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LA에 한국정원 꾸미는 마크 웜스 식물원장

휘감기듯… 녹아들듯… 자연과 인간 조화의 극치”

창덕궁 후원(비원)을 관람하던 그의 입에서는 탄성이 터져나왔다.

“자연과 인간이 이렇게 조화될 수 있는가? 돌 하나만 보아도 그렇다. 사람의 손을 탔든(carved)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든 인공미를 풍기기보다는 모두 주변 풍경에 잘 어울려 녹아 들어 있다. 물이 휘감아 도는 옥류천은 또 어떤가? 바위를 그대로 놓아둔 채 ‘흘러 떨어지는 물이 삼백척’이라는 시구를 적어 마치 계곡과 폭포처럼 느끼도록 했다. 이 같은 한국 정원의 아름다움과 문화적 전통을 로스앤젤레스 시민들에게, 아니 미국 시민 모두에게 전하고 싶다. ”

27일 오전 10시 창덕궁을 찾은 마크 웜스(48) 미국 LA카운티식물원장은 2시간 가까이 창덕궁을 돌아보며 경탄을 금치 못했다. LA 카운티식물원은 2에이커(약 2,450평) 규모의 한국 정원을 만들 예정. 대규모 한국 정원이 미국 내에 만들어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자연미를 강조하는 한국 전통 조경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원이 서구에 이제 첫선을 보일 준비를 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일본 정원은 전통 판화(우키요에)와 함께, 중국 정원은 전통 양식의 탑과 함께 19세기에 이미 유럽과 미국에 진출했다. 샌프란시스코 골든게이트파크의 저패니즈 티 가든, 세계 최대 규모 식물원인 런던 큐가든의 중국 정원 등은 국가 이미지를 뒷받침하는 큰 문화적 재산이다. LA카운티에만도 헌팅턴도서관 등을 포함, 일본 정원이 5~6개 이상이며 중국 정원 역시 헌팅턴도서관에 1만7,000여평 규모로 2002년부터 시공 중이다.

“LA카운티 식물원은 세계 3대 식물원으로 꼽히는 곳입니다. 원래 개인 목장이었던 것을 1954년 식물원으로 바꿨는데, 영화 ‘타잔’을 촬영했던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한 해에 30만명 이상 찾아오는 곳인만큼, 한국 정원을 만들면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

이곳에서 한국 정원 구상을 처음 한 것은 2002년. 해마다 열리는 정원 시연회에 교포 송재준(61)씨가 출품한 ‘한국 정원’이 큰 인기를 얻은 것이 계기가 됐다. 그 뒤 2003년에는 물레방아, 2004년에는 장독대를 주제로 한 한국 정원이 계속 인기를 모았다.

“식물원에서는 아예 상설 한국 정원을 조성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하게 됐지요. 이 식물원에는 아직 어느 특정 국가의 정원은 없거든요. ” LA지역에 한국 정원의 아름다움을 알리던 김영덕 서강대 명예교수(76·전 전통정원학회장)가 가세해 한국 정원 조성은 급물살을 타게 됐고, 마크 웜스 원장이 한국을 찾게 됐다.

웜스 원장은 “사진으로만 보던 것과 달리 실제 정원을 걸어보니 이 정원을 만든 사람들의 정중동(靜中動)의 힘이 여전히 남아 있음을 느낄 수 있어 무척 흥분했다”고 말했다. 웜스 원장은 경주 안압지와 전남 담양 소쇄원, 용인 희원 등 한국의 전통 정원을 둘러볼 예정이다.

[조선일보] 2005년 2월28일(월) A23면 - 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