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31

왕비의 침전인 교태전, 요즘 드라마 \"명성황후\"에 자주 등장하여 더욱 익숙하다.

\"교태(交泰)\"는 태극의 교차 즉 음과 양이 결합하여 새로운 생명을 잉태한다는 뜻을
가진 것이며, 교태전의 정문이 음양을 뜻하는 兩儀門(양의문)인 것도 그 때문이다.

또 음과 양이 우주만물을 이루는 기본구조라고 한다면 五行(오행)은 기본구성 요소가
된다. 그러므로 음양 다음에 오행을 배치하는데, 강녕전을 비롯한 다섯 채의 건물은
오행을 상징하는 것이며 강녕전 정문의 이름이 嚮五門(향오문)인 것도 그 때문이다.
(다만 강녕전 일곽의 5채와 그 남쪽 사정전 일곽의 3채를 합쳐 8괘를 상징하는 것으
로 해석할 수도 있다)

천문도의 별자리와 관련지어 보면 근정전은 북극성(천체운행의 중심이며, 인간사회에
서는 임금으로 비유됨), 사정전 일곽의 3채는 3광(光), 강녕전 등 5채는 5제좌(五帝
坐)로 대비해 볼 수 있다. 그러므로 근정전에서 교태전에 이르는 궁궐의 건물배치는
하늘의 별자리와 인간사회를 유추해온 사고방식, 즉 태극도설과 천문도의 5제좌를 응
용한 탁월한 우주관이 투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 출처 : 이강근(1991). <한국의 궁궐> 대원사 빛깔있는 책들 시리즈 107호. 118-119
쪽에서 인용ㆍ재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