 하는 곳이다. 울창한 숲과 넓디넓은 잔디밭, 그리고 연못과 호수, 저수지, 동물원, 어린이 놀이터 사이로 거미줄같이 난 산책로가 생활에 지친 시민들에게 휴식과 자유를 준다.

그에 보답이라도 하듯 성대한 잔치가 벌어진 것이다. 온갖 치장을 한 강아지들이 애완견 퍼레이드에 참여하기 위해 주인들의 발걸음을 재촉했고, 한쪽에선 저녁 콘서트를 준비하는 일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그늘을 낀 벤치엔 독서 삼매경에 빠진 사람으로 가득했다.

잔디밭에서 비키니 차림으로 일광욕을 즐기는 모습은 녹색 바닷가를 연상케 하고, 연인들은 무릎을 베고 누워 밀어를 나눈다. 그러나 취객은 찾을 길 없고 벤치 위에 널브러진 사람도 없다.

1853년 이 공원을 만들었던 설계사들도 오늘날의 이런 모습들을 꿈꿨던 것일까. 당시 1백3만평의 금싸라기 땅을 후손들을 위해 두 눈 딱 감고 떼어놓았던 그 안목이 부러울 뿐이다. 물론 센트럴 파크엔 연간 2천5백만명의 관광객이 몰려 뉴욕시는 물론 미국의 관광 수입에도 기여하고 있다.

뉴욕필은 얼마 전 1백50년 동안 시민을 위해 봉사한 이 공원에 공짜 콘서트를 선사했으며, 같은 취지로 세계적인 팝페라 가수와 재즈 공연이 이어지고 있다. 공원의 풍성함을 가꾸기 위해 갖가지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뉴욕시의 노력과 그것을 1백% 즐기려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자세와 성숙한 시민의식이 도심 공원의 모범답안을 보여주는 것 같다.

심상복 특파원

중앙일보 2003년 07월21일 18:08 입력 / 2003년 07월22일 08:15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