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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안-0551

구태익 | 2002.02.27 01:01 | 조회 700
화청지와 여산 : 2002년 2월23일(토)

백거이는 원화(元和) 원년(806년)에 교서랑(校書郞)이란 관직을 그만 두고 원진과 함
께 장안(長安) 화양관(華陽觀)에 기거했다. 두 사람은 두문불출 열심히 준비한 끝에
동시에 과거시험에 응시하여 합격하게 된다. 그해 4월 백거이는 주질현 -지금의 섬서
성 주지(周至)의 현위(縣尉)가 된다. 그곳에서 백거이는 진홍(陳鴻)과 왕질부(王質夫)
를 만나게 된다. 세 사람은 막역한 친구가 되어 시간만 나면 이곳 저곳으로 어울려 다
니게 되었다.

그해 11월 어느날 일행은 근처 선유사(仙游寺)에 놀러가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왕질부
는 백거이와 진홍에게 양귀비(楊貴妃)의 죽음에 관한 전설을 들려주었다. 백거이와 진
홍은 그 이야기에 감동을 받게 되고 마침내 두 사람은 각기 다른 문학 장르를 가지고
각각 당현종(唐玄宗)과 양귀비(楊貴妃)의 비극적 사랑을 묘사하기로 결정했다. 그리하
여 창작된 작품이 백거이의 <장한가(長恨歌)>이며 진홍(陳鴻)의 <장한가전(長恨歌傳)>
이다.

백거이의 <장한가>는 전반부에서는 대략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여 비교적 사실적으로
묘사했으나 양귀비가 죽은 후의 이야기인 후반부에 접어들면 왕질부(王質夫)가 들려
준 전설로써 작품을 진행시키고 있다.

그 대략적인 내용은 이러하다.

양귀비가 마외파(馬嵬坡)에서 교살(絞殺)된 후 당현종(唐玄宗)은 줄곧 그녀를 잊지 못
하며 가슴 아파한다. 안록산의 난이 평정되고 수도 장안이 수복되었다. 당현종은 장안
으로 돌아왔지만 눈에 보이는 사물마다 양귀비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며 함께 보냈던 즐
거웠던 나날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외로운 홑이불에 밤은 왜 이리 긴지. 그토록 사랑
했던 양귀비는 어찌 꿈에도 나타나지 않는가. 그리움에 사무쳐 날로 쇠약해져 갈 때
마침 임공(지금의 사천성)의 도사 하나가 장안에 왔는데 그는 도술을 부려 죽은 자의
영혼을 부를 수 있다고 하였다. 그리하여 당현종은 도사에게 양귀비의 혼을 찾아주길
부탁하게 된다. 어명을 받들어 도사를 부지런히 하늘과 땅을 오가며 샅샅이 뒤졌으나
양귀비의 종적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던 중 우연히 동쪽 바다 한가운데 봉래산(蓬萊
山)이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도사는 다시 도술을 부려 자신의 영혼을 허공에 띄우고
봉래산으로 날아간다. 그곳에 자(字)가 태진(太眞)이라는 선녀 하나를 만나게 되는데
생전의 양귀비와 너무 닮은 모습이었다. 도사는 몸종 선녀를 통해 만나기를 요청하자
태진(太眞)은 즉각 응하게 된다. <장한가>에 그 선녀가 모습을 드러내는 장면은 이러
하다 :

칠흙같은 검은 머리 옆으로 쏠려 있어, 지금 막 단잠에서 깨어난 듯/ 雲髻半偏新睡覺
꽃 수놓은 머리띠 헝클어진 채, 정신없이 마당으로 내려오고 있었소/ 花冠不整下堂來
산들바람이 마침 불자 선녀 옷깃이 나풀거리는 게/ 風吹仙袂飄飄擧
그 모습 완연히 예상우의무(霓裳羽衣舞)가 아닐손가/ 猶似霓裳羽衣舞
옥같은 얼굴엔 시름이 한가득/ 玉容寂寞淚闌干
배꽃 한가지에 봄비가 맺혀있듯/ 梨花一支春帶雨

선녀는 자신이 바로 양귀비임을 밝히고는 선녀가 된 후에도 당현종을 여전히 사랑하
며 그리워하고 있노라 고백했다. 비녀의 한쪽을 자르고 장신구의 뚜껑을 뜯어 한쪽씩
을 건내주며 당현종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면서 하늘에 있든 땅에 있든 두 사
람의 마음만 변치 않는다면 언젠가는 다시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제 도사는 다시
인간 세상으로 돌아가려 한다. 도사는 자신이 양귀비를 직접 만났다는 증거를 당현종
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하자 선녀는 다음과 같이 말하게 된다 :

7월 7일 장생전(長生殿)에서/ 七月七日長生殿
한밤중 아무도 없는 곳에서 당현종은 나에게 귓속말을 했었지요/ 夜半無人私語時
우리가 죽어 하늘 나라로 가면 비익조(比翼鳥)가 될 것이요/ 在天願作比翼鳥
이 땅에 영원히 살면 연리지(連理枝)가 됩시다/ 在地願爲連理枝

비익조(比翼鳥)는 날개가 하나인 새로서 암수가 합쳐야만 날 수 있는 신화 속의 새.
연리지(連理枝)는 가지가 합쳐 한 줄기가 되는 나무. 모두 일심동체를 비유한 말.

위 말은 오직 두 사람만이 알고 있는 것이니 그대로 전하면 증표가 될 수 있을 것이
라 일러주게 된다. 여기까지 붓을 옮긴 백거이는 그 이후의 결말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고 바로 다름과 같이 끝을 맺게 된다 :

천지(天地)는 유구해도 종말이 오겠지만/ 天長地久有時盡
두 사람 사이의 사랑과 한(恨)은 영원토록 계속되리/ 此恨綿綿無絕期

백거이는 <장한가>에서 시인으로서의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했다고 할 수 있다.
그리하여 <장한가>는 신화적인 사랑을 더욱 애절하고 아름답게 포장하게 된다. 남자
는 대당제국(大唐帝國)의 황제요, 여자는 역대 최고 미인 중의 하나였다. 자신이 사랑
하는 여인으로 인해 안록산의 난이 일어났다는 것도 역사적인 사건이요, 그로 인해 자
신이 보는 앞에서 사랑하는 여인이 목줄려 죽었다는 것도 지극히 가슴 저리는 스토리
다. 일국의 황제로서 사랑하는 여인의 죽음을 두고 여생을 고통과 회한 속에 마감했다
는 것도 범상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므로 당현종과 양귀비의 사랑 이야기는 설령 백
거이의 <장한가>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릴 조건이 구비된 셈이었
다. 그러나 백거이는 기이한 환상과 풍부한 상상력을 십분 발휘하여 흔치 않은 러브
스토리를 더욱 애절하고도 낭만적으로 표현해냈다.

<장한가>가 세상에 나오자 세상 사람들은 앞다투어 시 구절을 암송했으며 심지어 중
국 이외의 한자 문화권조차 <장한가>의 원문을 구하기 위해 애썼다고 한다. 그 당시
장안에서는 <장한가>를 곡에 맞춰 부를 줄 아는 하녀(下女)는 몸값이 두배였다는 야사
(野史)의 기록도 보인다. <장한가>를 지었던 백거이 본인 조차도 작품의 완성도에 흐
뭇함을 감추지 못했는지 자신의 시집을 편찬하면서 \"<장한가>는 너무 멋져\"를 연발했
으니 그 자부심도 자부심이거니와 그 당시 정황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http://web.hanyang.ac.kr/~pendar/literature/litertory/3000/3312.htm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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