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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메뚜기 : 김철수교수

구태익 | 2010.08.25 01:01 | 조회 1043
우리 대학 김철수 교수님께서 [코리아 헬라드]에 기고하신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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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메뚜기가 더불어 공존할 수 있다면 ………

김철수(천안연암대학 교수)

어제 직장으로 막 출발하려니까 자동차 백미러에 메뚜기 한 마리가 붙어 있는 것이 보였다. 집이 산(천안 태조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간혹 메뚜기를 보는 경우가 있긴 하였다. 직장까지 반시간 가량 가는데 이 놈이 처음에는 거울에 딱 붙어 있더니 차츰 약간씩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차를 몰면서 이 놈을 힐끗힐끗 쳐다보곤 하였는데, 유리면이 미끄러운지라 어떻게든 그 곳을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이 무척 안쓰럽게 보였다.

이 놈을 어떻게 할까? 원래 있던 곳은 생태 환경이 깨끗한 데 반하여 직장을 향하는 길가는 비록 풀이 자라고는 있지만 그에 비할 바가 못 되었다. 간간히 농민들이 풀을 제거하려고 기계로 풀을 깎거나 제초제를 써서 통째로 제거하는 장면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비록 풀은 많아도 길가에 풀어놓기는 어렵다. 게다가 이 놈의 몸집 크기로 봐서 제 집에 새끼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놈은 현재 제 발로는 돌아갈 길이 없다.

이 놈을 어떻게든 제집으로 돌려보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집으로 다시 돌아가려면 진종일 걸릴 것이고 이 놈은 그동안 먹이를 섭취해야 하고 또 거처할 자리가 필요하다. 일단 이 놈을 일단 차 안으로 들여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창문을 여니 마침 이 놈이 차 안으로 가벼운 점프를 하며 들어오는 게 아닌가. 이 놈이 에어컨 바람을 싫어할 것 같아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열었다.

이 놈이 차 안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그리곤 내 눈을 빤히 쳐다본다. 나는 순간 생각에 잠겨든다. 카프카의 대표작 『변신』이 떠오른다. 주인공이 어느 날 갑자기 거미로 변신하였는데 가족 중 아무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다. 그는 순간 세상의 모든 지인으로부터, 인연의 고리가 끊겨버린 실존적 고독감에 몸부림친다. 지금까지 향유해 오던 가족애, 우정, 인류애 등등 기성의 관념이나 가치관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아픔을 겪는다. 군중 속의 고독, 그 외로운 존재의 소외감이 뼈저리게 느껴지는 것이다.

한편 불가에선 어리석음이 많으면 사후에 축생이 된다고 하지 않던가. 이 놈과 내가 무슨 인연으로 오늘 이 시간 이 자리에서 조우하게 되었을까. 나는 누구인가. 나의 정체성은 과연 무엇인가. 나는 이 세상에 태어나기 전엔 무엇이었으며, 또 사후에는 어디로 가는가.

내가 몸담고 있는 직장은 아름다운 자연환경으로 이름난 곳이다. 푸르디 푸른 신록과 끝없이 펼쳐진 잔디밭으로 이루어진 마치 한 폭의 풍경화와 진배없다. 주말이면 사람들이 몰려와 그 풍광에 매료되어 유유자적하는 모습을 적잖이 볼 수 있다. 그러나 메뚜기와 같은 곤충을 아직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 그건 아마 관리의 편리함을 추구하다 보니 문명의 이기에 너무 지나치게 의존할 탓일 게다. 그러니 이놈을 여기 풀어놓은들 생존할 가능성이 별로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이 놈이 이젠 어디 있는지 보이지 않으니 이를 어찌해야 하나…….

저녁 무렵 일을 끝내고 퇴근하러 차에 들어서니 아! 이 놈이 앞 유리에 붙어 있는 게 아닌가. 참, 내가 일에 몰두하느라 너를 잊고 있었구나. 아무 것도 먹지 못한데다 차안이 무척 더웠을 텐데도 오전에 보았던 모습 그대로다. 서둘러 차를 몰아 너를 집으로 보내 주어야지. 조심스레 이 놈을 손아귀에 넣었더니 벗어나려고 몸부림친다. 힘이 장사다. 조금만 기다려라. 그러면 네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집에 당도하리라. 차를 주차하자마자 이 놈을 풀 위로 살며시 놓아준다. 아무런 작별인사도 없이 어디론가 줄달음쳐버린다.

