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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醉畵仙]을 보고..

구태익 | 2007.06.17 01:01 | 조회 644
ㆍ醉畵仙

\'술에 취해야(醉) 그림을 그리는(畵) 신선(仙)\'이라는 뜻인가? 아니면 \'술과 그림에 취해버린 신선\'이라는 뜻일까?

때는 바야흐로 조선왕조가 몰락해가던 질곡의 시기, 천민의 아들로 태어난 불운한 천재화가가 있었다. 신은 잔인했다. 그가 정열을 불태울 수 있는 자유를 주시던가, 그렇지 않으면 불타는 예술혼과 재능을 주시지 말았어야 했다. 스토리는 이렇게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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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능을 발견하다 : 김선비와 승업의 만남

1850년대, 청계천 거지소굴 근처에서 거지패들에게 죽도록 맞고 있던 어린 승업을 발견한 김선비(김병문)는 그가 매를 맞은 이유를 듣고 그의 그림을 처음 보게 된다. 안동 김씨일문의 세도정치에 편승하지 않고 새로운 세상을 꿈꾸던 김병문은 거칠지만 비범한 승업의 실력을 눈여겨 보게 된다. 5년만에 승업을 다시 만난 병문은 당시의 엘리트인 역관 이응헌에게 승업을 소개하며, 그가 진정한 예술가의 자세를 추구할 것을 독려하고 선대(先代)의 유명 화가들처럼 훌륭한 화가가 되라는 뜻에서 \'吾園(오원)\'이라는 호를 지어준다.

❚ 가슴 설레는 상실 : 승업의 첫사랑 \'소운\'

이응헌의 집에서 머슴살이를 하면서 그림의 안목을 키워가던 중, 응헌의 여동생 소운에게 한 눈에 반해버리지만 가슴 설레는 첫사랑은 소운의 결혼으로 끝나고... 화가로 자리잡기 시작할 무렵 병을 앓던 소운이 죽어가면서 승업의 그림을 청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달려가는데...

❚ 사랑을 넘어선 교감 : 승업의 또다른 여인 \'매향\'

화가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할 무렵, 독실한 천주교신자로서 몰락한 양반집안의 딸 기생 매향의 생황(국악기의 일종) 연주에 매료된 승업. 매향은 승업이 속치마에 그려준 그림 옆에 시를 써넣으며 아스라한 인연을 맺어간다. 계속되는 천주교박해로 두 번의 이별과 재회를 하며, 켜켜히 쌓인 정과 연민 그리고 승업의 세계를 공감하는 유일한 여인으로 자리하게 된 매향은 깨달음의 길로 인도하는 고매한 사랑을 키워간다.

❚ 마침내 자신의 붓소리를 듣다 : 승업의 방황과 예술

아무도 그를 붙잡아둘 수 없었다. 임금(高宗)의 어명도 그를 막을 수 없었다. 오로지 술에 취해야 흥이 나고, 그 흥에 취해야 신명나게 붓을 놀리는 신기(神技).. 술병을 들고 세상을 조롱하는 듯한 표정의 원숭이를 그리고 자신의 필력을 확인하지만.. 화명(畵名)이 높아갈수록 변환점을 찾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괴로워 하고, 한계를 넘으려는 노력이 계속되는 날, 온몸의 기가 붓을 타고 흐르는 경험을 한다. 외부의 소음에도 불구하고 또렷하게 자신의 붓소리를 듣게 된 것이다.

❚ 돌아서는 이의 모습은 아름답다 : 오원 장승업

매향과의 마지막 재회, 그리고 세상과의 마지막 재회, 매향이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찌그덩한 그릇을 보고 승업은 그 안에서 자신이 그토록 도달하고자 하는 경지를 보게 되고, 조선의 운명인 듯 또한 스러져가는 자신의 운명인 듯 그는 홀연히 세상을 등지고 사라진다.

(이상은 <취화선> 홍보 팜플릿 내용을 정리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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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상평

천재의 재능을 가지고도 천한 신분으로 태어났으므로, 글줄이나 읽던 양반들에게 그림 그려내는 기계에 불과한 화공(畵工)이었어야 하는 장승업. 그러나 그는 이를 거부하고 자신의 길을 찾고자 괴로워 했던 정열의 화가이었다. 그에게는 그림은 그림일 뿐, 화가는 그림으로만 평가받길 원할 뿐 신분이나 제도나 심지어 어명까지도 그에게는 그를 옭죄는 굴레에 불과하였다. 이런 점에서 거의 동시대를 살았던 광기의 천재화가 \'빈센트 반고호(Vincent Van Goch)\'와 유사한 점이 많다고 할 수 있다.

