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놀이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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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가 있는 놀이터\" 프로젝트 조감도

텅 빈 모래밭 위 녹슨 미끄럼틀은 가라. 대신 둥그런 잔디 언덕 위에서 데굴데굴 굴러보자. 통나무를 반으로 잘라 만든 수로에는 나뭇잎배와 종이배가 경주를 한다. 놀이터 벽면은 가족이 함께 그린 모자이크로 장식돼 정겨움이 더하고, 휴일 저녁이면 놀이터 한 쪽에서는 주민들의 하모니카. 기타 소리가 울려 퍼진다.

동네 놀이터가 지역 문화공간으로 변신한다. 서울문화재단(대표 유인촌)은 6일 \"획일적이고 문화적 요소가 결여된 놀이터를 창조적 공간으로 바꾸기 위한 모델을 개발했다\"며 이날 조감도를 공개했다.

\'문화가 있는 놀이터\'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서울 시내 세 곳의 공공 놀이터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기획과 설계는 서울문화재단과 한국여성건설인협회가 공동으로 맡아 리모델링을 통해 실험적 모델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유인촌 대표는 \"기존 놀이터는 시설이 낡아 안전.위생 문제 등이 있는 데다 다양해진 교육.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해 어른과 아이들 모두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며\"놀이터는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자극하고 어른들의 활발한 교류도 이뤄지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재단이 제시한 모델은 어린이들이 노는 것은 물론 지역 주민들이 만나고 소규모의 문화행사를 벌일 수 있는 복합 공간으로서의 놀이터다. 이를 위해 놀이. 집회 및 휴식. 체육공간 등을 고려해 전 연령층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생활의 장\'이 되도록 했다.

또 목재로 만든 수로에서의 물놀이, 진흙 놀이, 나무 징검다리 건너기 등 감성 계발을 유도할 수 있는 열세가지 놀이와 넝쿨 기르기, 생태 연못 만들기 등 주민 참여형 프로그램 일곱 가지를 제시해 지역 특색에 따라 골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설계를 맡은 한국 여성건설인협회의 김혜정(51)회장은 \"건축법규상의 조건만을 충족시킨 형식적인 놀이터가 아닌 지역문화가 싹트는 공간이 되도록 했다\"고 말했다.

서울문화재단은 서울시, 서울도시개발공사(SH)와 협의를 거쳐 서울시내 보육시설과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놀이터 리모델링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며 향후 민간 건설업체와도 공동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김은하 기자 : 2005년 1월7일(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