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152

2002년 12월21일(토) : 히메지(姬路)시 호고원(好古園) \'축산지천(築山池泉)정원\'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풍경같지 않은가요? 나도 많이 놀랐습니다.
우리에게도 낯익은 전형적인 일본의 회유임천식 정원의 모습입니다.

안타깝게도 우리 정원이나 공원의 한 구석도 이와 닮은 풍경을 구성하는 예를 종종 발
견하게 됩니다만, 우리에게 이런 경관구도는 왜식이므로 배척해야겠습니다.

물론 국수주의자가 되자는 얘기가 결코 아닙니다. 다만 우리에게는 우리 문화에 알맞
는 정원문화를 계승ㆍ발전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건 마치 요즘 젊은 주부들이 메주에서 발효된 영양만점의 우리 된장을 버리고 \'미소
시루(おみそしる)\'라 하여 닝닝한 맛이 나는 일본된장을 즐겨찾는다는 보도를 보고 느
낀 충격과 같습니다. 우선 일본된장은 발효곰팡이 수에서 우리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
로 적고, 그만큼 영양가도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된장에는 항암효과가 발
견되어 학계의 인정을 받았으나 일본된장에는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건 뭘까요? 우리 문화는 깊이 우러난 곰삭은 발효문화인데 비해 일본은 풍토상 우리
처럼 미생물들이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담근 김치와 일본의 \'기무찌(고얀놈들! 우리 음식을 가져가서 자기들 마음대로 양념
해 자기들 고유한 맛처럼 세계에 자랑하고 있으니..)\'의 차이도 바로 그것입니다. 우
리의 김치에 비하면 일본 기무찌는 겉절이보다도 못한 맹한 맛이죠. 깊이 우러난 맛
이 없으니까...

내가 왜 이리 갑자기 흥분할까요?

우리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 우리 것인 줄 알고 있던 것들이 사실은 왜식이더라는 충격
과 더불어 또 그 맛에 길들여져 우리 것을 버린다면... 우리의 곰삭은 좋은 문화는 어
느새 완전히 사라지고 만다는 절박감 때문일 것입니다. 기무찌와 미소시루를 역수입해
서 우리의 식탁에서 김치와 된장찌개를 밀어내고 기무찌와 일본 된장국이 점령한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우리의 자존심은 물론 김치와 된장 속에 들어있는 영양분과 김치와
된장 속에 녹아있던 우리의 문화전통은 완전히 멸종되고말 것입니다.

조경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것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그것이 일본 것이라는 사실
을 알게 되었을 때 이미 그것을 대체할 수 있는 우리 고유의 문화는 사라지고난 뒤의
일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