사실 내가 어릴 때에는 그런 곤충들이 지천에 늘려 있었다. 메뚜기, 여치, 사마귀, 베짱이, 잠자리 등등. 그야말로 풀 반, 곤충 반이라고나 할까. 동무들과 함께 산으로 들로 나서면 이 놈들은 마치 경주하듯 함께 내달리고, 붙잡으려 하면 쏜 살같이 도망치곤 하였다. 그땐 교향곡을 들을 기회는 없었지만 곤충들이 연주하는 갖가지 화음은 언제라도 감상할 수 있었던 한편의 자연교향곡이었던 것이다. 물질적으로는 궁핍했지만 정신적으로는 풍요로웠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메뚜기 한 마리 구경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워졌다. 아이들은 메뚜기의 형상을 책을 통해서 겨우 알게 될 뿐이다. 그와 함께 동심은 메말라가고 상상력은 고갈되어버렸다. 사람이 메뚜기와 함께 대자연의 일부임을 느끼지 못하며 살아간다. 그들에게 동심과 상상력을 회복시켜 주자. 한 2년가량 자연을 원래 모습대로 놔두면 어떨까. 그러면 들판은 저 메뚜기들로 넘쳐날 것이다. 그리하여 사람과 메뚜기가 더불어 공존하는 그야말로 참삶의 공간이 마련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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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existence of Mankind and Grasshoppers

Charles Kim, Ph. D.
Professor &
Dean of Student Affairs
Cheonan Yonam College

When I was about to leave for work, I happened to meet a grasshopper, sticking onto the rear mirror of the car. My home is surrounded by a mountain called Mt. Tae-Jo in Cheonan, and I sometimes come across insects nearby. First, he stuck on it hard and began to move, inch by inch, up and down. While driving my car, I kept sidelong glances at him; as the glass was so slippery, he was making strenuous efforts to support himself and get off.

What am I going to do for him? The place where he lives must be perfect for him in many respects, compared to other places. On my way to work, I can see a lot of grass on the roadside. I often look at farmers getting rid of grass with the use of machines or pesticide. So, I should not throw him away on the roadside. Besides, judging from his size, he must have some children. However, he cannot come back home on his own.

I decide to make him go back home. But it would take all day long for me to return
home; during that time he has to have something to eat and some place to play around.

The first thing to do for him is to let him into the car. So, as soon as I open the window, he immediately jumps slightly into it. Thinking that he wouldn\'t like the cold air, I turn off the air conditioner, and make the windows wide open to let the air in. He jumps about here and there, seeming to be relieved. Then he looks into my eyes intently, which makes me plunge into some thinking in an instant.

I was reminded of the novel Metamorphosis by Franz Kafka. The hero of the novel was suddenly transformed into a spider; nobody of the family recognized him at all. He suffered from severe existential alienation, resulting from the breaking-off of the connections with all of his acquaintances, especially his own family. There was no longer any love, even though he had enjoyed it till then. He lost all kinds of love such as friendly affection, neighborly love, divine love, to say nothing of parental love; no one would stay beside him; the grounds he had stood upon disappeared. He felt solitude among the crowd! Even though he belonged to a group of people, nobody paid attention to him. In short, he became just like an isolated island in a boundless ocean.

On the other hand, Buddhism says that when a person has done too many absurd things during his life, he is sure to be reincarnated in the form of animals in the after-world. What kind of connection has brought us to meet each other at this very hour and at this very place, sharing the same space together for about a full day long? Who is he and who am I? What are our identities, indeed? What did both of us look like before coming into this world and how will we be like when we pass away?

My college is famous for the beautiful scenery. It looks like a picture scroll spread out. All of the corners across the college are covered with fresh foliage. On the weekends, a great deal of people come in flocks to enjoy leisurely walks over the lawn. However, to our regret, I cannot remember having noticed insects like grasshoppers here, which is, to be sure, attributed to our relying too much upon modern conveniences, which will make us more comfortable in maintaining and controlling it. So, there may be little possibility for him to survive here, when I let him loose. But he has disappeared somewhere now ― what shall I do?

After work, when I get into my car, I have found him! He is sticking on the windshield just in front of me. I have forgotten his existence because of my being occupied with my work. To my surprise, he seems to be not weak, even though he has not had anything all day long. In addition, the temperature in the car must be so high with all the windows closed. I say to myself, \"I have to hurry home and let you go home.\" I have him under my thumb. He is as strong as Hercules. As soon as I go home, I release him on the grass cautiously. He runs fast without even saying goodbye.

Reflecting upon my youth, everywhere was littered with insects, such as grasshoppers, dragonflies, mantis, ground beetles, long-horned grasshoppers, beetles, fireflies, crickets and Oriental long-headed locusts. It could be described as \"half of them are grass, the other half insects.\" They used to keep abreast with us, when boys were racing somewhere; they hurried away hastily, when we tried to catch them. In those days, we took no opportunities to enjoy the philharmonic orchestra; instead, at any time, we were always attracted by the beautiful harmony they were making together. Materialistically, we were poor; yet, spiritually, we were very rich then.

On the contrary, how is it today? As you know well, it is a prize beyond my reach to find an insect. Children can only discern the image of a grasshopper from a book, to the detriment of their illusion and imagination. We wish children could regain the innocence of their childhood. They should perceive the fact that both mankind and grasshoppers are parts of the universe. To do this, we have to try our utmost so that children can recover their innocence and imagination. What about leaving the nature as it is for about one or two years? It would enable the field to be filled with grasshoppers ― which will, to be sure, realize the dream of making our world the space where mankind and insects co-ex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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