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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터 섬의 교훈 [중앙일보]

구태익 | 2005.01.01 01:01 | 조회 3622
이스터 섬은 남미 대륙에서 서쪽으로 3200㎞ 떨어진 남태평양의 작은 외딴 섬이다. 이 섬에는 모아이라 불리는 수백 개의 거대한 석상들이 해안선을 따라 서 있다. 높이 20m, 무게 100t 가까이 되는 석상들은 고도로 발달된 이 섬의 문명을 상징한다. 그러나 1722년 부활절 네덜란드 탐험가 로게빈이 서양인으로는 최초로 이곳에 도착했을 때 섬에는 석상을 운반하고 설치하는 데 따른 문명의 흔적이라곤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섬에는 나무 한 그루 없는 황량한 들판뿐이었다.

그러나 최근 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이 섬에는 한때 높이 25m 지름이 2m 가까이 되는 거대한 야자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었으며 여러 종류의 동식물들이 서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원주민들은 나무를 이용해 석상을 운반하고 설치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통나무를 파서 만든 카누로 먼바다까지 나가 고기·돌고래 등을 잡아 식량으로 썼다.

그러나 인구가 늘고 부족 간 석상 세우기 경쟁이 일면서 섬 안의 나무들이 모두 베어지고 비옥했던 토양은 농사를 지을 수 없는 황무지로 변했다. 더 이상 카누를 만들지 못하게 된 원주민들은 바다에서도 식량을 구할 수 없게 되었다. 한때 1만명에 이르던 인구는 로게빈이 이 섬에 도착했을 당시 2000여명으로 줄었고 주민들은 식인 풍습과 함께 기아선상에서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이 이야기는 거대한 석상을 세울 만큼 고도로 발달했던 문명이 생태계 파괴와 함께 몰락한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다.

\'생태적 발자국\'은 인구의 소비로 인한 생태계의 영향을 토지 크기로 환산한 지표다. 세계 각국의 지속가능성 성취 정도를 조사하기 위해 \'생태적 발자국\' 크기를 집계하는 글로벌 풋프린트 네트워크(Global Footprint Network)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현재 인류문명이 남기는 \'생태적 발자국\'은 1인당 2.2㏊(축구장 2개의 넓이)인 반면 자연자본량, 즉 지구의 생산능력을 떨어뜨리지 않고도 인류의 소비를 감당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생태계의 생산능력은 1인당 1.8㏊로 나타났다. 1.8㏊는 은행에 맡겨둔 원금처럼 매년 1.8㏊로부터 발생하는 이자만큼만 소비하면 지구의 생산능력을 지속가능하게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인류는 2.2㏊의 \'생태적 발자국\'을 만들면서 원금에 해당하는 자연자본을 까먹고 있는 중이다.

같은 연구기관이 조사한 우리나라의 지속 가능성 성적표는 훨씬 더 심각하다. 우리 국민 한 사람의 일년 동안의 소비로 인한 \'생태적 발자국\' 크기는 지구 평균 2.2㏊를 훨씬 웃도는 3.4㏊다. 반면 우리나라 국토의 일인당 자연자본량은 0.6㏊에 불과하다. 차이가 나는 부분은 수입으로 충당하고 있어 우리 국민 한 사람의 소비로 인해 매년 2.8㏊의 생태적 발자국이 다른 나라에 남겨지고 있다. 생태적 빚인 셈이다. 더욱 심각한 현상은 우리나라 국민의 소비를 뒷받침하기 위해 필요한 생물학적 생산능력은 1960년대 초 우리나라 국토의 7할만 가지고도 충분했는데 현재는 국토의 5.7배가 필요할 정도로 크게 늘어났다. 이 같은 증가 속도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것으로 수백 년 전 이스터 섬의 문명이 몰락하기 전 일어났던 여러 가지 증후군들과도 닮았다.

무한 성장을 가정하고 있는 국민소득 2만달러와 같은 목표는 달성 가능성 유무를 떠나 위와 같은 우리나라의 환경적 현실에 비춰 볼 때 거의 의미가 없는 목표다. 세계가 하나의 이스터 섬처럼 되어가고 있는 지금 우리에게 일인당 국민소득을 올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생태적 발자국 크기를 줄이려는 노력과 우리에게 주어진 자연자본 한도 내에서 사는 생활방식을 보급하는 것이다. 세계는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스터 섬 신드롬 [중앙일보] 2004년 12월 31일 - 기고자 : 탁광일 캐나다 생태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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