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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029

구태익 | 2003.02.06 01:01 | 조회 1866
2003년 1월24일(금) : 베르사이유역 벽면에 그려진 벽화

빠리 \'샹라자르(St. Lazare)\'역에서 열차표를 끊어 열차타고 베르사이유역까지 혼자
찾아왔다. 여기서 에피소드..

지금까지 렌트카만을 타고 다니다가 혼자 파리지하철 환승역인 샹라자르역에 내려 일
행과 헤어졌다. 지금부터 혼자 다녀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파리 지하철
도 2층-3층으로 연결되어 있어 출구를 찾기가 어렵다.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한자가 통하니 한자보고 방향을 알 수 있지만, 이곳은 영어도 아
니요. 생판 헷갈리는 불어로만 안내판이 되어 있으니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없다. 하
지만 눈치코치를 발휘하여 지하철과 일반열차(우리로 치면 국철)노선을 알아내었고,
내가 가고자 하는 \'베르사이유(Versailles)\'행 승강장까지는 찾아갔다.

헌데, 열차표를 어떻게 구입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모니터앞에서 지시대로 손가락
으로 꾹꾹 누르면 목적지와 요금이 나오고 해당요금을 투입하면 표가 나오는 시스템인
데, 불어를 알아야 어떻게 해보지.. 쩝.. 안되겠다 싶어 우리 지하철처럼 무인발매기
말고 사람이 직접 표를 파는 곳도 있을꺼라 생각이 미쳤는데, 그런 또 어디인지 알 수
가 있어야지... 어디가서 물어보나?

한참을 1-2층을 오가다가 간신히 1층 구석진 곳에 관광안내소 비슷한 것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무조건 가서 물어보았다. 다행히 역무원 가운데 영어를 알아듣는 사람이 있
어서 서툰 영어로 문답을 나누니, \'일데프랑스\'로 가라고 한다. 그렇게 말하면 내가
우째 아노? \'뭐라고 쓰노(How do you spell)?\'하며 수첩을 내미니 \'Ile de France\'라
고 써준다. 그렇지! 바로 그거야. 그렇게 문자로 써줘야 내가 찾을꺼 아닌가벼.

\'Ile de France\'를 찾아가서 점쟎게 \"베르사이유 한 장\"하니 요금(3.15 euro)을 받고
표를 준다. 표를 받아 열차를 타는데 개찰구가 없다. 어?.. 하지만 내릴 때 받게지 하
고 편안히 열차에 몸을 싣고 베르사이유역에 도착하고 보니(거의 30분 소요), 어라?
나가는데도 표보자는 사람이 없다. 집표구도 없고.. 뭐야?

문득 오래전에 본 파리지하철 이야기가 생각났다. 파리 지하철은 모든게 시민자율이어
서 개찰구도 없고 표를 보자는 사람도 없지만, 어쩌다 한번씩 불심검문을 하는데 이
때 발각되면 아주 엄청난 벌금과 함께 양심불량자로 찍히게 된다는 이야기... 그래 맞
아! 이게 그건가 보다.. 하고서 파리시민들의 선진의식을 부러워하며 역을 빠져나왔
다.

헌데 나중에 베르사이유 답사를 마치고 돌아갈 때 다시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그럼 이
표는 편도야? 왕복이야? 그러니까 파리로 돌아갈 때 다시 표를 사야 되는지 말아야 되
는지.. 잠시 생각해보니, 열차표 뒷면에 2cl이라 씌여있다.

2cl? 이게 뭐야?.. 2cl이라면.. 2 cycle의 준말인가? 즉 왕복표란 말인가? 내가 표를
살 때 매표소직원에서 베르사이유표를 달라고 하였으니 그 사람이 내가 관광객인 걸
알고 미리 왕복표를 준 것인가? 그렇겠지..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다시 표를 살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아무 생각없이 그냥 파리로 돌아가는 열차를 타고, 이번에는
일행과의 약속시간이 좀 남아 있어 \'라데팡스(la Defence)\'를 보기 위해 라데팡스역
에 내리니 그곳에는 역시나 집표구가 있어, 그러면 그렇지 하고 표를 내고 나왔다.

헌데 나중에 파리에 유학중인 한국인 학생들을 만나 저녁을 먹으면서 이런 얘기를 하
였더니 이구동성으로 \"교수님, 오늘 큰일날 뻔 하셨습니다\"하는게 아닌가? 왜 그러냐
고 되물으니, 원래 파리에서는 개찰구가 따로 없는 역에서는 승객이 스스로 벽에 부착
된 확인기에 표를 집어넣어 검표를 스스로 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올 때 집표구
가 없으면 호주머니에 넣었다가 다쓴 표를 휴지통에 버린다는 것이다.

\"그럼 2cl이 뭐야? 2 cycle, 즉 왕복표의 준말이 아닌가?\"했더니, \"아이구, 교수님 원
래 파리지하철은 1등칸과 2등칸이 있는데, 요즘은 거의가 다 2등칸으로 바뀌어서 2cl
은 2등칸 즉 2 class의 준말입니다.\" 하는게 아닌가.. \"오늘 만약 교수님께서 편도 티
켓으로 왕복하다 걸리셨다면 엄청난 벌금을 물었어야 했을껍니다. 그건 관광객이나 프
랑스사람이나 사정 봐주는 법이 없습니다.\".. 이런이런.. 그럼 나는 오늘 정말 본의
아니게 양심불량이 되고 말았나는 것인가? 그 사실을 그때까지도 나는 모르고 있었으
니.. 후후.. 외국여행에서 어려운 점은 이처럼 서로 사회시스템이 달라 생기는 오해
가 가장 힘든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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