그가 내뱉은 \"화가는 그림으로 보여줄 뿐이지, 그림 못 그리는 새끼들이 꼭 그림 옆에 글을 써넣는다\"는 말이 무척 인상 깊다. 물론 <문인화>에 젖어 그를 무식하다고 천시하던 양반님네들에 대한 반발이긴 하지만, \'디자이너는 도면으로 말을 하면 되지, 꼭 설계 못하는 놈들이 개념이니 구상이니 말만 많다\'는 의미로 들려 부끄러웠다.

❚ 몇 가지 비판

ㆍ이 영화는 시나리오를 도올 김용옥 선생께서 직접 쓰신 것으로 알려져 있다. T.V에 출연하여 거침없는 독설을 내뱉던 당대의 석학께서 말이다. 해서, 영화의 전편에는 그의 해박한 지식을 보여주듯 여기저기 역사적 사실들이 많이 가미되어 있지만, 이 영화의 스토리 전개와 직접 관련없는 내용들이 많아 구성이 산만하고 작위적인 느낌이 많이 들었다. 예컨데 동학농민혁명이 일어나던 날, 고부군수 조병갑의 관아 그 자리에 과연 장승업이 있었을까?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괜한 군더더기였다.

ㆍ그리고 영화의 대사 가운데 도올선생 특유의 독설들, 예컨데 \"야 이놈아, 꼴려야 그리지. 꼴리지도 않는데 그리냐?\"라던가 \"거지패거리로 떠돌던 거 주어다 먹였더니 기어올라?\"와 같이, 현대적인 속어를 마구 사용하여 극적 긴장감을 잃게 만들었다.

ㆍ그러므로 드라마 <허준>의 영향이 워낙 컸기 때문일까? 주인공이 최민식이 아니라 전광렬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것은 최민식의 이미지가 \"넘버 3\"나 \"쉬리\" 등에서 액션배우로서의 캐릭터가 너무 강했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춘향뎐> 때 처럼 전혀 새로운 신인배우를 등장시켰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ㆍ사람들은 그 영화의 인상을 마지막 장면에서 찾으려는 경향이 있다. 마무리에 쫓겨서일까?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너무 약했다.

고뇌하던 장승업이 세상을 비웃고 홀연히 승천하듯 강한 이미지로 엔딩(ending)을 했어 야 했다. 뻔한 스토리인 <집으로>가 마지막 장면에서 긴 여운을 남겨 주었듯이... 하지만 이게 뭐야. 그렇게 밋밋하고 흐릿하게 끝내다니...

❚ 조경학과 학생이 더 재미있게 보려면

ㆍ\'동양화 화법\'을 좀 공부하고 이 영화를 보러가면 더욱 재미있을 것이다.

ㆍ조경학과 학생들은 꼭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동양화에서는 \'意境(의경)\'이라 하여 그림 속에 작가의 뜻이 담겨 있어야 그림이라 치며, 또 그것을 곧 현실로 드러나게 한 것이 다름 아닌 \'조경\'인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이런 내용이 아주 구체적인 형태는 아니지만 전반적인 흐름으로서 전달되고 있다.

ㆍ화면 곳곳에 때로는 배경으로, 때로는 화면 전체의 주제로 펼쳐지는 옛 정원의 모습과 한국적인 정서가 담뿍 담긴 경관은 임권택감독이 아니면 빗어낼 수 없는 탁월한 경지이므로 이런 스토리전개와 더불어 이런 부분도 눈여겨 보아야 한다.

❚ 끝으로

지난주 <집으로>와 더불어 오늘 <취화선>을 보았더니, 가슴이 다 후련하다.
마치 맨날 기름진 음식만 먹다가 깔끔하고 정갈한 우리 음식을 먹는 기분이었다.


<집으로>가 그저 수수한 꽁보리밥을 호박잎에 싸서 된장 찍어 먹는 깊은 맛이었다면,
<취화선>은 화려하고 푸짐한 궁중요리 한 상을 받아 먹은 것 같았다.


부디 제55회 깐느 영화제에서도 좋은 결과 있기를 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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