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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선상 하라 카는대로 벌로 한거여..'

구태익 | 2002.05.09 01:01 | 조회 1553

[영화] \"감독선상 하라카는대로 벌로 한거여\"

\"감독 선상(선생)”, \"할머니\"...

노(老) 여배우와 딸 뻘의 감독은 서로를 그렇게 불렀다. \'집으로’(5일 개봉)에서 주
인공 외할머니를 맡은 \'신인 여배우’ 김을분 할머니(78)와 이정향 감독(38). 두 사람
은 모녀처럼, 때로는 외할머니와 외손녀처럼 서로에게 익숙해 보였다.

▼할머니, 낮술 마시며 인터뷰 당하다 ▼

\"어, 이건 처음 보는 옷이네. 스타 되면 입으려고 그동안 아껴두셨구나?”
생전 처음 사진 촬영을 \'당하는’ 할머니의 표정이 굳어있자 이감독이 농담을 건넸
다. 그래도 표정은 좀처럼 풀어지지 않았다. 사진기자가 디지털 카메라로 즉석에서 사
진을 확인시켜 주며 \"20대처럼 보이십니다”라고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할머니, 우리 일식집 가서 먹으면서 인터뷰해요. 회 좋아하시잖아.”

이감독의 말에도 가타부타 말이 없다. 이감독이 \"할머닌 싫다고 다섯 번쯤 말하면 정
말 싫으신 거고, 한번만 싫다고 말하면 좋다는 뜻이고, 그냥 가만히 계시면 좋지만 비
쌀까봐 걱정하시는거예\"라고 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할머니의 \'진짜’ 손녀 이미영양
(25)이 \"저보다 우리 할머니를 더 많이 아시네요” 하며 웃는다.

식당에서 이감독은 할머니의 긴장을 풀기 위해 꾀를 냈다.

\"우리 맥주도 한잔 해요.”반 잔 정도 맥주가 들어가자 \'여배우’의 말문이 비로소 트
이기 시작했다.

\"아들이 물어봐. 하고 싶으시냐고. 아이고, 하도 들싹거려 놓으니께 하고 싶은 것 같
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고 했어.”

\"누더기같은 옷을 입으라고 한 게 싫었지. 분장하고 나가니께 허군(스태프 중 한명)
이 괜찮다고 달개드라고(달래더라고).”

\"시방 생각해도 아찔아찔해. 다 감독 선상이 하라카는대로 벌로(아무렇게나) 한거여\"
\"극장에선 챙피해 정신이 없었어. 새 사돈까지 다 왔는데.”

\"아들이 보더니 어무이 고생한 보람 있었다고 하데….”

\'집으로’는 7세 서울 꼬마가 TV도 없는 산골의 외할머니집에 와 살면서 벌어지는 일
을 담은 영화다. 말을 못하고 눈도 침침한 외할머니를 \'벙어리\'라며 함부로 대하던 철
없던 손자가 모든 것을 넉넉히 감싸안는 외할머니의 깊은 사랑을 깨닫게 되는 이야기


http://www.donga.com/docs/news/img/200203/200203280306-1.jpg\">


▼최무룡이 누구여▼

\"제가 찾던 할머니 조건은 세가지였어요. 쪽진 머리를 하고 있을 것, 허리가 굽었을
것, 일곱 살짜리가 \'만만하게’ 볼 수 있도록 체구가 크지 않을 것.”

이감독은 충북 영동 상촌면 지통마 마을에서 운명처럼 \'그녀’를 만났다. 극장 하나
없어 영화 보려면 2시간 걸려 대전까지 나와야 하는 마을. 극장에서 \'활동사진’한번
본 적 없고 최무룡, 김지미 이름도 들어 본 적 없는 할머니.

이감독은 서울에서 식당을 하는 아들에게 먼저 동의를 얻은 후 할머니의 결심을 이끌
어냈다. 글을 읽지 못하는 할머니를 위해 이감독은 일일이 한 장면씩 말로 설명하고
연기를 시켰다. 결말을 몰랐던 할머니는 나중에 손자를 떠나보내는 장면에서 완전히
감정에 몰입해 정말 서운해 하며 펑펑 울었다. 할머니의 이런 열연(?) 덕분에 시사회
때 곳곳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이 땅의 외할머니에게 바칩니다▼

외할머니에 대한 이감독의 느낌은 각별하다. 태어나서부터 2년전 외할머니가 돌아가
실 때까지 36년간을 함께 살았기 때문이다. 많은 손녀딸들이 그렇듯, 이감독도 마음속
으로는 외할머니를 좋아하면서도 막상 앞에서는 버릇없는 말과 행동을 많이 했다.

이감독 말마따나 \"외할머니란 뭐든지 다 받아주실 것 같은 존재니까”

이 영화 끝에 \'이 땅의 모든 외할머니에게 바칩니다’라는 문구를 넣은 것도 생전 외
할머니한테 한번도 말하지 못한 사랑의 표현이다. 인터뷰를 끝나고 할머니를 서울 아
들집으로 모셔다 드렸다. 할머니는 영화속에서 손자를 떠나보내는 외할머니처럼, 굽
은 허리를 지팡이에 의지한 채 문앞에 서서 \'감독 선상’과 \'기자 선상’을 오래오래
배웅했다.

차를 타고도 멀리 서 있는 할머니를 향해 계속 손을 흔들던 이감독은 스텝에게 말했
다.\"일단 차부터 출발시켜. 아니면 할머닌 계속 저렇게 힘들게 서 계신단 말야.”

김을분 할머니는, 이 땅의 모든 외할머니였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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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362 답글 감동의 Last Scene 구태익 1145 2002.05.12 01:01
>> 답글 '감독선상 하라 카는대로 벌로 한거여..' 사진 구태익 1554 2002.05.09 01:01
360 답글 김을분할머니 대종상 신인여우상 후보에 구태익 1688 2002.05.10 01:01
359 영화 <취화선>보러 가자... 사진 첨부파일 구태익 1772 2002.05.09 01:01
358 답글 영화 [醉畵仙]을 보다 구태익 1465 2002.05.11 01:01
357 [알림]5월7일 이후 글들은 옮겼음 구태익 941 2002.05.08 01:01
356 인기 짱!!!!! 사진 첨부파일 오라~ 942 2002.05.07 01:01
355 휴일 잘보내셨어여??? 1103 2002.05.06 01:01
354 답글 생각보다 고생을 많이 했군요..... 이상훈 1041 2002.05.11 01:01
353 답글 지금 학교는 구태익 1236 2002.05.06 01:01
352 답글 그렇군여... 949 2002.05.06 01:01
351 교순님..진짜진짜... 안지선.. 999 2002.05.06 01:01
350 헉! 끈! 1000 2002.05.06 01:01
349 답글 끈~~~ ㅋㅋㅋ 1108 2002.05.06 01:01
348 답글 .......담에도?? 끈! 984 2002.05.08 01:01
347 과제처리기간(Study Week)!!! 구태익 1037 2002.05.06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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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4 답글 정확히 알려줘 구태익 902 2002.05.06 01:01
343 지송해여.... 이소라.... 1113 2002.05.05 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