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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 [워낭소리]

구태익 | 2009.02.07 01:01 | 조회 1201
오늘 모처럼 시간을 내어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는 그 영화 [워낭소리]를 보았습니다. 소의 해인 2009년 기축년, 저예산 독립다큐멘터리 영화로 고작 7개 상영관을 얻어 개봉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10만 관객을 돌파하며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는 영화 [워낭소리]

[워낭]
: 마소의 귀에서 턱 밑으로 늘여 단 방울. 또는 마소의 턱 아래에 늘어뜨린 쇠고리
(나도 이런 순 우리말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스토리는 이러하다. 평생 농사를 지어온 최노인에겐 30년을 부려온 소 한 마리가 있다. 소의 수명은 보통 15년인데, 이 소의 나이는 무려 마흔 살에 가깝다. 그는 최노인의 가장 좋은 친구이며, 최고의 농기구이고, 유일한 자가용이기도 하다. 최노인의 아내는 늘 남편이 소만 안다고 불평을 늘어놓지만 노인은 매일 소와 함께 산을 오르고 논에 간다. 그러던 어느 봄, 수의사는 소가 올 해를 넘길 수 없으리라고 선고한다 : [cine21.com]에서 인용

황소고집의 최노인 : [어느 네티즌의 평]

- 할아버지께선 남들이 다 기계로 경작을 하지만 홀로 소로 농사를 지으신다.
- 남들은 농약을 칠 때도 할아버지께서는 소가 농약친 작물을 먹을까봐 농약을 치지 않으신다.
- 어릴 때 다리를 상해 잘 걷지도 못하면서 할아버지는 소를 먹이려고 풀을 베고 쇠죽을 끓이신다.
- 16살에 시집와 평생을 같이 산 할머니께서 \'소가 죽어야 내가 산다\'며 푸념 아닌 푸념을 할 때도 할아버지는 하염없이 소만 쳐다볼 뿐이다.
- 귀가 어두워 말믈 잘 못들으시는 할아버지이지만, 용케도 늙은 소의 울음소리는 알아들으신다.
- 소는 나이가 들어 이제 홀로 일어설 힘도 없지만, 할아버지의 다리역할을 하며 묵묵히 일한다.
- 늙은 소는 새로 들어온 젊은 소와의 먹이 경쟁에 져 말라가면서도 묵묵히 그저 살아갈 뿐이다.
(늙은이를 공경할 줄 모르는 싸가지 없는 젊은 암소와 천방지축 송아지가 얼마나 얄미웠던지...)
- 늙은 소는 할머니 성화에 우시장에 끌려 나갈 때에도 눈물만 흘릴 뿐 무심히 따라 나설 뿐이다.

그 소가 일어서질 못하고 죽었을 때, 그래서 할아버지는 장사를 지내주고, 그 무덤에 막걸리를 뿌리신다. 그리고 할아버지의 손에는 그 소의 목에 걸려있던 워낭이 들려있다. 지금 내 귀에도 그 소가 무심히 울리며 걸었던 워낭소리가 계속 울린다.

=======================

소는 할아버지에게 내비게이션이 필요없는 자동항법장치의 자가용이고, 30년을 함께 산 벗이며 가족이다. 아직도 귓전에 들리는듯한 워낭소리와 함께 이제는 늙고 지쳐 한 발자국 나아가기도 힘들어 보이는 노인과 늙은 소는 느릿느릿 힘없고 지친 무거운 발걸음으로 동행을 한다.

30년을 함께 살아온 늙은 소와 할아버지는 이제 일을 줄이고 쉬어야 한다는 의사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습관처럼 아침이면 들녘으로 나선다. 죽으면 몰라도 살아있는 동안은 꼼지락 거려야 한다는 것이 할아버지 삶의 철학이다. 이런 모습이 할머니에게는 늘 불만이고 또 자신을 고생시키는 할아버지가 미워 옆에서 계속 잔소리를 하시지만, 그래도 한번도 할아버지를 거역한 적 없는 할머니 걱정은 언제나 할아버지뿐.

소가 죽던 날, 그간 소 때문에 내가 못산다며 온갖 푸념을 널어 놓으시던 할머니께선 “와 벌써 갔노. 좀만 지내다가 우리랑 같이 가지.” 하시며 아쉬움을 표하시고, 저 늙은 소가 우리 늙은 내외 온 겨울 따뜻하게 지내라고 저 많은 땔감을 다해놓고 갔네.. 하시며 미안한 마음에 애증이 교차하는 마지막 이별의 말씀을 남기신다.

자식들 교육시키고 먹여살리느라 죽을 때까지 뼈 빠지게 일밖에 모르고 살다가는 것만이 당신들의 의무라고 생각하시는 우리 할아버지ㆍ할머니들의 모습은 죽기 직전까지 힘든 몸을 이끌고 먼 길을 걸어 땔감을 장만해놓고 간 늙은 소(이 장면을 두고 동물애호가들은 분명 동물학대라고 고발할 것 같았다)와 닮았다.

그러므로 소는 어버이의 사랑이고 고향이며, 한국인의 영원한 벗이다.

연출되지 않은 리얼다큐의 감동은 언제나 신선하다. 감독의 3년에 걸친 기다림이 완성한 아름답고도 진한 감동의 명화. [집으로...] 이후 이런 영화가 나오길 내심 얼마나 기대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팁은, 뭔가 억지로 감동을 강요하지 않는 감독의 배려와 한 편의 수채화같은 농촌의 사계풍경이며 온갖 자연의 소리들이다.

아무리 좋은 내용도 감독이 욕심을 부려 군데군데 \'이 장면에서 감동받아라\'는 듯이 강요하는 느낌이 들게 되면 리얼리티는 죽고만다는 것이 평소 나의 생각이다. 하지만 이충렬감독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저 카메라를 걸쳐놓고 기다릴 뿐. 의도적인 연출의 흔적 없이 담담히 영상으로 담아낸 것이 큰 감동을 주는 것 같다. 조경을 전공하는 사람으로선 한국 산골농촌의 4계절을 보는 것만으로 큰 수확이란 생각이다.

꼭 봐야 할 영화로 강추~!!

http://image.cine21.com/resize/cine21/still/2009/0121/M0020032_10_[W636-].jpg width=560 height=400>

※ 이 사진은 이충렬감독이 추천하는 명장면 : 늙은 소가 죽기 전, 할아버지는 늙은 소의 죽음을 직감하고 소의 수레 위에 실린 나무짐의 일부를 들어내어 할아버지의 낡은 지게에 올리고 느릿느릿 소와 할아버지 30년 동행의 마지막 힘겨운 발걸음을 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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