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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황산벌]을 보고...

구태익 | 2007.06.17 01:01 | 조회 1159
오늘 모처럼 가족들과 함께 영화관을 찾아 영화 [황산벌]을 보았다. 황당무계하고 말도 안되는 퓨전 역사코미디, 영화 [황산벌]. 삼국통일을 꿈꾸는 신라가 외세를 끌어들여 백제를 치는 뻔한 스토리.. 그러나 그 영화 속에는 재미있는 요소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어 보고나서도 한참이나 유쾌했다.

영화를 보고나와 무엇이 이 영화를 재미있고 유쾌하게 느끼게 했나를 잠시 생각해보았다. 생각나는대로 몇 자를 적어보면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아닐까 싶다.

첫째, 영화의 시작에서 설정되는 세계최강의 당나라 고종과 주변국 백제ㆍ신라ㆍ고구려 삼국의 정상회담.. 실제 있을 수 없는 이야기이지만 오늘날 미국이 주름잡는 미국에 의한 세계지배를 빗대듯 \"악의 축\"이야기가 나오고, 이에 대해 고구려 연개소문은 \"당나라 너희들은 역사 50년의 신생국에 불과하지만 우리 대고구려는 70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고 맞짱을 뜬다. 마치 독립한지 200여년밖에 안되는 미국이 10,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메소포타미아땅의 이라크를 \"악의 축\"이라 지칭하며 마구 공격하는 작금의 국제정세를 비유한 것이 아니고 무엇이랴..

둘째, 걸쭉한 전라도ㆍ경상도ㆍ이북사투리가 여과없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각 지방 고유의 질펀한 욕지꺼리도 하나의 재미이다. 나도 평소 역사극을 보면서 \'역사극의 등장인물들은 왜 다 서울 표준말을 쓰나?\'하는 것이 불만이었는데, 독특한 지방색과 통쾌한 사투리들이 묘미를 더해준다.

셋째, 학교 다닐 때 교과서로 배웠던 위인들.. 김유신ㆍ김춘추ㆍ계백장군ㆍ의자왕ㆍ연개소문과 같은 역사인물들은 교과서에서만 만나는 박제화된 화석들이기에 현실감을 느낄 수 없었는데, 그들이 우리와 같은 평범한 일상의 인물로 친근하게 느껴지게 만든 상황설정이 사극에 대한 부담을 없애주었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즉 옛날에 배웠던 교과서에서는 모두 대의명분만 강조될 뿐, 그들의 인간적인 면모들은 모두 제거되어 있었다. 해서 그들은 그저 우리와는 다른 세계를 살다간 위인들일 뿐 감동을 줄 수없었으나 이 영화에서는 그들을 우리의 친근한 이웃으로 되살려낸 것이다.

넷째, 역사의 기록을 뒤집어 생각해본 것이다. 화랑 관창이 \'화랑도\'를 위해 죽은 것이 아니라 그의 아버지가 신라군의 사기진작을 위해 꼬드겨서 \'진골의 명예를 살리고 역사의 영웅이 되기 위해서는 니가 나가서 폼나게 죽어야 된다\'고 꼬셔서 아들을 사지(死地)로 내몰았다고 설정하는 것이나 계백장군이 출정에 앞서 그의 처자식을 죽이려 할 때, 교과서에서 배웠듯이 처자들이 순순히 죽음을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죽을 수 없다고 바락바락 악을 썼을 것이라 설정한 대목이 상식을 뒤엎는 발상으로 더욱 흥미로웠다. 계백장군이 처자들을 죽이기에 앞서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비장한 각오를 밝히자, 계백의 처(김선아粉)는 \"호랑이는 결국 가죽 때문에 죽고, 사람은 결국 이름 때문에 죽는다\"고 응수하는 장면 역시 오늘날 우리들에게 많은 생각의 기회를 주고 있다.

다섯째, 정치인 김춘추ㆍ김인문의 사대적인 굴욕외교자세와 카리스마를 상실한 의자왕의 우유부단한 태도는 오늘날 이 땅의 정치인들과 권위를 잃은 노대통령의 모습과 오버랩되어 보이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지 모르나, 이와 대비되어 민족자존을 지키려는 의연한 모습의 연개소문과 계백, 김유신장군의 결연한 태도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그리워하는 지도자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래서, 이 영화는 역사물을 너무도 가볍게 희화시켰다는 비난(국난극복을 강조하던 박정희나 전두환시절에 이런 영화를 만들려 했다가는 당장 중앙정보부에 끌려가서 \'국가원수 모독죄\'로 흠씬 두들겨 맞았을 것이다)을 받을지 모르지만, \'뭐, 그런거지\'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본다면 구성도 치밀하고 꽤나 흥미롭게 잘 만든 영화이다. 조금 아쉬운 점은 우리 역사와 우리 사투리의 묘미를 모르는 외국인들에게는 어필하지 못할 것이므로, 수출용 영화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1편의 흥행에 힘입어 2편 \'고구려의 멸망\', 3편 \'당나라 세력의 제거\' 등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졸업작품 준비에 여념이 없는 2학년들에게는 미안한 일이나, 너그들도 전시회 준비 끝나면 푹 자고일어나 이 영화 한 편을 재미있게 즐기며 이런저런 생각도 서로 나눠보기 바란다. 오늘은 가을 하늘만큼이나 유쾌한 한 편의 영화를 즐겼다.. 후훗^^

http://tygu.yonam.ac.kr/board/board_read.php?seqid=5188&cur_page=1&s=&t=&b_id=61>여기를 클릭하여 영화 [황산벌] 예고편을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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