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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학번 새내기들에게 : 이어령칼럼

구태익 | 2005.03.03 01:01 | 조회 1868
우리 시대의 석학, 이어령 석좌교수(전 문화부장관)께서 2005학번 대학입학 새내기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입니다. 평소 존경해 마지않는 문화비평가 이어령교수님의 따스한 충고의 말씀을 가슴에 담고, 활기찬 대학생활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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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이대 명예교수 지상 특강] 05학번 새내기들에게

\"베스트 원(Best One)이 아닌 온리 원(Only One)이 돼라\"


이 다섯 장의 그림은 하루면 시들어버리는 축하의 꽃다발이 아니다. 대학 생활을 시작하는 여러분에게 있어서는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지적 향기가 되어 줄 수도 있다.

우선 첫째의 그림은 비트겐슈타인-곰브리치의 애매 도형이다.

그래서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는 강의실은 늘 회색빛이고 안개이고 입구와 출구가 여러 개 나 있는 미궁이다. 동시에 그것은 아무 방향으로나 갈 수 있는 열린 벌판이기도 하다. 동그라미와 가위표로 선택해야 하는 외길이 아니다.

둘째 그림을 보자. 이것은 개미의 행동을 추적해 선으로 표시해 놓은 생태학자의 도형이다. 우리는 흔히 개미를 부지런하다고 한다. 그러나 이 도형에서 보는 것처럼 개미들은 장난꾸러기 아이들이 동네 골목길을 헤집고 다니는 것처럼 일정한 목표도 없이 헤매고 다닌다. 그렇다. 탐구하는 자는, 먹이를 찾는 개미의 곡선처럼 소요하고 방황한다. 윌리엄 포크너는 \'새벽의 경주\'라는 소설 속에서 이런 말을 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은 \"예스\"도 \"노\"도 아니다. 그것은 \"메이비\"란 말일 것이다.

하지만, 어지러운 곡선 사이에 곧게 뻗은 직선을 다시 한 번 눈여겨 보기 바란다. 그것은 먹이를 찾은 개미가 똑바로 자기 집을 향해 간 또 다른 흔적을 보여준 것이다. 곡선이 먹이를 찾기 위한 탐색의 선이었다면 이 직선은 먹이를 얻고 난 뒤 어디로 가는지 분명한 목표를 보여주고 있는 선이다. 대학은 방황이 용서되는 성역이며, 동시에 분명한 목표를 알려주는 화살표이다.

셋째 그림은 벌집처럼 보이는 평범한 육각형이다. 늘 필통 속에 넣고 다니던 연필의 낯익은 단면도이다. 하지만, 여러분은 왜 연필이 육각형으로 모가 나 있는지 생각해 본 적은 없었을 것이다. 연필에 모가 없다면 그것은 금세 굴러 떨어져 연필심은 부러지고 만다. 그렇다고 그것이 네모 나 있다면 손으로 잡고 쓰기가 불편했을 것이다. 둥근 원과 네모 사이의 긴장에서 생겨난 것이 바로 이 연필의 여섯 모이다.

\'20세기의 역사\'를 쓴 에릭 홉스봄은 \'극단의 시대\'라고 정의했다. 인간과 자연, 개인과 집단, 육체와 정신, 전쟁과 평화가 양극화하고 심지어 평등과 자유도 서로 대립하여 냉전의 역사를 만들었다. 지난날의 대학생들이야말로 바로 그 같은 양극화에 희생된 어린 양들이었다.

우리의 옛 조상들은 천원지방(天圓地方)이라고 했다.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난 것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떤 모습이었는가. 연필처럼 원과 네모의 한복판에 있는 다각형이라고 생각했다. 옳은 말이다. 대학은 어떤 모양이든 그 본질은 팔각정이다.

넷째의 그림은 별표와 동그라미다. 이것이 똑같은 것을 나타낸 그림이라고 한다면 여러분은 놀랄 것이다. 월드컵 축구경기 때 여러분은 꿈이란 말 대신 이 별표를 그렸던 것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별 모양은 인간이 두 손과 두 발을 벌리고 서 있는 윤곽을 본떠 만든 서양 사람들의 상징기호이다. 그러니까 별은 대우주이고, 인체는 소우주라고 생각한 코스몰로지(cosmology.우주론)의 산물이었다.

하지만 별을 단추 모양으로 보았던 우리 조상은 성조기의 별표를 보고 꽃이라고 생각하여 미국을 화기국(花旗國)이라고 불렀다. 고구려 벽화의 별들은 분명 둥근 모양으로 그려져 있고, \'깃발\'의 시인 청마(靑馬)만 해도 북두칠성을 일곱 개의 단추라고 표현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상징 체계가 서구화된 것이다. 그러니 이제부터 별을 단추 모양으로 그리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국군 장성의 별 모양을 둥근 모양으로 바꾸자는 말도 아니다. 서구적인 근대 체험과 전통적인 문화 체험을 다원적으로 공존해 가는 마음을 가지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오각형으로 반짝이는 밤하늘의 별도 은 단추처럼 박혀 있는 것은 아니다. 보는 관점에 따라 사물은 달라진다. 눈이 두 개이듯 복안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슬기를 기르라는 말이다. 한 눈으로는 로컬을, 또 한 눈으로는 글로벌의 세계를.

다섯째. 이 그림은 심리학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빈칸 메우기의 도형이다. ilk 앞의 빈칸에 여러분은 무슨 글씨를 써넣을 것인가. 심리학자의 말에 의하면 점심시간 직전에 실험을 해보면 대부분의 학생은 m자를 넣어 milk(우유)라는 단어를 만든다고 한다. 그러나 배가 부를 때는 s자를 넣어 silk(비단)자를 만드는 쪽이 우세하다는 것이다. 마음에 따라 빈칸이 달리 메워진다. 그것을 현상학자들은 지향성이라고 불렀으며, 인간만이 지니고 있는 특성이라고 했다. 대학 생활이란 바로 이러한 빈칸 메우기로 만들어가는 하나의 문장이다. 밀크이든 실크이든 자신이 선별한 단어들로 엮어진 그 지향성에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삶의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나를 닮은 사람은 없다. 나의 삶은 나의 지문처럼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다. 재상에게 벽화를 그리고 있는 라파엘의 사다리를 잡아주라고 했을 때 그는 \"폐하, 어떻게 한 나라의 재상이 저 미천한 화공의 사다리를 잡아줄 수 있겠습니까\"라고 했다. 하지만, 왕의 대답은 \"자네 목이 부러지면 그 자리에 오를 사람이 열 지어 있지만 라파엘의 목이 부러지면 누구도 대신하여 저것과 똑같은 그림을 그릴 사람은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다. 여러분은 베스트 원(Best One)이 아니라 온리 원(Only One)이 되어야 한다. 온리 원은 외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생명의 귀함, 그리고 그 독창적 삶을 뜻하는 말이다. 사람은 태어날 때 울고 태어나지만 주위 사람들은 모두 기뻐서 웃는다. 그리고 반대로 자신이 웃으며 세상을 떠날때 세상 사람들은 슬퍼서 운다. 그것이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자가 누리는 행복의 증표이다.

한 방향으로 달리면 일등은 하나밖에 없지만 360도의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달리면 360명이 모두 일등을 할 수가 있다. 그 경주가 이제 막 시작된 것이다.


◆ 이 글은 이어령(중앙일보 고문.전 문화부 장관) 명예교수가 지난달 21일 이화여대 인문과학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강연한 내용을 이 교수가 다시 정리한 것입니다 : 중앙일보 2005년 3월3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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