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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이야기

내 친구, 지영갑 이야기

구태익 | 2013.09.08 01:01 | 조회 2855
지난 목요일(9/5) 부산 출장을 내려가던 길에, 몇 해 전 연락이 닿았던 대학 1학년 때 기숙사 룸메이트였던 지영갑이 생각나 \'점심 무렵 만날 수 있을까?\' 물었고, 흔쾌한 그의 승낙에 잠시 핸들을 꺾어 그 친구가 원장으로 근무하는 김해시 진영읍 [파티마 치과]를 찾았다. 마침 진료를 마치고 파란 가운을 입은 채 나를 맞아준 친구는 35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게 없는 모습 그대로이었다.

함께 점심을 먹으며, 35년간 궁금했던 질문을 던졌다. \'영갑아, 니 그때 와 그리 됐노?\' 그의 말은 이러했다. 그날 오후 수업을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오던 길에 도서관 앞에서 벌어졌던 큰 데모와 맞닥뜨렸고, 최루탄과 곤봉이 나무하던 그 자리에서 친구는 전경을 향해 저항의 돌을 던졌고, 바로 경찰에 붙들려 관악경찰서 유치장으로 끌려갔다고 했다. 경찰에서 그는 반성문 쓰기를 거부했고 그로 인해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구속되어 징역 1년 1개월의 선고를 받고 영등포구치소 독방에 갇혀 복역하던 중 유신독재 종말과 함께 1980년 소위 \'서울의 봄\' 그 시기에 형기 2개월을 앞두고 사면되어 출소했다고 한다. 경찰에 끌려간 날짜는 내가 기억하는 학기초가 아니고, 기말고사를 얼마 남기지 않은 6월12일이었으며, 구속된 건 그로부터 1주일이 채 되지 않는 6월18일이었다고 했다.

무시무시했던 유신독재시절, 독재권력을 지탱해주었던 도구는 무수히 남발되어 국민을 억압했던 \'긴급조치\'들이었다. 그 가운데 지영갑에게 적용되었던 [긴급조치 9호]는 유신헌법을 반대하는 건 모두 유언비어의 날조 유포 혹은 교내 집회 시위 위반으로 잡아들이고, 긴급조치 그 자체를 비방하는 행위도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그날은 아마도 시위 진압에 동원된 경찰들에게 몇 명 이상 구속시키라는 할당까지 내려졌던지, 정말 억울한 경우도 많았다고 했다. 당시 여당이던 민주공화당 3선 국회의원 아들은 시위에 가담했던 것도 아니고 지나가던 길에 그쪽으로 도망쳐온 시위대들과 뒤섞이어 함께 연행된 뒤 바로 구속되었다가 나중에 집행유예로 풀려났고, 그 일로 그의 아버지는 3선의 중진의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천에 탈락되었다 하였다. 심지어 함께 형을 살았던 시람들 가운데는 유한공고 3학년 학생들도 있었는데, 이들은 고등학생 신분에도 불구하고 술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장난으로 \'김일성 만세\'를 외치며 술값을 내지 않고 도망가다가 주인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혀 반공법 위반으로 형을 살기도 했다는 것이다.

감시와 처벌이 일상화된 유신독재 말기, 마음 놓고 말할 수 있는 곳은 아무데도 없었다. 대학에서 데모를 하겠다며 누군가 일어서 \"학우여!\"의 \"하…\"자만 외쳐도 학생보다 훨씬 많은 사복형사들에 둘러싸여 무참히 얻어터지고 끌려갔다. 택시 안에서 술김에 청와대나 정부 비판을 하여도 쥐도 새도 모르게 경찰서로 끌려갔고, 교회나 절 같은 종교시설과 언론사에도 사복형사들이 들락거리며 감시했으며, 심지어 집에서조차 아들이 유신을 비방할라치면 아버지가 손바닥으로 입을 막던 시절이었다.

얘기가 어머님으로 옮겨가 \'너가 제적되고 난 뒤 어머님이 오셔서 옷가지와 책을 챙겨 가시며 눈물지으시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고 하며, 모친의 안부를 물으니 어머님께선 사면 복권되고 얼마되지 않아 세상을 떠나셨다고 했다. 하지만 어머님은 1주일에 단 한번 면회가 허용된 그 시절, 영갑이 구치소에 갇혀 있던 11개월 동안 단 한번도 면회를 거르신 일이 없었으며, 오실 때마다 5천원씩을 주시고 가셨으므로 출소할 때는 그 돈이 30만원이나 되더라는 얘기도 하였다.

점심을 먹고 헤어질 무렵 영갑은 부산 가서 일 다 끝나면 꼭 전화하라고 했고, 나는 부산에서 또한 35년만에 만난 고교동기 임병수선생(모교인 대동고등학교 근무)과 다대포에서 전어회를 맛있게 먹고 올라가는 길에 영갑에게 전화를 했더니 꼭 다시 오라고 간청했고, 나 역시 하룻만에 왕복 800km가 넘는 운전을 하기에는 부담도 있고 친구와의 남은 얘기도 더 나누고 싶어 다시 진영으로 갔다.

다시 만난 영갑은 숙소까지 잡아 두고 기다리고 있었고, 자리를 옮겨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가 넘어서까지 양주 한 병을 시켜 5시간 동안 둘다 정말 화장실 한번 가지 않고 남은 얘기들을 나눴다. 사면되고 난 뒤 두 해 쯤 지나 복권되어 다시 학교로 복학하여 1학년부터 다시 시작한 얘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5공 시절이던 인턴과 레지던트 때에도 툭하면 경찰에 불려가는 감시는 계속되었다는 얘기.. 그래서 영원히 독재권력과 공권력을 등에 업은 부당한 폭력은 용서할 수 없다는 신념과, 무장혁명이나 폭동을 이야기하는 또 다른 폭력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야기를 나누었고, 이제는 중년이 되어 누리는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과 가정사, 아이들 얘기로 이야기 꽃을 피웠으며, 결국 귀가를 종용하는 영갑 아내의 몇 차례 호출 전화를 받고서야 아쉬운 발걸음을 옯겨 각자의 숙소로 돌아왔다.

헤어질 무렵 나는 \"영갑아, 너를 다시 만나니 정말 반갑고 기쁘다. 이제 35년 전 너와 작별인사도 하지 못하고 헤어져, 고초를 겪고 있을 너에 대해 가졌던 미안함과 죄책감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더니, 영갑은 \"그렇게 나를 아는 주변 사람들에게 미안한 생각을 갖게 만들어 오히려 내가 더 미안하다.\'고 하였고, 또 지난 8월16일 긴급조치9호는 위헌 판결이 나, 이제 자신은 무죄가 확정되었다고 했다. 그러고 바로 다음날로 한 변호사가 전화를 하여, \'무죄 판결을 축하하며, 국가를 대상으로 손해배상 청구를 하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고 했다. 손해배상을 한다면 자신은 자신의 젊음에 대한 보상으로 한 2천만 원은 받아야겠다고 생각한다 했더니, 변호사는\' 무슨 소리냐 3억은 청구해야 하지 않겠나?\' 하더라면서 쓴 웃음을 지었다.

35년 전의 일이지만, 이제 다시 대한민국에서 온 국민을 억압하고 침묵하게 하던 공권력의 횡포와 암담하고 처참한 시대는 재현되지 않을 것임을 확신하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멋진 친구, 시골의사 지영갑 화이팅~!!

http://tygu.yonam.ac.kr/board/board_read.php?seqid=5187&cur_page=1&s=사오정&t=0&b_id=40&v_flg=>그 시절의 이야기는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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