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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은 땅거죽만 포장하는 ‘가위손’인가?

구태익 | 2005.07.23 01:01 | 조회 4348
‘여름조경학교’ 농촌 탐방기 - 조경은 땅거죽만 포장하는 ‘가위손’ 이 아니다~!!

옛부터 마을터가 좋다는 양평 보륭리에서 본 조경의 ‘참모습’
좌청룡 줄기가 우백호보다 짧자 수백평 인공숲으로 이어
가물어도 논 마르지 않고 마을허리엔 습지…진짜 조경의 힘 덕

조경이라고 하면 어떤 이는 커다란 전지가위를 들고 가이즈카향나무를 손질하는 ‘가위손’을 떠올린다. 또 누구는 화단에 알록달록 팬지꽃을 정렬하는 모습을 생각한다.

성종상 교수(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는, 조경을 땅거죽만 포장하고 가꾸는 일로 여기는 것은 큰 오해라고 말한다. 땅의 질서를 읽어내고 그 결을 따라 디자인을 하는 작업이라는 것이다. 꽃을 심고 연못을 파고 언덕을 만들고 집터를 잡으려면 반드시 땅을 알아야 한다고 힘주어 강조한다.

성 교수가 올해 교장을 맡은 ‘여름조경학교’가 경기도 양평 단월면 보룡리를 찾은 것도 그 까닭이다. 여름조경학교는 방학기간 동안 장래 조경가를 꿈꾸는 학생들이 모여 보름가량 합숙하며 교육을 받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12일 보룡리에선 토양·지형·동물·식물·곤충·풍수·역사 등 땅을 읽어내는 데 필요한 지식이 입체적으로 펼쳐졌다. 보룡리마을을 텍스트 삼아 각 분야 생태 전문가 10명이 조경학교 수강생 80여명과 하루종일 마을을 걸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고려때부터 무안 박씨가 집성촌을 이루고 살았던 보룡리는 현재 40여가구가 모여 사는 벼농사 위주의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커다란 느티나무가 늘어선 조붓한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물을 담뿍 머금은 논들이 단을 지어 펼쳐져있고 마을 뒤편에 이마처럼 우뚝 솟은 괴일산에서 뻗어나온 두갈래 산줄기가 팔 벌려 마을을 감싸안고 있다.

보룡리에서 태어나 스무살 무렵까지 살았다는 향토역사가 박설재(송파구 문화교실 강사)씨는 “예로부터 마을주민들은 빼어난 마을터에 자부심을 가졌다”고 말한다. 풍수 좀 한다고 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찾아와 답사를 하고 가는 마을이었다고 한다. 이날 마을을 돌아본 풍수전문가 성동환 교수(대구한의대)도 “풍수 원리에선 입구는 좁지만 들어와보면 넓어지는 땅을 길하게 봤는데 보룡리도 역시 그렇다”며 “좌청룡 우백호에 해당하는 산줄기가 마을을 감싸안고 빗장처럼 여미고 있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옛사람들은 마을터가 좋다고 그냥 만족하지 않았다. 마을 입구 오른쪽편엔 신나무·물푸레·귀룽나무·향나무 등이 어우러진 수백평의 숲이 인공적으로 조성돼있다. 수구막이숲이다. 성 교수는 “주산에서 뻗어나온 산줄기가 양쪽으로 갈라져나오는 과정에서 좌청룡 줄기가 우백호에 비해 기세가 약하다고 보고 이를 보하고자 숲을 만들어 산줄기를 두툼하게 이어준 것”이라고 간파했다.

수구막이숲은 풍수원리 이외에도 여러가지 유용한 기능을 갖고 있다. 경관생태를 전공하는 이도원 교수(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과)는 “수구막이숲은 바람을 갈무리해준다”고 운을 뗐다. “식물의 광합성작용을 결정하는 제한요소가 토양수분인데 수구막이숲은 건조한 시기에 바람이 담고 있는 수분을 거둬 수분을 유지시켜준다.” 수구막이숲은 또한 태풍이 몰아칠 때면 울타리가 되어 거센바람을 막아 숲 안쪽의 농작물을 보호해준다. 기운을 북돋고 바람을 막고 물기를 머금고 영양분을 축적하는 중요한 구실을 하는 것이다.

보룡리가 좋은 집터인 것은 이곳의 논들이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지 않아 넉넉하게 곡식을 생산해냈다는 것에서 증명된다. 마을 허리께엔 논과 논 사이에 자연스레 생겨난 습지가 들어서있다. 산줄기를 타고 내려온 물이 마을을 천천히 휘감고 흐르다 낮은 자리에 저절로 웅덩이를 만든 것이다.

갈대·줄·부들·고마리 등이 자라는 습지를 살피던 심재한 박사(한국파충류연구소 소장)는 재빠르게 참개구리 한마리를 잡아 채집통에 넣었다. “그동안 나 같은 생물쟁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게 조경쟁이었다. 생물이 제대로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않고 그저 연못 만들고 나무 심으면 생태적이라고 하는 게 꼴불견이었이기 때문에. 생태조경이라는 건 살아있는 조경이다.

생물들의 살이터를 만들어야지. 뱀 1마리가 살려면 개구리 100마리가 살 수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메뚜기 1000마리가 사는 공간이 돼야 한다. 메뚜기가 그만큼 살려면 식물이 얼마나 많이 필요하겠는가. 그런 시스템을 엄밀히 따져 설계해야 한다. 집에 가면 이쁜 정원만 보지 말고 당장 식물·곤충·동물도감부터 사봐라.”

곤충·나비전문가인 박해철 박사(한국농업과학기술원 연구원)도 “간혹 연못을 만들면서 ‘잠자리연못’이라고 이름붙이는데, 실제로 대부분의 잠자리는 확 트인 넓은 수면이 필요하다. 간혹 실잠자리 같은 것은 반경 5m의 연못 주변에서만 바글바글 모여 산다. 어떤 잠자리가 살게할지 결정하고 연못의 크기, 모양도 그에따라 설계해야 한다.”

베야할땐 베어낼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보룡리에서 얻은 교훈은 ‘사람의 손’이 자연에 적절하게 개입하는 지혜를 배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수구막이숲에서 나무를 하나씩 가리키며 친절한 설명을 풀어놓던 오충현 교수(동국대 산림자원학과)는 이렇게 말했다. “여기 참나무들이 많죠? 신갈, 떡갈, 졸참, 갈참…. 이런 것들은 열매가 떨어져서 스스로 싹을 틔워 자란 것들이고 앞으로 계속 번성하겠죠. 햇볕을 좋아하는 소나무들은 높이 자라는 참나무와 경쟁해서 이길 수가 없어요. 숲이 참나무로 뒤덮이도록 계속 놔둬야 하는 걸까요? 수구막이숲도 하나의 ‘문화경관’이라고 이해한다면 마을 사람들이 좋아하는 소나무가 많이 자라도록 참나무를 베어낼 수도 있다고 봅니다. 중요한 것은 문화와 생태가 충돌할 때 그 접점을 슬게롭게 찾아내는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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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철 한국파충류연구소 연구원이 현장에서 채집한 개구리를 들어보이며 학생들에게 습지 생태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양평/글·사진 이유주현기자 edigna@hani.co.kr :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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