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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어느날 우연히 [이성주의 건강편지]
어느날 갑자기 망치는 못을 박지 못하고 어느날 갑자기 벼는 잠들지
못 한다 어느날 갑자기 재벌의 아들과 高官의 딸이 결혼하고 내 아버지는
예고 없이 해고된다 어느날 갑자기 새는 갓낳은 제 새끼를 쪼아먹고
카바레에서 춤추던 有婦女들 얼굴 가린 채 줄줄이 끌려나오고 어느날
갑자기 내 친구들은 考試에 합격하거나 文壇에 데뷔하거나 美國으로
발령을 받는다 어느날 갑자기 벽돌을 나르던 조랑말이 왼쪽 뒷다리를
삐고 과로한 운전수는 달리는 버스 핸들 앞에서 졸도한다
어느날 갑자기 미루나무는 뿌리째 뽑히고 선생은 생선이 되고 아이들은
발랑까지고 어떤 노래는 금지되고 어떤 사람은 수상해지고 고양이 새끼는
이빨을 드러낸다 어느날 갑자기 꽃잎은 발톱으로 변하고 처녀는 養老院으로
가고 엽기 살인범은 불심 검문에서 체포되고 어느날 갑자기 괘종시계는
멎고 내 아버지는 오른팔을 못 쓰고 수도꼭지는 헛돈다
어느날 갑자기 여드름투성이 소년은 풀 먹인 군복을 입고 돌아오고
조울증의 사내는 종적을 감추고 어느날 갑자기 일흔이 넘은 노파의 배에서
돌덩이 같은 胎兒가 꺼내지고 죽은 줄만 알았던 삼촌이 사할린에서 편지를
보내 온다 어느날 갑자기, 갑자기 옆집 아이가 트럭에 깔리고 축대와 뚝에
금이 가고 月給이 오르고 바짓단이 튿어지고 연꽃이 피고 갑자기,
한약방 주인은 國會議員이 된다 어느날 갑자기, 갑자기 장님이 눈을 뜨고
앉은뱅이가 걷고 갑자기, ×이 서지 않는다.
어느날 갑자기 주민증을 잃고 주소와 생년월일을 까먹고 갑자기,
왜 사는지 모두지 알 수 없고
그러나 어느날 우연히 풀섶 아래 돌쩌귀를 들치면 얼마나 많은 불개미들이
꼬물거리며 죽은 지렁이를 갉아먹고 얼마나 많은 하얀 개미 알들이 꿈꾸며
흙 한 점 묻지 않고 가지런히 놓여 있는지
이성복의 시 ‘그러나 어느 날 우연히’의 전문입니다. 연상기법의 명시이지만, ‘돌쩌귀’가 작은 돌이 아니라 문짝을 문설주에 달아 여닫는 데 쓰는 두 개의 쇠붙이를 뜻하므로, 과연 천재 이성복이 이걸 알고 일부러 틀리게 썼는지, 모르고 썼는지를 놓고 논란이 있는 시이지요.
요즘 세상이 이 시 그대로인 듯합니다. 혼란과 모순이 뒤엉켜 있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서울시장이 확률적으로 질 게 뻔한 전쟁을 벌여서 장렬히 전사하더니, 어느날 갑자기 서울시교육감은 외형적으로 뇌물공여가 분명해 보이는 사건을 이실직고해 버리네요. 어느날 갑자기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지고, 어느날 갑자기 ‘선더볼트’ 우사인 볼트는 출발선에서 실격해버리고 ∙∙∙.
그러나 풀섶 아래 돌멩이를 들치면 하얀 개미알들이 꿈꾸고 있듯, 세상에는 좋은 사람들이 묵묵히 부조리와 모순의 틈을 메우고 있을 겁니다. 어느날 갑자기, 어떤 일이 일어나도 잊지 마세요, 풀섶 아래 돌멩이 밑에 수많은 불개미들과 하얀 개미알들이 꿈꾸고 있다는 사실을∙∙∙.
못 한다 어느날 갑자기 재벌의 아들과 高官의 딸이 결혼하고 내 아버지는
예고 없이 해고된다 어느날 갑자기 새는 갓낳은 제 새끼를 쪼아먹고
카바레에서 춤추던 有婦女들 얼굴 가린 채 줄줄이 끌려나오고 어느날
갑자기 내 친구들은 考試에 합격하거나 文壇에 데뷔하거나 美國으로
발령을 받는다 어느날 갑자기 벽돌을 나르던 조랑말이 왼쪽 뒷다리를
삐고 과로한 운전수는 달리는 버스 핸들 앞에서 졸도한다
어느날 갑자기 미루나무는 뿌리째 뽑히고 선생은 생선이 되고 아이들은
발랑까지고 어떤 노래는 금지되고 어떤 사람은 수상해지고 고양이 새끼는
이빨을 드러낸다 어느날 갑자기 꽃잎은 발톱으로 변하고 처녀는 養老院으로
가고 엽기 살인범은 불심 검문에서 체포되고 어느날 갑자기 괘종시계는
멎고 내 아버지는 오른팔을 못 쓰고 수도꼭지는 헛돈다
어느날 갑자기 여드름투성이 소년은 풀 먹인 군복을 입고 돌아오고
조울증의 사내는 종적을 감추고 어느날 갑자기 일흔이 넘은 노파의 배에서
돌덩이 같은 胎兒가 꺼내지고 죽은 줄만 알았던 삼촌이 사할린에서 편지를
보내 온다 어느날 갑자기, 갑자기 옆집 아이가 트럭에 깔리고 축대와 뚝에
금이 가고 月給이 오르고 바짓단이 튿어지고 연꽃이 피고 갑자기,
한약방 주인은 國會議員이 된다 어느날 갑자기, 갑자기 장님이 눈을 뜨고
앉은뱅이가 걷고 갑자기, ×이 서지 않는다.
어느날 갑자기 주민증을 잃고 주소와 생년월일을 까먹고 갑자기,
왜 사는지 모두지 알 수 없고
그러나 어느날 우연히 풀섶 아래 돌쩌귀를 들치면 얼마나 많은 불개미들이
꼬물거리며 죽은 지렁이를 갉아먹고 얼마나 많은 하얀 개미 알들이 꿈꾸며
흙 한 점 묻지 않고 가지런히 놓여 있는지
이성복의 시 ‘그러나 어느 날 우연히’의 전문입니다. 연상기법의 명시이지만, ‘돌쩌귀’가 작은 돌이 아니라 문짝을 문설주에 달아 여닫는 데 쓰는 두 개의 쇠붙이를 뜻하므로, 과연 천재 이성복이 이걸 알고 일부러 틀리게 썼는지, 모르고 썼는지를 놓고 논란이 있는 시이지요.
요즘 세상이 이 시 그대로인 듯합니다. 혼란과 모순이 뒤엉켜 있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서울시장이 확률적으로 질 게 뻔한 전쟁을 벌여서 장렬히 전사하더니, 어느날 갑자기 서울시교육감은 외형적으로 뇌물공여가 분명해 보이는 사건을 이실직고해 버리네요. 어느날 갑자기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지고, 어느날 갑자기 ‘선더볼트’ 우사인 볼트는 출발선에서 실격해버리고 ∙∙∙.
그러나 풀섶 아래 돌멩이를 들치면 하얀 개미알들이 꿈꾸고 있듯, 세상에는 좋은 사람들이 묵묵히 부조리와 모순의 틈을 메우고 있을 겁니다. 어느날 갑자기, 어떤 일이 일어나도 잊지 마세요, 풀섶 아래 돌멩이 밑에 수많은 불개미들과 하얀 개미알들이 꿈꾸고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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